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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로아티아 살아보기]  셧다운 해제 이후, 크로아티아인들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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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생활
[2625호] 202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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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살아보기]셧다운 해제 이후, 크로아티아인들이 변했다

▲ 마스크를 벗은 채 일상을 보내는 크로아티아 사람들. photo 이경민
지난 주말 자그레브 옐라치치 광장에서 약 3000여명의 인파가 집결해 정부의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오시예크, 두브로브니크, 스플리트, 자다르, 리예카 등 크로아티아 각지에서 모여든 참가자들은 이런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마스크를 벗고, 텔레비전을 끄고, 자유로운 삶을 살자!”
   
   곳곳에선 “코로나는 거짓말”이란 다소 과격한 문구도 눈에 띄었다.
   
   
▲ 자그레브 옐라치치 광장에 나와 ‘노 마스크’를 외치는 시위대. photo 이경민

▲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시위대 참석자들. photo 이경민

   시위에 참석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구호를 외쳤다. 심지어 부모를 따라 나온 듯한 어린 아이도 ‘노 마스크(no mask)’였다. 이날 시위에 참석한 사람들은 크로아티아에서도 일부였겠지만, 크로아티아 내에서 코로나19 사태를 대하는 시각의 전환점처럼 느껴졌다. 크로아티아 사람들은 그동안 코로나19 사태에 있어 타 유럽국가 사람들에 비해 조심성을 많이 보여 왔다.
   
   크로아티아는 유럽 내에서 코로나 상황에 모범적으로 잘 대처한 국가 중 하나로 꼽혀왔다. 지난 6월 중순까지 확진자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휴가철 국경개방 후 인근 유럽 국가에서 크로아티아 바다를 찾는 여행객들이 몰리면서 확진자가 대폭 늘었다.
   
   
▲ 옐라치치 광장을 가득 메운 코로나19 정책 반대 시위대. photo 이경민

   국경개방은 크로아티아 정부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관광산업, 서비스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여름 성수기 관광산업을 놓치면 국가자본의 유동성 위기 및 대규모 실업사태에 직면할 것이 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소 성급한 결정이었는지, 지금은 하루에 100~300여명 꾸준히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인구 420만 명의 낮은 인구밀도를 고려하면 높은 수치다.
   
   
▲ 셧다운 해재 후 원래 모습을 되찾은 크로아티아 거리와 트램. photo 이경민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사람들이 심리적으로도 많이 지쳐가고 있다. 천성이 느긋하고 낙천적인 크로아티아 사람들이지만 초유의 팬데믹 장기화 앞에선 똑같은 듯하다. 그래서일까. 요즈음 자그레브 도심의 여러 공원들에서는 평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들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공원들에서 예전처럼 크고 작은 야외 이벤트가 생기기 시작했다. 푸드 코트가 펼쳐진 햄버거축제, 야외에서 저녁마다 영화를 상영하는 행사, 아이들이 맘껏 뛰어 놀 수 있는 놀이시설과 캠핑하는 분위기에서 음료와 스낵을 즐길 수 있는 행사…. 곳곳에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눈에 띄긴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마스크를 하지 않은 상태로 야외 행사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3월부터 지난 5월 중순까지 이어졌던 셧다운 기간과 비교하면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변화다. 셧다운 기간엔 마트에서 장을 볼 때도 마스크에 장갑까지 준비했고, 도심을 지나는 트램 역시 (운행 중단 직전엔) 텅 비어 있었다. 지금은 거리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마스크를 쓴 사람보다 더 많다.
   
   부주의한 것처럼 보이지만, 크로아티아 사람들은 이 끝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대하는 방식을 조금 바꾸기로 한 듯하다. 두려움에 떨며 집에 머물기만 보다는 일상의 기쁨을 누리고 즐기기로 결심한 것 같다.
   
   
▲ 코로나19 확진자가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예전처럼 야외 행사를 시작한 자그레브의 도심공원들. photo 이경민

▲ 밤 거리의 일상을 즐기는 사람들 photo 이경민

   “우리 와이프도, 나도 이미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어. 이 아름다운 계절에 바이러스만 두려워하며 집에만 있고 싶지는 않아. 내 삶이 언제까지 일지 알 수 없으니까. 늘 그랬던 것처럼 아침마다 시장에서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사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여기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고, 오랜 친구들과 인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내게는 큰 기쁨이야. 물론 바이러스가 두렵고 조심해야겠지만, 이 기쁨을 미뤄두고 싶지 않아.”
   
   자그레브 돌라츠 시장 앞 카페에서 손님으로 자주 마주치는 어르신 슬라브코씨의 말에서 크로아티아 사람들이 갖고 있는 요즘의 정서를 느낄 수 있었다. 요즘의 크로아티아 사람들은 아이들도 어른들도 건강하게 뛰어 노는 게 더 중요하고, 그런 건강한 삶에서 바이러스를 이겨 낼 수 있다고 믿기 시작한 것 같다. 확진자가 꾸준히 나오는 이 시국에 이렇게 해도 되나 싶기도 하지만, 막상 눈앞에 펼쳐진 아기자기한 일상의 풍경들을 보고 있자면 걱정보다는 마음속에 여유가 생기고 만다.
   
   “그래. 이런 게 정말 사람답게 사는 풍경이지. 사상 초유의 코로나 사태가 우리에게서 작은 일상의 행복들을 그간 많이도 앗아 갔었구나.”
   
▲ 공원에서 마스크 없이 뛰어노는 크로아티아 아이들. photo 이경민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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