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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종옥의 숨은 영화 찾기]  인생의 황금기, 그 때 그 장소와 마주한다면? ‘카페 벨에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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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4호] 202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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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옥의 숨은 영화 찾기]인생의 황금기, 그 때 그 장소와 마주한다면? ‘카페 벨에포크’

신용관  조선뉴스프레스 기획취재위원  / 배종옥  영화배우  

▲ 영화 '카페 벨 에포크'의 한 장면 캡처
신용관 오늘은 프랑스 영화 <카페 벨에포크>(La belle epoque, 감독 니콜라스 베도스, 2019)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배종옥 프랑스 영화는 오랜만에 다루는 데요. 저로선 별다른 기대 없이 극장에 들어섰다가 아주 만족스럽게 영화관 문을 나선 그런 영화입니다.
   
   신용관 제목 ‘벨에포크’는 ‘좋은 시절’이라 불리던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반의 프랑스 파리를 상징하는 표현입니다. 당시는 에펠탑이 세워지고 만국박람회가 열렸으며, 르누아르, 모네, 로댕, 모파상, 에밀 졸라 등 기라성 같은 예술가들이 활약하던 시기입니다.
   
   배종옥 인생의 황금기를 뜻하는 표현으로도 쓰이지요. 바로 이 영화에서 그러합니다. 신문에 만화를 기고하던 빅토르(다니엘 오떼유)는 신문이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직장을 잃고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고 있지요. 그는 여전히 아날로그적이며,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부응하지 못해 가족들 대화에도 잘 끼지 못합니다.
   
   신용관 반면에 정신과 상담사인 아내 마리안(화니 아르당)은 디지털 시대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를 몰고 다니며, 잠을 잘 때는 VR기기를 이용하지요. 그녀는 남편을 시대의 흐름에 맞추지 못하고 도태된 노인 취급을 합니다. 어느 날 둘은 말다툼을 벌이고, 마리안은 빅토르를 집에서 쫓아냅니다.
   
   배종옥 할 일이 없어진 빅토르는 아들에게 받은 이른바 ‘핸드메이드 시간 여행’ 초대장을 떠올리며 아들의 친구 앙투안(기욤 까네)의 회사를 방문하지요. 의뢰인이 원하는 시대와 장소를 마치 정교한 드라마 세트장처럼 재현해서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체험을 제공하는 이벤트 업체이지요.
   
   신용관 빅토르는 주저 없이 1974년 5월 16일 첫사랑이자 지금의 아내인 마리안을 만난 순간을 의뢰합니다. 그리고 본인의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장면들을 수십 장의 그림으로 그려 직원에게 전달하지요.
   
   배종옥 빅토르는 세트장에 지어진 1974년 자신이 머물던 호텔과 자주 가던 카페 벨에포크를 보고 흥미를 느낍니다. 첫사랑 마리안을 연기하는 젋은 여성 마고(도리아 틸리에)를 비롯한 카페 안의 모든 인물들이 빅토르를 20대 청년으로 대하고, 그는 그 상황에 조금씩 빠져들기 시작하지요.
   
   신용관 영화의 전반부는 프랑스 영화 특유의 빠른 대화 전개가 돋보입니다. 이 영화가 코미디적 요소를 갖고 있기에 대사를 더욱 정신없이 주고받는 측면도 있고요.
   
   배종옥 가령 쏟아지는 빗속에 이동 중인 차 안에서 부부가 날이 선 말다툼을 벌이다가 남편이 “앞을 보고 운전이나 똑바로 해”라고 소리 지르면 아내가 “이건 자율주행 되는 차야”라며 맞받아친다든지, 언쟁을 벌이다가 갑자기 아내가 차를 세우며 “집에 달걀이 떨어졌으니 사와”라고 요구하는 모습 등이 아주 스피디하게 전개되지요. 여성 관객들은 이런 부분을 보면서 재미를 많이 느낍니다.
   
▲ 영화 '카페 벨 에포크'의 포스터

▲ 영화 '카페 벨 에포크'의 한 장면 캡처

   신용관 “당신에게서 할아버지 냄새가 나”(아내), “당신도 할머니야”(남편), “난 할머니처럼 보이지 않아”(아내) 식으로 이어지는 대화가 매우 감칠맛이 있더군요.
   
   배종옥 부부든 연인이든 커플이 각자의 입장을 분명하고 세세하게 진술하고, 둘의 삶에 대해 철저하게 따지는 그런 측면, 그렇게 치열하게 신을 만드는 면이 프랑스 영화에 비해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좀 소홀히 되는 듯합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말에 대한 비중이 프랑스에 비해 높지 않은 문화도 작용하고 있습니다만.
   
