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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생활
[2610호] 202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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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통신]‘미시즈 아메리카’의 케이트 블란쳇

LA= 글·사진 박흥진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회원 

케이트 블란쳇(51)은 미국 케이블 채널인 FX의 드라마 시리즈 ‘미시즈 아메리카’에서 1970년대 초 미국에서 여권운동이 무르익기 시작할 때 남녀평등권(ERA)의 수정헌법화를 결사반대했던 초보수적인 인물 필리스 슐레플리로 나온다. 가정주부인 슐레플리는 정치와 군사 문제에 관한 저자이기도 했는데 가사를 접어놓다시피 하고 ERA 저지운동에 열을 올렸다.
   
   실제 인물인 슐레플리(2016년 91세로 사망)와 얼굴이 많이 닮은 블란쳇은 이 정치드라마에서 매섭고 강렬한 연기를 보여준다. 블란쳇은 시리즈의 총제작도 겸했다. 블란쳇은 호주의 자택에서 화상 인터뷰에 응했다.
   
   
   - 슐레플리는 가사를 제쳐놓고 ERA 저지운동에 전념한다. 당신도 일하는 여성으로서 자주 집을 떠나 활동해야 한다. 가정생활을 원만히 꾸려가는 데 어떤 압박감이라도 느끼는가. “여권운동가인 글로리아 스타이넘(시리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은 ‘사람들은 결혼생활과 직업인으로서의 균형에 관한 질문은 여자에게만 하지 남자에게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데 2020년이 되어서도 그런 질문은 지금처럼 여자인 내게 던져지고 있다. 이 시리즈를 만들기로 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시의에 맞기 때문이다. 가정을 가진 여자가 직업도 가졌을 때 둘의 균형을 이루지 못할 경우 잘못은 다 여자 탓으로 돌리고 있다. 1970년대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
   
   - 슐레플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는가. “별로 아는 것이 없었다. 그런데 90대의 그가 트럼프 선거운동에 나왔을 때 사람들이 기립박수를 하는 것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됐다. 트럼프는 슐레플리의 장례식에도 참석했다. 공화당원들로부터 저렇게 중요하게 여겨지고 존경받는 그가 도대체 누구인지 알고 싶었다. 이와 함께 슐레플리와 그의 동조자들이 왜 그렇게 남녀평등을 두려워하는지도 궁금했다. 그래서 시리즈를 만들게 된 것이다.”
   
   - 왜 이 시리즈가 시의에 맞는다고 보는가. “우선 이 시리즈는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인 인간 드라마다. 여기 나오는 대화나 이야기는 지금의 것이나 다름없다. 2001년에 여론조사를 했을 때 대상자의 72%가 미 헌법은 성에 관계없이 모든 시민은 평등하다고 규정짓고 있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렇지가 않다. 그런 면에서 과거와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우린 아직도 1970년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 당신은 페미니스트인가. “고등학생일 때 페미니스트가 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로 갈등했다. 옛날 사람인 어머니는 남편 없이 날 혼자 키운 직장 여성이었는데도 페미니즘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페미니즘을 반(反)가정적인 요소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성해방을 지향하는 여자들이 사회로부터 낙인이 찍혔을 때다. 이에 반해 난 페미니즘을 추구했다. 생각해 보면 과거 남녀평등권을 사장시킨 것은 여자들이다. 그 반등으로 후대 여자들이 동등한 권리를 위해 들고일어난 것이다.”
   
   - 코로나19 재난의 때를 어떻게 보내고 있나. “시골에 있는 집에서 남들처럼 외출을 안 하고 있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하나 배운 것은 바이러스는 국경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라는 것이 하나의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와 함께 우리가 살고 있는 체계가 매우 허약하다는 것도 알았다. 그 체계에 균열이 있음을 알게 해준 것이다. 우리는 정부와 함께 이 고장 난 체계를 고치는 일에 힘써야 할 것이다. 또한 가정과 아이들이 있는데도 공포 속에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깊은 존경심과 함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 케이블 채널 FX의 드라마 시리즈 ‘미시즈 아메리카’.

