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음식을 배달하는 배달원. ⓒphoto 이경민
자전거를 타고 음식을 배달하는 배달원. ⓒphoto 이경민

크로아티아의 어느 시기엔 ‘부라(bura)’라는 강한 바람이 분다. 부라는 주로 봄이나 겨울에 흔하지만 연중 어느 때고 불어온다. 이 바람은 크로아티아 사람들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다. 달마치야 지역의 프로슈트(prsut) 햄 맛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고, 파그 섬 특산품인 파그치즈 특유의 짭짤한 맛을 강화하는데 보탬이 된다. 크로아티아 사람들이 사랑하는 식재료인 생선의 물량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해안 지방에 부라가 찾아오는 날이면 생선잡이 배가 바다로 나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출장차 두브로브니크에 머물던 어느 금요일, 간밤부터 불어 닥친 부라로 인해 피시마켓(fish market)이 썰렁했다. 평소 같으면 금요일 아침의 피시마켓은 생선과 해산물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크로아티아에서 ‘금요일은 생선을 먹는 날’이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무슨 이유로 이런 관습이 생겼는진 알 수 없지만, 데일리메뉴가 있는 레스토랑에서도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생선이 나온다.

부라가 오는 날이면 거센 파도가 일어 어선이 뜨지 못한다. ⓒphoto 이경민
부라가 오는 날이면 거센 파도가 일어 어선이 뜨지 못한다. ⓒphoto 이경민

스플리트의 피시마켓을 찾은 크로아티아 사람들. ⓒphoto 이경민
스플리트의 피시마켓을 찾은 크로아티아 사람들. ⓒphoto 이경민

크로아티아 사람들은 금요일에 생선요리를 먹는다. ⓒphoto 이경민
크로아티아 사람들은 금요일에 생선요리를 먹는다. ⓒphoto 이경민

금요일에 파는 생선이 가장 신선한 편이라 생선을 살 땐 금요일에 사는 게 가장 좋다. 해안도시인 두브로브니크의 인구수가 워낙 적다보니 피시마켓이라 해도 한국의 노량진 수산시장과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차이가 크다. 하지만 크로아티아 인근 국가인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같은 곳에 비하면 수산물이 다양하고 싸다.

크로아티아 사람들은 생선을 주로 그릴에 구워먹는다. 해산물은 튀기거나 각종 향신료를 넣고 끓여 먹는 조리법이 많다. 아드리아해에서 나오는 야들야들한 오징어를 튀긴 칼라마리, 홍합 같은 조개류를 향신료와 화이트와인을 넣어 뭉근하게 끓인 부자라(buzara)가 유명하다.

(좌) 발칸반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기요리 체바피. (우) 신선한 생선을 그릴로 구워 낸 생선구이. ⓒphoto 이경민
(좌) 발칸반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기요리 체바피. (우) 신선한 생선을 그릴로 구워 낸 생선구이. ⓒphoto 이경민

지금에야 요리 실력이 늘어 집에서 혼자 웬만한 요리를 뚝딱 만들어 먹지만, 처음 크로아티아에 와서 가장 적응이 어려웠던 것은 단연 음식이었다. 워낙 한식을 좋아했기에 더욱 고생을 했었던 것 같다. 크로아티아의 음식은 맛이 없지 않지만, 발칸 특유의 투박한 음식들이 내입에는 무겁게 느껴져서 즐길 수가 없었다(전적으로 주관적인 의견일 뿐이다!). 대체로 식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살리는 조리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고기나 생선은 간단히 간만 해서 굽고, 스프나 그 밖의 조리 요리들에도 다양한 식재료를 쓰지 않는다.

물론 처음 먹지만 ‘맛있다’고 느낌 요리도 있었다. 내륙 지방인 자그레브는 고기 음식이 발달했는데, 가장 대중적인 음식이 바로 체바피(cevapi)다. 다진 고기에 약간의 양념과 향신료를 추가해 그릴에 구운 것이다. 한국의 떡갈비와 맛이 비슷해 한국인의 취향을 저격한다.

트램이 많은 자그레브에선 자전거가 자동차보다 효율적인 운송수단이다. ⓒphoto 이경민
트램이 많은 자그레브에선 자전거가 자동차보다 효율적인 운송수단이다. ⓒphoto 이경민

자그레브에서 배달시켜 먹은 한국음식. 감동이었다. ⓒphoto 이경민
자그레브에서 배달시켜 먹은 한국음식. 감동이었다. ⓒphoto 이경민

홀로 타지에서 생활을 하다보면 처음엔 주로 밖에서 사먹다가 점차 집에서 요리해 먹는 빈도가 증가한다. 코로나19 사태는 더욱 본격적으로 ‘집밥’을 해먹게 하는 계기가 됐다. 물론 집밥 말고도 대안이 있다. 배달음식이다.

크로아티아에서도 배달 문화가 있다. 한국의 ‘배달의 민족’ ‘배달통’처럼 음식 배달 앱이 있다. 모바일을 통해 주문을 하면, 배달원이 자전거를 타고 배달해준다. 더러 전동 킥보드를 탄 배달원도 있지만, 자그레브나 두브로브니크는 골목이 많고 크지 않은 도시여서 주로 자전거를 이용한다. 자그레브는 트램 선로가 많아 자전거가 더욱 빠르고 편리하기도 하다. 스마트폰 배달앱 덕분에 손가락 하나로 자그레브에 위치한 두 곳의 한국식당 음식을 받아볼 수 있는 것이다. ‘배달음식의 천국’이라 불리는 한국에 비하면 식당의 수도 적고 음식 종류도 제한적이지만, 낯선 땅에서 고향 음식을 그리워하던 이방인이 행복과 만족을 느끼기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이경민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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