늠름한 미남 케빈 코스트너(65)는 여전히 무뚝뚝하게 느껴질 정도로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가끔 엷은 미소를 지어가며 침착하게 대답했다. 파라마운트 네트워크의 인기 시리즈물인 현대판 서부극 ‘옐로스톤’을 제작하고 주연도 맡은 코스트너와 최근 영상 인터뷰를 했다. ‘옐로스톤’은 몬태나주의 대목장 소유주인 존 더튼 일가의 가족 간 갈등과 목장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그린 작품. 코스트너는 감독 데뷔작이자 주연도 겸한 ‘늑대와 춤을(Dances with Wolves)’로 아카데미 작품과 감독상 등을 탄 바 있다. 코스트너는 이 작품을 비롯해 여러 편의 서부극에 나왔는데 실제 콜로라도주 아스펜에 있는 자신의 목장에서 살고 있다. 코스트너는 LA에서 북쪽으로 차로 2시간 정도 걸리는 샌타바버라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코스트너는 11월 6일에 개봉한 스릴러 ‘렛 힘 고(Let Him Go)’에도 주연으로 나온다.

- ‘옐로스톤’은 땅의 유산에 관해 언급하는데 땅에 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떤지. “미국의 중점 요소는 늘 땅이었다. 유럽에서 미국으로 온 사람들은 그들이 가져보지 못한 광활한 땅을 찾아온 것이다. 땅과 함께 또 다른 중요한 것이 물이었다. 그리고 강인하고 무자비하며 또 영리한 자들은 이 땅을 찾아 법이 없는 서부로 몰려와 원주민 인디언들의 땅을 빼앗은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땅을 둘러싸고 서로 다퉜다. 더튼의 목장도 5세대에 걸쳐 내려온 것으로 ‘옐로스톤’은 매우 폭력적인 멜로드라마다. 땅은 지금도 여전히 미국의 중심 문제이다. ‘옐로스톤’은 땅과 함께 환경과 원주민 인디언들의 문제도 다루고 있다.”

- 목장을 소유한 당신은 정부의 규제에 시달린 적이 있는가. “어느 정도 그런 경험이 있다. 땅을 소유해도 모든 것을 자기 하고픈 대로 할 수는 없다는 걸 깨닫게 됐다.”

- 정부가 점점 환경보호에 대해 소홀히 한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환경보호에 대해 소홀히 하는 정부의 시책에 반대한다. 물과 땅은 정성껏 다뤄야 한다. 지금 미국에는 3억명이 사는 반면 천연자원과 자산에는 한계가 있다. 20세기 초에 테디 루스벨트 대통령이 국립공원을 지정한 것도 이 아름다운 땅을 보호하고 미래 세대가 즐기도록 하기 위해 취한 조치다. 자연보호는 무엇보다 상식에 따라 행해져야 한다.”

- 올해로 영화 ‘늑대와 춤을’이 개봉 30주년을 맞는데 소감은. “내가 그 영화를 만들려고 하자 많은 사람이 내 돈을 들여가며 원주민 미국인들에 대한 얘기를 만드는 것은 시간과 돈의 낭비라고 말했다. 나는 내가 중요하다고 느끼는 얘기를 세상에 알리려고 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판단은 세상에 맡기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관객들이 재미있게 즐기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 관객들을 훈계하지 않고 그들이 어둠 속에서 재미의 가치를 발견하도록 하기 위해 진력했다. 다행히 영화는 크게 성공했다. 하지만 그 성공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는 않는다.”

- 지금도 당신 돈을 들여 영화를 만들 생각이 있는가. “물론이다. 나와 아내의 돈으로 ‘블랙 앤드 화이트’라는 영화를 만들었다. 흑인들이 사는 LA의 컴튼과 백인들이 사는 비벌리힐스를 둘러싼 인종차별에 관한 내용이다. 인종차별에 관한 매우 정직한 영화로 사람들이 봐주기를 바란다.”