   신용관 직장을 나온 뒤 만화 그리기를 그만뒀던 빅토르는 어쩐지 마리안을 닮은 듯한 마고를 그림에 담고, 마고와 시간을 보내는 자신의 모습도 그려 나갑니다. 벽을 채워가는 빅토르의 그림들은 그가 잃어버린 자신감을 회복해 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빅토르와 마고는 부녀지간 만큼 나이 차가 있는데 말이지요. 하긴 이 영화에서 마리안은 남편을 해고한 편집장과 바람을 피우고 있는 상황이니, 자유분방하다고 해야 할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다고 해야 할지….
   
   배종옥 프랑스인들이 사랑을 나누는 방식은 참 독특한 듯해요. 어렸을 때 본 프랑스 영화중에 장 가방과 시몬느 시뇨레가 주연한 <고양이>(Le Chat, 1971)라는 작품이 있었어요. 노부부인데 거실에 함께 앉아있어도 말 한마디 안 건네고 용건을 메모로 전달할 정도로 서로를 증오하는 사이지요. 그런데 아내가 2층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서 사망하자 남자가 따라서 죽음을 택하지요. ‘이들의 사랑은 도대체 뭐지, 부부로 산다는 건 어떤 거지?’ 생각하게끔 만들더군요.
   
   신용관 그동안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상당히 많았습니다. <시간 여행자의 아내>(2009)서부터 <미드나잇 인 파리>(2011), <어바웃 타임>(2013), <이프 온리>(2014) 등등. 이 영화들이 현실에서 불가능한 판타지에 기반하고 있는 것과 달리 <카페 벨에포크>는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현실에 발을 딛고 있지요.
   
   배종옥 기발한 착상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시간여행 이벤트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사장 앙투안은 가령 헤밍웨이 시대를 배경으로 했을 때 배우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진짜 술을 마실 것을 명령할 정도로 사실성을 추구하려고 애를 씁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 세트의 칠이 벗겨지고 세트 위쪽에서 스태프들이 의견을 나누는 모습에서 알 수 있듯, 시간 여행이 분명한 가상이며, 의뢰인이 과거로부터 벗어나 현실에서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게 하려는 사업 목적을 갖고 있는 것이지요.
   
   신용관 과거로 돌아가 자기 인생의 황금기를 마주한 빅토르는 우여곡절 끝에 자신을 둘러싼 현실과 화해합니다. 그렇게 끔찍스럽게 여기던 뉴미디어를 받아들이고, IT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아들과 함께 웹툰을 그리며 작업도 같이 하게 되지요.
   
   배종옥 하루에 1만 유로, 즉 1,300만여원을 지불하는 이벤트니 프랑스에서도 아무나 구매할 수 없는 것이긴 하지요. 빅토르로선 부부 공동소유의 콘도를 처분해 가며 시간 여행에 몰입한 보람이 있었습니다.
   
   신용관 영화는 긴밀하게 플롯이 짜여 있습니다. 빅토르와 마리안 노부부의 사랑은, 앙투안과 마고라는 젊은 커플 관계와 층을 이루며 맞물립니다. 여기에 빅토르가 젊은 시절 마리안을 연기하는 마고에 연정을 갖게 되면서 진짜와 가짜, 연기와 진심, 현실과 허구의 이중적 상황이 캐릭터들의 갈등과 변화를 끌어내고 있지요.
   
   배종옥 마리안 역을 맡은 화니 아르당은 굉장히 화려한 외모를 가진 배우인데, 연기가 물이 올랐더군요. 특히 영화 뒷부분에서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남편은 무기력하고 아들은 떠나고…”라며 회고하는 장면의 연기는 압권이었습니다.
   
   신용관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내영화제로 프랑스판 아카데미로 불리는 세자르 영화제에서 이 영화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촬영상 등 11개 부문 후보에 올라 각본상, 여우조연상(화니 아르당), 미술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배종옥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안정적으로 모두 좋았습니다.
   
   신용관 혹시 본인의 ‘벨에포크’를 꼽으신다면?
   
   배종옥 저는 30대 중반을 꼽겠습니다. 여러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드라마 <거짓말>, <바보 같은 사랑> 등을 찍으며 배우로서 한창 열심히 일하던 시기였습니다.
   
   신용관 세월이 참 빠르지요(웃음). 제 별점은 ★★★☆. 한 줄 정리는 “당신의 벨에포크는 언제인가요?”
   
   배종옥 저는 ★★★★. “꼭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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