   - 외출을 안 하니 남들처럼 TV를 많이 볼 텐데 어떤 작품을 즐기는가. “어렸을 때 가족과 함께 영국과 미국 작품을 많이 본 반면 막상 고국인 호주 작품은 별로 안 봤다. 그래서 요즘 호주 작품들을 찾아보고 있다. 어느 한 시리즈를 좋아하면 시리즈가 다 끝날 때까지 보는 버릇이 있다. 집에 있는 스크린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보는데 최근 ‘소프라노’와 라스 폰 트리에의 ‘킹덤’을 봤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의 하나인 ‘데칼로그’도 봤다. 오래전 만들어진 이 작품들을 보면서 옛날로 돌아가고 있다. 난 작품을 휴대폰이나 아이패드로 보기를 꺼린다. 가족과 함께 일체감을 느끼면서 보는 것이 좋다. ‘미시즈 아메리카’도 가족이 함께 보면 재미도 있고 배울 것도 많은 작품이다. 특히 자녀들이 자신들의 어머니의 과거를 배우는 기회가 될 거라고 본다.”
   
   - 여권운동가 중 당신에게 영향을 준 사람은 누구인가. “때론 운동가나 이론가보다 주변에서 발언하는 사람들로부터 위안을 받는다. 운동가로선 나처럼 호주 사람인 저메인 그리어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그는 호주 교외에서 자란 사람으로 공손한 사람이지만 여권운동에 있어선 불 같은 사람이다. 그가 주장하는 것에 대해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귀를 기울일 만하다. 그의 연설과 글을 보면 큰 감동을 받게 될 것이다. 요즘 여자로 존경하는 사람은 배우인 에반 레이첼 우드(32)다. 그는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전 세계 위기에 처한 여자들에게 가정폭력에 대해 계몽하고 있다.”
   
   - 코로나19 사태로 집에 있으면서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으나 못 한 일을 한 것이 있나. “그런 일은 없다. 이 고통스럽고 어려운 때에 지금까지의 나를 온전히 지키려고 할 뿐이다. 아이들을 비롯한 가족과 함께 모든 것을 간단하고 단순하게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우린 함께 산책을 한다.”
   
   - 요즘 집에서 무슨 책을 읽는가. “매일같이 책을 읽고 생각하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읽는데 요즘 읽는 책은 데이비드 월래스-웰즈의 ‘인해비터블 어스’와 알바 노에의 ‘스트레인지 툴스’이다. ‘스트레인지 툴스’는 예술과 인간성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딸과 함께 장난감을 만들기도 하고 요리도 한다. 오늘은 진공청소기로 집안 청소를 했는데 마치 큰일을 한 것 같았다.”
   
   - 여권 문제가 과거와 별로 달라진 점이 없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사회가 그에 대해 과거보다는 다소 세련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보는가. “달라진 것은 없다. 미국 사회는 ‘#미 투 운동’을 멸시하는 전통적인 여자들과 그렇지 않은 여자들로 양분돼 있다. 운동가들은 1970년대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반면 이에 반대하는 여자들은 가정주부라는 틀에 정착하려고 한다. 반대자들은 페미니즘이라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고 있다.”
   
   - 여성 대통령과 총리가 있는 유럽과 달리 세계에서 가장 발전한 미국에서는 아직까지 여성 대통령이 나오지 못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미국 사람들이 여성 정치인들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들으면 유럽인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미국에는 근본적인 보수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여성을 2등시민으로 여기고 기본적인 틀 안에서 남자와 같은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는 사회는 비진보적이며 비역동적이다. 또 현대사회에 속하지도 못한다. 세계 인구의 50%는 여자인 만큼 그들의 문제와 생각들이 대변돼야 하며 또 국가의 대화 거리가 돼야 한다. 대학생 때 ‘여성학’이라는 것을 배웠는데 그때 왜 하필이면 여성이라고 성을 구분해야 하느냐는 생각에 수치감을 느꼈었다. 반드시 성이나 성적기호를 명시해야 할 필요가 어디에 있는가. 우린 다 인간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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