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신체 부위 중 어딘가가 아프면 으레 그 부위가 약하기 때문에 아프다고 생각한다. 목이 아프면 목이 약해서 아프고, 어깨가 아프면 어깨가 약해서 아프다고 말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약한 곳이 아프기 쉽다. 몸 안팎에서 오는 다양한 자극과 저항에 취약니까 더 쉽게 아플 수 있다. 하지만 ‘아프니까 약한 것’이라고 말하는 건, 폭력 사건 피해자에게 “넌 약해서 당한 거야”라고 하는 것과 같다. 인과관계가 딱 들어맞는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몸에 고통을 불러온 원인들은 대개 잘 드러나지 않는다. 보통의 통증은, 해당 부위가 다른 곳 보다 더 많이 일하고 사용됐을 때 오는 경우가 많다. 기능이 떨어져 제대로 일하지 않은 주변 근육과 관절이 문제의 원인이자 가해자인 셈이다.

많은 현대인들은 허리와 어깨, 목 등에 통증을 달고 산다. 오래 앉아있고,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생활습관으로 인한 고질병이다. 그런데 통증 부위를 무조건 움직이며 운동하는 게 과연 정답일까?

허리만 놓고 보자. 허리 통증을 겪는 사람들은 대게 허리가 약하다는 생각을 한다. 때문에 이 부위와 복부 근육을 강화하기 위해 허리 운동 혹은 복근 운동을 하기로 맘 먹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허리는 피해자인 경우가 더 많다. 허리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움직이고, 허리가 하지 않아도 될 움직임마저 허리로 대신하고 있기 때문에 아프기 시작한 것이다.

장시간 앉아 있으면 골반 주변의 근육은 체중을 떠받치는 일을 하지 않게 된다. 그저 골반 뼈 위에 척추가 얹혀 쌓여 있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걷거나 달릴 때처럼 능동적으로 근육을 움직이거나 골반과 허리 주변을 안정시킬 필요가 없다. 만약 척추를 본래 모습대로 가지런히 세우고 앉는 게 아니라 뒤로 한껏 눕거나, 앞으로 기대어 앉는다면 허리는 앞 혹은 뒤쪽으로 과도하게 눌린 상태로 장시간 있게 된다. 부적절 자세에서 체중을 떠받치게 된 허리에 가해지는 불필요한 스트레스는 커진다.

이런 상태에서 과도한 운동을 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골프 같은 입체적인 회전 움직임을 동반하는 동작을 하면 허리는 더 혹사당하기 마련이다. 허리를 젖히거나 구부리기를 반복하는 운동도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피곤하고 지친 허리는 탈진상태에 이르고 만다. 그리고 몸은 우리에게 신호를 보낸다. “좀 적당히 해라….”

뻐근하든, 콕콕 쑤시든, 시리든 어떤 종류의 불편한 감각이 시작된다. 자세가 바뀌고 신체활동이 바뀌어도 이런 감각이 지속된다면 우선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척추 뼈 주변의 조직들, 예를 들어 인대나 추간판 등의 손상 여부를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병원 진료에서도 문제가 없는데 시시 때때로 불편하다면 이제 피해자인 허리를 달래 줄 때다.

허리(요추) 뼈의 이미지. ⓒphoto 이우제 제공
허리(요추) 뼈의 이미지. ⓒphoto 이우제 제공

허리는 척추 중 제일 아래 쪽에서 상체의 무게를 온전히 받아 골반으로 연결하는 부위다. 따라서 허리는 큰 움직임이 있는 곳은 아니다. 허리 뼈의 형태를 봐도 그렇다. 뼈 두께가 크고 두꺼우며 위 아래 뼈가 맞물려 있는 모양이다. 많은 움직임을 소화하기 보다는 체중을 잘 떠받치고 안정감 있게 자리를 지키는 데 적합하다.

피해자가 되어버린 허리를 달래는 운동은 허리 자체를 움직여 강화하는 방식이어선 안 된다. 허리 움직임을 최소화하면서 위치를 지키고 자주 사용하지 않았던 인접한 다른 부위를 움직이는 방식이 좋다.

가장 좋은 운동이 코어운동이다. 허리의 위치를 지키면서 움직임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사지를 자유롭게 움직이는 연습이다. 물론 이때 좋은 호흡 패턴도 지켜야 한다. 코어운동은 단순한 복근운동이 아니다. 대표적인 코어운동에는 세계적인 척추 생체역학자인 스튜어트 맥길 박사가 추천하는 ‘버드 도그’란 동작이 있다.

★허리를 달래는 코어운동 : 버드도그

1. 네발로 기어가는 자세를 만든다. 어깨 아래에 손이, 골반 아래에 무릎이 오도록 한다. 손목이 아프다면 푸쉬업 바와 같은 도구를 사용해도 좋다. 주먹을 쥐고 해도 된다.

2. 동작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척추 정렬을 바르게 만든다. 허리를 젖히지도 구부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허리 둘레로 몸통이 고르게 부풀도록 호흡을 한다. 머리부터 엉덩이까지 곧게 일직선으로 연결되도록 자세를 취한다.

 ⓒphoto 이우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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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허리 움직임 없이 왼손-오른발을 앞뒤로 뻗는다. 높이 들어올리는 게 아니라 앞뒤로 멀리 뻗는다는 느낌으로 한다. 무리하지 말고 척추에 움직임이 없이 동작할 수 있는 범위까지만 움직인다.

 ⓒphoto 이우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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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뻗었던 팔-다리를 가져와 손과 무릎이 서로 닿게 한다. 그리고 다시 3번의 움직임을 반복한다.

 ⓒphoto 이우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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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조절할 수 있는 범위에서 호흡을 유지하며 반복하고 반대쪽으로도 수행한다.

이와 같은 코어운동은 얼마나 자주 하느냐보다, 한 번 할 때 정확하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정확하게 조절된 상태로 최대한 자주 해야 한다. 버드 도그와 같은 코어운동보다 더 강력한 것을 원한다면 유명한 플랭크가 있다. 플랭크를 할 땐 가만히 버티는 플랭크를 무한 반복하기 보다는 움직임을 조금씩 추가해보는 것도 좋다. 플랭크 상태에서 팔이나 다리를 들어본다든지, 플랭크 상태에서 옆이나 앞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척추 정렬을 유지한 상태에서 부하를 견디며 사지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연습이 될 수 있다.

코어운동의 관건은 허리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면서 사지를 점점 폭넓게 사용하는 것이다. 허리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반사적으로 복부 근육과 허리 주변 근육이 반응하게 된다. 복부 근육과 허리 근육의 핵심은, 허리를 구부리고 젖히기에 앞서 허리를 안정적인 위치에서 견고하게 머무를 수 있도록 잡아주는 데 있다. 이 기능이 강화되고 나면, 차차 허리를 구부리고 펴는 동작을 점진적으로 해나가도 허리에 오는 과도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안정적인 허리는 고관절과 어깨의 자유로운 움직임에 필요충분조건이다. 허리를 피해자로 만들었던 고관절과 어깨의 뻣뻣하고 굳어 있는 상태를 마냥 풀어주기 전에, 좋은 코어운동으로 허리를 달래 보자. 허리가 편안해지면 활기도 돌아온다. 더 다양한 신체활동을 하는 데 있어 용기와 의욕도 생길 것이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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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제 퍼스널트레이너·요가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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