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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정반대 처방 브라질과 페루, 결과는 왜 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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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생활
[2611호] 2020.06.08

‘코로나19’ 정반대 처방 브라질과 페루, 결과는 왜 같을까

리마= 글·사진 김원곤  서울대 흉부외과 명예교수 

▲ 코로나19 진원지가 된 페루의 전통시장들이 오존살균 출입구·비닐포장 등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집에 머물러라!(Quedate en tu casa!)’
   
   페루 TV만 틀면 요즘 나오는 말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매일 유명 연예인들을 총동원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확진자 폭증에도 불구하고 페루 정부는 지난 5월 25일부터 국가비상사태의 강도를 낮췄다. 구(區) 단위 지역 내에서는 장보기나 약국, 은행 업무 등을 위해 자가용 사용이 자유롭게 허용되면서 차량도 많아지고 거리의 바리케이드도 철거됐다. 군인들도 중요 지점에 형식적으로 배치되어 있을 뿐 특별한 검문 활동은 하지 않고 있다. 사람들이 마스크만 쓰고 있다 뿐이지 비상사태 이전 필자가 경험했던 거리 풍경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환자가 100명 전후일 때는 인적과 차량이 끊겼던 도시가 환자 수가 15만명이 훌쩍 넘는 현재 오히려 사람들로 북적이는 것이 무척 역설적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수도 리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빈민촌의 모습은 위험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TV에서는 연일 거리로 쏟아져나오는 일용근로자들과 혼란스러운 거리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 주고 있다. 정부는 공권력을 총동원해 막아 보려고 하지만 생존을 걸고 밖으로 나오는 그들과의 싸움이 결코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정부의 단계적 사회활동 계획에 따라 가게들도 영업을 재개했다. 식당은 체온측정 및 손소독을 하게 하고 신발 밑바닥 소독까지 하고 있다. 마스크 착용도 의무화하고 있다. 방역용 고품질 마스크는 구입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천 마스크를 쓰고 있다. 색깔과 디자인이 각양각색이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스크 이외에 미카(mica)라고 불리는 플라스틱 얼굴 차단장치와 가스 마스크를 쓰는 사람도 많다. 집단 확진자가 발병한 전통시장도 생존을 위한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최근 모범 사례 중 하나로 소개된 한 전통시장을 찾아가 봤다. 우선 입구에서부터 오존살균장치를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다. 내부의 모든 점포는 비닐로 차단한 상태에서 사이의 틈을 이용하여 물건과 돈을 주고받고 있었다. 점원들도 모두 마스크와 위생복을 착용한 상태였다.
   
   
▲ 리마 거리에는 마스크 대신 플라스틱으로 만든 미카와 가스마스크를 낀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방치한 브라질과 극약처방 페루
   
   이런 노력들이 효과를 발휘해서 하루라도 빨리 페루 사회가 안정되길 바라지만 현실은 낙관적이지 않다. 남미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는 좀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중 가장 심각한 페루와 브라질 정부의 방역대책이 흥미를 끌고 있다. 브라질은 대통령이 나서서 엄격한 방역체제 도입의 불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데 비해, 페루는 대통령 이하 전 정부가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확산 방지 대처에 나섰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양국의 대처가 극명한 차이를 보여야 하는데도 똑같이 중남미 총 환자수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는 것이다.
   
   6월 1일 현재 브라질은 총 환자수 50만6708명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다. 페루는 총 환자수 16만4476명으로 세계 10위, 중남미 2위이다. 환자수만 보면 브라질이 월등히 많아 보이지만 인구 대비로는 브라질이 100만명당 2385명, 페루는 4995명이다. 페루가 브라질의 두 배가 넘는 셈이다. 페루는 지난 3월 15일 남미를 통틀어 국가비상사태를 가장 먼저 단행했다. 그때만 해도 이웃 나라인 에콰도르의 코로나19 확산을 보면서 “우리도 하마터면 저렇게 될 뻔했다”면서 선제적인 정부의 대처에 찬사를 보냈다. 조금만 참으면 곧 정상화가 되고 코로나19 극복의 성공적 사례가 될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마르틴 비스카라 대통령은 매일 TV에 나와 상황을 브리핑하고 차트까지 동원해 환자 발생 추이를 설명했다. “초기에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망치질(martillazo)’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감염 확산은 정부의 예측 범위 안에서 조절될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비상사태 기간이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면서 페루 국민들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서민들의 생활고도 가중됐다. 방역 전문가들의 연이은 예측 실패도 부각됐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커지면서 정부도 노골적으로 국민의 비협조에 대해 비난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정부의 수식어도 현란하게 변화했다. 초기의 표어였던 ‘망치질’은 어느덧 추억의 단어가 되고 “이번 주가 중대 고비가 될 것 같다”는 전망이 매주 반복되다 보니 언제를 말하는지 알 수가 없게 됐다. 연일 확진자 발생이 4000명대를 기록한 최근의 레퍼토리는 “이제는 평평한 발생 정체기(meseta)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앞으로 하강곡선이 기대된다”는 것이었는데, 그 얼마 후부터 하루 확진자가 6000명을 넘고 7000명을 넘더니 지난 5월 31일에는 무려 8805명까지 늘었다. ‘평평한 직선’은커녕 수직에 가까운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왜 석 달 가까운 국가비상사태라는 극약처방에도 불구하고 이런 참담한 결과를 낳았을까?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모순적인 결과에 국제적인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언론 보도나 전문가들의 분석을 참고해 필자 나름대로 그 이유를 정리해봤다.
   
