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주간조선 로고

상단주메뉴

  • [배종옥의 숨은 영화 찾기]  코로나19 와중에 선전하고 있는 ‘작은아씨들’의 힘
  • facebook네이버 밴드youtubekakao 플러스친구
  • 검색
  1. 문화/생활
[2604호] 2020.04.20
관련 연재물

[배종옥의 숨은 영화 찾기]코로나19 와중에 선전하고 있는 ‘작은아씨들’의 힘

대담= 신용관  조선뉴스프레스 기획취재위원 qq@chosun.com / 배종옥  영화배우  

신용관 오늘은 지난 2월에 개봉한 이후 꾸준히 관객이 들고 있는 ‘작은 아씨들’(Little Women·감독 그레타 거윅·2019)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배종옥 그나저나 코로나19 때문에 경제 전반이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어서 걱정입니다.
   
   신용관 CGV를 비롯한 대형 멀티플렉스들이 영업점을 일부 폐쇄하고 상영 횟수를 줄이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요.
   
   배종옥 제가 지난해에 배우 신혜선씨와 함께 ‘결백’(감독 박상현)이란 영화를 찍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개봉이 계속 미뤄지고 있어요. 다른 영화들도 마찬가지지만….
   
   신용관 사태가 장기화할 듯해 정말 걱정입니다. 이 와중에도 ‘작은 아씨들’은 85만명 넘게 관객이 들었습니다. 미국 소설가 루이자 메이 올컷(1832~1888)이 1868년에 발표한 장편소설이 원작입니다.
   
   배종옥 소설에 기반한 영화 중에는 보고 나서 왠지 미진감이 들어 원작을 찾아보고픈 영화가 있습니다. 저로선 ‘체실 비치에서’(On Chesil Beach·감독 도미닉 쿡·2017)라는 작품이 그랬지요. 갓 결혼한 젊은 커플의 갈등을 다룬 내용인데, 뭔가 애매하더군요. 그런데 ‘작은 아씨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신용관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60년대 미국 매사추세츠주가 배경입니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마치(March) 집안의 네 자매, ‘메그’(엠마 왓슨), ‘조’(시얼샤 로넌), ‘베스’(엘리자 스캔런), ‘에이미’(플로렌스 퓨)는 어머니와 함께 전쟁터에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며 가난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야기 전체가 주연인 조의 소설이라는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지요.
   
   배종옥 감독 그레타 거윅과 주연 시얼샤 로넌은 ‘레이디 버드’(Lady Bird·2018)에서 이미 호흡을 맞춘 적이 있습니다. 이 영화 또한 자립적인 삶을 살려는 한 여학생의 성장 이야기이지요. ‘레이디 버드’ 때에 비하면 감독의 역량이 일취월장한 느낌이에요.
   
   신용관 그레타 거윅은 뉴욕 배경의 로맨스 영화 ‘프란시스 하’(Frances Ha·2012)에서 주연을 맡았던 배우 출신 감독입니다. ‘작은 아씨들’에서는 각본도 맡았는데, 지난 2월 열렸던 제92회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각본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니 매우 실력 있는 연출자임에 틀림없습니다.
   
   배종옥 영화는 이 네 자매의 성장 스토리에 이웃집 청년 ‘로리’(티모시 샬라메)와의 사랑 이야기를 엮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는 마치 사내아이처럼 활달하면서도 작가로서 자립적인 생활을 꿈꾸는 인물이지요.
   
   신용관 또한 상당히 가족애가 강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남북전쟁에서 부상당한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어머니(로라 던)를 위해 긴 머리를 선뜻 잘라 여비를 마련하지요.
   
   배종옥 현대의 여성들도 공감할 만한 대사를 조가 여러 차례 던지더군요. “여자도 감정만이 아니라 생각과 영혼이 있어요. 외모만이 아니라 야심과 재능이 있다고요. 여자에겐 사랑이 전부라는 말, 지긋지긋해요”라는 대사가 대표적입니다.
   
   신용관 그 말에 이어서 “그렇지만 너무 외롭다. 나도 사랑받고 싶다”고 토로하는 장면이 많은 여성 관객들을 울컥하게 만드는 듯합니다. 아름다운 들판에서 로리가 사랑을 고백하자 “나는 결혼에 얽매이는 그런 삶에 자신이 없다”며 조가 거절하는 장면도 인상적입니다.
   
