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 있거나 반복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일수록 목이나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은 목에 디스크가 오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을 하는데 불편함을 느낀다. 자세를 교정·관리하기 위해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을 찾지만, 필라테스나 요가, 1:1 개인지도 수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운동을 해도 불편함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우리가 하루 중 운동에 투자하는 시간은 많아야 1~2시간이다. 점심시간에 짬을 내어 운동을 하는 직장인이라면 어떨까. 운동 준비와 마무리 시간까지 고려한다면 실제 운동시간은 1시간이 채 안 된다. 24시간 중에 1시간은 정말 짧은 시간이다. 주 단위로 확장해보면 더 명확해진다. 주 3회 운동을 하는 경우 일주일을 통틀어 3시간 밖에 안 되는 셈이다. 일주일에 3시간. 이 시간이 과연 우리 몸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

결국 우리의 몸 상태는 ‘운동을 하지 않는 23시간’에 달려있다. 근무시간 내내 모니터를 보기 위해 구부정한 자세로 일을 하거나, 한쪽으로 기댄 자세로 반복적으로 일을 한다면 불편함과 피로감은 계속 될 수 밖에 없다. 운동하지 않는 23시간동안 조금이라도 좋은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운동효과를 오래 유지하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다.

좋은 자세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좋은 자세’라 하면 허리를 반듯하게 세우고 정면을 바라보며 앉거나 선 상태라고 생각할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자세를 가만히 오래 유지한다면 온 몸이 뻐근하고 결리긴 마찬가지다. 인간은 식물이 아니다. 인간은 자유롭게 움직이며 다양한 신체활동을 해야 하는 동물이다. 인간에게 ‘좋은 자세’란 ‘고착되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자세로 고정되어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진짜 좋은 자세다.

나와 오래 1:1 수업을 해온 A씨의 사례다. A씨는 허리와 목 디스크가 있어 잦은 통증을 호소했다. 경미한 수준의 척추 측만도 있어서, 야근을 하는 날이면 다음날 아침까지도 목과 허리가 뻐근하고 팔 다리가 저렸다. 병원에서 주사치료, 도수치료를 병행했지만 통증을 완전히 개선하진 못 했다. 맞추형 운동을 하면서 예전보다 목과 어깨의 가동범위도 커지고 허리 상태도 좋아졌지만, 일을 하면서 누적되는 피로를 어쩔 순 없었다.

A씨의 경우, 근무시간 중 몸 상태에 대한 개선이 더 시급했다. 이때 주목한 부분이 그의 ‘사무 환경’이었다. 일반 사무직이었던 그는 근무시간의 대부분을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 작업을 하고 전화를 받았다. 그의 작업환경을 들여다보니 자주 사용하는 전화기가 오른쪽에 있어 습관적으로 오른쪽으로만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모니터도 오른편에 치우쳐 있어 자신도 모르게 왼쪽 팔에 기대어 일을 하기 쉬운 환경이었다. 문제 개선을 위해 두 개의 모니터 위치를 평소보다 왼쪽으로 이동하고, 자주 사용하는 전화기도 반대로 옮겼다. 모니터 높이는 시선이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만큼 높였으며, 키보드는 상체를 앞으로 숙이지 않아도 될 만큼 가까이 당겼다. 결과는 생각보다 성공적이었다. A씨는 환경 개선 전보다 훨씬 피로감이 줄었다. 운동을 마치고 다음 번 운동까지의 컨디션도 상대적으로 잘 유지됐다. 평소 자신의 몸이 얼마나 굳어 있었는지 여실히 깨달은 그는 이후 일주일 단위로, 길어도 한달 단위로 책상 위 사무환경을 바꿨다. 평소 근무할 때에 타이머를 맞춰 두고 30분에서 1시간마다 일어나서 몸을 움직이는 습관도 만들어갔다.

평소 내가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환경을 바꾸는 작업은 어색하고 번거롭다. 하지만 우리 몸의 근골격계 및 근신경계를 고려할 때 새로운 환경은 몸에 변화를 줄 수 있고, 깨어 있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늘 같은 동작만 반복하면 사용하지 않은 움직임은 점차 사라진다. 현대인은 실제로 많은 움직임을 잃어가고 있다. 시간이 갈 수 록 우리의 움직임이 둔해지고 뻣뻣해지는 것은 단순 노화 때문 만이 아니라, 늘 같은 움직임과 자세만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잃어버린 움직임을 되찾기 위해선 몸이 최대한 다양한 움직임을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어색한 움직임을 익히고 개선하는 게 우리가 운동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운동하는 시간은 내 몸을 움직이는 방법을 배우고 연습하는 시간이다. 운동하지 않는 나머지 시간은 운동하는 동안 익힌 움직임이 사라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 동안 최대한 고착되지 않은 상태로 있으면서, 운동으로 익힌 움직임이 일상에 녹아 들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당연시 여기던 생활환경, 업무환경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나를 움직이지 않게 만드는 요소 혹은 나를 한 자세로만 몰아넣는 요소를 제거하고 수정해야 한다. 상쾌한 몸 상태를 유지하는 습관은 23시간을 관리하는 데서 시작한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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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제 퍼스널트레이너·요가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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