   

   페루 실패의 다섯 가지 이유
   
   공식적으로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페루의 일용근로자 문제다. 현지 용어로 비공식 근로자(informal)라고 불리는 이들은 하루 벌어 하루 생활하는 사회 취약층을 말한다. 문제는 페루 경제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점유율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통계에 따라 70%, 71%, 72% 등 약간씩의 차이는 있지만 적어도 70% 이상인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필자도 처음엔 이 숫자가 믿기지 않았다. 비공식 근로자들의 대부분은 하루라도 쉬게 되면 당장 생계에 어려움이 생긴다. 당국의 단속에 아랑곳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행상을 위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다. 이들 대부분이 우리나라 옛 장터처럼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몰려 장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바이러스 확산의 촉진 요소가 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자주 지적되는 요인은 열악한 주거 환경이다. 통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2017년 인구조사 결과를 인용한 최근 CNN 보도에 의하면 페루 가구의 30% 정도가 집에 분리된 방이 없다고 한다. 2019년 페루 정부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빈곤 가정의 11.8%가 한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어쨌든 상당수 빈곤 가정은 한 공간에서 적어도 4명 이상이 숙식을 같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가족 간의 감염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세 번째 요인 역시 주거 환경과 관련이 있다. 2017년 조사에 의하면 페루 전체 인구의 49%, 도시 인구만을 따지면 61%만이 집에 냉장고가 있다. 즉 집에 식재료나 음식을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때문에 매일 신선한 식재료를 시장에서 조달해 먹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고 오랫동안 습관이 됐다. 정부에서 아무리 이동 자제를 외쳐도 굶어죽지 않으려면 시장으로 몰려들 수밖에 없다.
   
   네 번째는 필자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국가비상사태 기간에도 사회 유지를 위해 최소한의 교통 운행을 허용하고 전통시장, 약국, 슈퍼, 은행 등의 문을 연 것이다. 이들 대부분이 바이러스 확산의 주요 진원지가 됐다. 필자는 비상사태 초기부터 전통시장에 몰려든 엄청난 인파들을 TV 뉴스로 보고 몹시 의아했다. 교통수단도 마찬가지다. 특히 콤비라고 불리는 우리나라 승합차 비슷한 것은 차비가 싸고 다양한 노선을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좁은 밀폐 공간에 빽빽하게 탈 수밖에 없어 취약점이 눈에 빤히 보였다. 은행도 예외는 아니었다. 빈곤층의 민심을 달래기 위해 소정의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문제는 페루 성인의 38%만이 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빈민 지역에서 보조금 수령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은행으로 몰려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남녀 성별에 따른 외출 격일제라든지 툭하면 시행했던 공휴일 전면 통금제도 한결같이 엄청난 인파를 시장으로 몰리게 하는 부작용만 초래했다. 페루 정부도 뒤늦게 전통시장, 대중교통, 은행 등에서의 감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총력을 펼치고 있다. 왜 이런 간단한 상황 파악도 제대로 못 해 일을 키웠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다섯 번째는 페루의 국민성과 시스템 부재이다. 최근 비스카라 대통령은 담화 중에 이웃을 생각하지 않는 이기주의와 개인주의 때문에 법규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사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면서 강한 질책을 했다. 그러나 알베르토 후지모리, 알레한드로 톨레도, 알란 가르시아, 오얀타 우말라,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등 무려 5명의 전직 대통령이 모두 부정부패에 연루되고 그중 한 명은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등 정치권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오늘날 상황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도 정치 부패로 여러 가지 시련을 겪었지만 중요한 차이점이라면 우리는 그 과정에서 차곡차곡 시스템을 만들어 온 반면 페루는 부패의 고리 속에서 여전히 헤매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 시스템이 부재하니 아무리 바이러스 검사를 한다고 해도 확진자들의 격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질 수가 없다.
   
   국민성과 관련해 또 하나 필자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라틴아메리카의 특성으로 꼽히는 ‘낙천성’이다. 이들의 낙천성은 기본적으로 인생을 즐긴다는 관점에서 보면 매우 매력적인 요소지만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을 직접 겪고 보니 낙천성이라는 것이 바람직한 인생의 관조에서 출발한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현실을 무시하거나 애써 부정하는 데서 출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계획 없이 세상일을 적당히 운에 맡기고 그때그때 즐겁게 살아가는 데 치중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런 성격과 정치권의 고질적인 병폐가 맞물려 비상 사태에 대비한 매뉴얼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사태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 엄청난 인파가 쏟아져 나온 빈민촌 지역의 모습이 연일 페루 TV에 보도되고 있다.

   폐루를 위한 변명
   
   그렇다고 페루가 중남미 국가들 중에서 특별히 더 매도당할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페루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 숫자가 다른 중남미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많다. 최근 들어서는 전통시장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전국 곳곳의 전통시장들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다시피 검사를 해나가며 임시폐쇄, 소독, 환경 개선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대중교통 수단도 마찬가지다.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내기 위해 메트로폴리타노(지상으로 운행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 우리나라 지하철과 비슷한 기능을 한다) 정류장에서 무작위로 승객들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확진자 수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중남미에서 페루와 더불어 인구당 검사수가 많은 곳은 칠레다. 칠레는 경제력에서 우루과이와 더불어 남미에서 1, 2 위를 다투는 부유한 국가이기 때문에 그렇다 치더라도 가난하고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페루로서는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브라질이 인구 100만명당 검사 비율 13.6% 정도이고, 멕시코는 이보다 훨씬 낮아 6.5%에 불과하다. 페루와 동등한 수준으로 검사를 했다고 가정하면 이들 국가들의 실제 환자수는 훨씬 늘어날 수도 있다. 페루 정부의 여러 가지 코로나19 대응이 아쉽기도 하고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지만 여타 중남미 국가들에 비해 일방적으로 비관만 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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