   배종옥 이 영화에서 세세히 묘사되진 않지만 조처럼 선구적인 인생관을 가진 여자가 얼마나 그 사회를 헤쳐 나가기가 힘들었겠습니까. 우리나라 여성으로서 최초의 서양화가이자 근대적 여권론을 펼친 운동가였던 나혜석(1896~1948)의 삶도 그렇잖아요. 결국 행려병자로 죽었지요. 그 시대 여성들이 너무 안타까워요. 한국의 신여성들을 다룬 영화가 제작된다면 적극 참여하고 싶습니다.
   

   신용관 막내 에이미 또한 조만큼 야심 있는 인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부자인 대(大)고모(메릴 스트립)를 따라 유럽으로 가 화가의 꿈을 이루려고 하지요. 하지만 자신에게 재능이 부족함을 깨닫고 결혼을 통해 자신의 삶을 끌어올리려 합니다. 에이미 역을 맡은 플로렌스 퓨는 생동감 있는 연기로 눈길을 끌더군요.
   
   배종옥 에이미가 그런 결정을 내리는 데엔 대고모의 역할이 큽니다. “여자에게 결혼만큼 중요한 건 없다. 가난한 집안의 여자는 더욱 그렇다”라고 시종일관 강조하잖아요.
   
   신용관 그런 대고모의 바람과 달리 메그는 가난한 가정교사와 결혼을 합니다. 충동적으로 옷감을 샀다가 도로 물리는 등 가난 때문에 남편과 더불어 고통받는 모습이 묘사되던데 꽤 공감이 가더군요.
   
   배종옥 저로선 첫째 딸 메그가 영화에서 잘 보이지가 않았어요.
   
   신용관 조와 에이미에게 포커스를 맞추느라 그런 게 아닐까요.
   
   배종옥 엠마 왓슨을 캐스팅할 정도면 아마도 비중 있게 다루려 했을 겁니다. 하긴 배우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 보일 땐 어쩔 수 없긴 해요. 나탈리 포트만처럼 아역 배우로 출발해서 지속적으로 연기 폭을 넓히는 배우들이 많은데, 엠마 왓슨은 ‘해리 포터’ 시리즈의 이미지를 벗어나기 힘든 듯싶기도 하고요.
   
   신용관 ‘작은 아씨들’에는 19세기의 옷차림이나 자매의 생활이 녹아들어간 집안 내부, 당대의 거리 풍경 등의 묘사에 공을 많이 들인 흔적이 역력합니다.
   
   배종옥 시얼샤 로넌은 블루 톤 차림을 유지하는 등 자매들이 입고 나오는 옷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아카데미 의상상을 받을 만했지요. 게다가 화면이 워낙 아름답잖아요. 어려서부터 병약한 셋째 베스가 성홍열에 걸려 죽기 직전 조와 둘이 바닷가 백사장에 앉아 있는 장면 같은 거 말이지요.
   
   신용관 영화는 7년의 간극을 두고 동화처럼 행복했던 어린 시절과 7년 뒤 지금 현실을 살고 있는 자매들의 모습을 교차 편집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배종옥 자매들의 어린 시절 묘사는 관객들로 하여금 각자의 유년기를 추억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저도 어렸을 때 오빠랑 다퉜던 기억들, 추운 날 아랫목에 발을 녹이려 종종거리던 모습, 엄마가 만들어줬던 동치미 국수 등등이 절로 떠오르더군요.
   
   신용관 동의합니다. 자매들이 자상하고 현명한 어머니와 함께 어울리며 왁자지껄한 모습을 연출한 장면들은 그 자체로 미소를 머금게 만들더군요. 하지만 저처럼 원작에 대한 정보 없이 영화를 접한 관객으로선 수시로 7년 전후를 오가는 편집이 산만하게 느껴질 소지도 있습니다. 물론 연대기적인 원작의 구성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방식으로 재배치함으로써 훨씬 흥미로워졌다는 평가도 있고요.
   
   배종옥 저도 처음에는 헷갈렸는데, 조금 지나니 구분이 되고 익숙해지더군요.
   
   신용관 인생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슬퍼하고 기뻐하는 여정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가족의 경제적 곤란 상황이 대고모의 유산으로 일거에 해소된다는 설정이 다소 허탈하긴 합니다만.
   
   배종옥 주인공 조의 모습이 그러하듯 자기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캐릭터를 미국인들이 워낙 좋아하는 듯해요.
   
   신용관 제 별점은 ★★★. 한 줄 정리는 “현대적 맛을 살린 각색이 빛을 발한다”.
   
   배종옥 저는 ★★★★, “그때나 지금이나 여자의 삶이란…”.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