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중부 해안도시 프리모슈텐의 해변을 찾은 사람들. ⓒphoto 이경민
크로아티아 중부 해안도시 프리모슈텐의 해변을 찾은 사람들. ⓒphoto 이경민

6월, 크로아티아에서 본격적인 여름 휴가시즌이 시작됐다. 6월 들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제로(0)로 유지되는 등 진정국면에 들자, 봉쇄 조치로 굳게 닫혀 있던 국경이 다시 열렸다. 크로아티아 정부가 최근 외국인 관광객 입국을 허용하면서 인근 지역에서 크로아티아 해안을 찾아오는 관광객이 많아졌다.

위 아래로 길게 뻗은 나라의 서쪽면이 전부 아드리아해와 맞닿아 있는 크로아티아. 바다를 접한 지역이 많고 일조량이 풍부하기 때문에 동유럽 사람들이 즐겨 찾는 여름 휴양지다. 특히 내륙국가인 오스트리아, 체코부터 독일, 슬로베니아까지 인접 국가의 사람들이 여름의 크로아티아를 즐기러 찾아온다.

(좌)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바다 중 하나로 꼽히는 크로아티아 브렐라 해변. ‘소나무 해변’으로 유명하다. (우) 브렐라 해변에 누워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완화된 후 관광객이 늘었다. ⓒphoto 이경민
(좌)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바다 중 하나로 꼽히는 크로아티아 브렐라 해변. ‘소나무 해변’으로 유명하다. (우) 브렐라 해변에 누워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완화된 후 관광객이 늘었다. ⓒphoto 이경민

지난주 아드리아 해를 따라 남북으로 길게 뻗은 달마치야(Dalmacija) 해안지방을 찾았을 때, 도로에서 폴란드·슬로베니아·독일·오스트리아·체코 등 유럽국가의 번호판을 단 차량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크로아티아어만 들리던 관광지에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까지 들려오기 시작했다. 관광업을 생업으로 삼던 크로아티아인들의 얼굴에도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좌) 크로아티아 최고의 휴양지로 꼽히는 항구도시 스플리트. (우) 해변이 아름다운 도시 바슈카 보다. ⓒphoto 이경민
(좌) 크로아티아 최고의 휴양지로 꼽히는 항구도시 스플리트. (우) 해변이 아름다운 도시 바슈카 보다. ⓒphoto 이경민

지난 6월 11일(현지시각) 크로아티아 인접국인 슬로베니아가 유럽연합(EU) 가입국 중 가장 먼저 ‘코로나 19 종식’을 선언했다. 크로아티아 정부는 조금 더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공식적인 종식선언을 하지 않았다 뿐이지 크로아티아 사람들은 대부분 ‘이제 코로나19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크로아티아 사람들은 정부가 질병 앞에 얼마나 대처를 잘했는지, 본인들이 생활 속 거리두기 수칙과 방역수칙을 얼마나 열심히 지켰는지에 대해서 자랑스럽게 말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내가 본 크로아티아 시민들은 코로나19가 유럽지역에 발병하기 시작할 때부터 마스크를 구해 열심히 끼기 시작했고, 생활 속 거리두기도 잘 지키며 살았다. 정부와 민간의 빠른 초기 대응으로 여타 유럽 지역에 비해 낮은 사망자 수를 보였다.

(좌) 6월 중순만 해도 거리에 마스크를 쓴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최근 다시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기 시작했다. (우) 마스크를 쓰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크로아티아 사람들 ⓒphoto 이경민
(좌) 6월 중순만 해도 거리에 마스크를 쓴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최근 다시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기 시작했다. (우) 마스크를 쓰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크로아티아 사람들 ⓒphoto 이경민

하지만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렸던 것일까. 6월 말부터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발생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코로나19가 소강상태를 보이다 교회·물류센터 등을 중심으로 지역감염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6월 25일 기준 크로아티아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95명. 3월 말과 4월 초 확진자가 급격하게 증가하던 것과 비슷한 수치다.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이긴 줄로 알았던 크로아티아 정부는 확진자 재발에 깜짝 놀랐다. 결국 6월 25일 0시부터 모든 대중교통 운전자와 승객에게 마스크를 착용을 의무화했다. 독일, 체코 처럼 더욱 강화된 생활수칙을 도입한 것이다.

(좌) 아드리아 해의 흐바르 섬. 아드리아 해상에서 가장 긴 섬이다. (우) 예년 같았으면 섬 곳곳이 관광객 인파로 북적였겠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한산했다. ⓒphoto 이경민
(좌) 아드리아 해의 흐바르 섬. 아드리아 해상에서 가장 긴 섬이다. (우) 예년 같았으면 섬 곳곳이 관광객 인파로 북적였겠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한산했다. ⓒphoto 이경민

예년 같았으면 관광객이 몰려 볼거리보다 사람에 치였을법한 관광지는 여전히 한산하다. 여행 통제는 해제됐지만 끝나지 않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으로 인해 여행을 오는 사람들이 현저히 줄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생활하기에 불편하고 힘든 점이 많지만, 뜻밖에 한 가지 좋은 점을 발견했다. 아름다운 크로아티아의 풍경을 인파의 방해 없이 오롯이 즐길 수 있다는 것! 여느 때 같았으면 사람들이 북적댔을 관광지도 느긋하게 다니며 마음껏 구경하다보면, 행복은 여유에서 오는 게 아닐까란 생각마저 들 정도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어 크로아티아도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으면 하는 마음이 크지만, 지금 이 순간도 이대로 즐기며 사는 것, 그게 인생 아닐까!

크로아티아의 소도시 마카르스카. 한국에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한 번 가본 사람은 한 눈에 반한다는 매력적인 도시다. ⓒphoto 이경민
크로아티아의 소도시 마카르스카. 한국에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한 번 가본 사람은 한 눈에 반한다는 매력적인 도시다. ⓒphoto 이경민

저자 소개

조선일보 영상미디어그룹 사진기자로 다년간 활동했다. 2017년부터 사진스튜디오 '블루모먼트'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크로아티아를 중심으로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

이경민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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