‘옐로스톤’ 시즌3의 한 장면.
‘옐로스톤’ 시즌3의 한 장면.

- ‘옐로스톤’은 미국 남자들의 남성적인 면과 카우보이들을 둘러싼 신비성을 다루고 있는데 그런 면이 지금도 여전히 있는가. “그렇다. 사람들은 지금도 미 전역에서 말을 탄 채 가축을 키우고 있다. 그것은 신화가 아니라 사실이다. 과거 카우보이 세상에 뿌리를 둔 독립적인 작업방식이자 사고방식이다. 그들은 아직도 밧줄을 사용해 작업하고 있다. 현대판 카우보이들은 지금도 존재하고 있는데 그들은 고집불통이요 물리적이며 정상적인 규칙을 따르려고 하지 않는다. 극적 사실감을 북돋우기 위해 산과 강과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몬태나주의 비터루트 계곡에서 ‘옐로스톤’을 찍었다. 거기서 촬영하면서 매일같이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을 생각하곤 한다. 나는 그곳을 에덴동산이라고 부른다. 그곳에서 매일 아침 일어나 작업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 당신은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JFK’에 나왔는데 스톤은 어떤 사람인가. “그는 진정한 목소리요 진정한 힘의 집합체다. 그는 자기가 하고자 하는 것을 정열적으로 믿는 사람이다. 그와 함께 일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에게 많은 것을 배웠는데 이는 내 삶에 있어 매우 긍정적인 부분이 되었다.”

- 영화와 TV가 대중의 의견과 마음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정직하다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진실을 위한 변화란 좋은 것이다. 우리의 역사를 돌아보면 잘못된 것도 많이 있다. 하지만 부끄러워하거나 없애려고 하지 말고 거기서 무언가를 배우도록 해야 한다. 우리의 잘못을 제거하는 것은 역사를 제거하는 일이다. 사람들은 잘못을 깨닫고 그로부터 성장하는 것이다. 우리는 결코 완전한 존재가 아니다. 이기적이요 오만하며 때론 비천하다. 하지만 그와 함께 위대해질 수도 있다고 믿는다. 역사로부터 옳은 것만 취한다면 그것은 역사를 잊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영화란 좋은 역사 공부의 매체가 되어 사람들의 의견과 마음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요즘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국적인 반인종차별 운동에 관해 당신은 자녀들에게 어떻게 설명하는가.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배운다고 생각한다. 나는 10살과 11살 그리고 13살의 아이들에게 기록영화를 보여주면서 그 문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진실을 알려줘야 한다. 이 문제는 400년이 된 것으로 어른들은 거울을 자기 앞에 들고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봐야 한다. 아울러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가르쳐줘야 한다.”

- 현재 ‘옐로스톤’ 세 번째 시리즈가 방영 중이고 네 번째 시리즈도 만들 예정이라고 들었는데 사실인지. “TV 시리즈에 나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난 영화나 시리즈를 똑같이 취급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다소 지나치게 심각할 정도로 정확하고 완벽하게 준비하려고 애쓴다. 그것이 늘 일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네 번째 시리즈가 만들어질지는 지금으로선 확실히 답을 할 수가 없다.”

- 바쁜 영화인의 삶을 살면서 자녀들을 비롯한 가족과의 관계는 어떤지. “장성한 아이들은 각기 자기들이 하는 일이 따로 있다. 시간이 나면 세트에 들러 나와 만나지만 촬영에 대해선 금방 싫증을 느낀다. 자기가 연기하기 전엔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나를 찾아오지 않으면 내가 찾아간다. 아이들은 나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일을 사랑하지만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가 아니라 가족이다. 사람들은 나를 영화와 인터뷰를 통해 알지만 그 속의 나와 실제의 나는 생활방식이 다르다. 아이들이 묻기 전에는 내 직업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친구들과도 영화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 난 누군가가 거론하기 전엔 나를 배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일단 일을 하면 거기에만 매달린다. 영화에 대해 감사하는 것은 그것을 통해 내 사고가 진화했다는 것과 많은 여행을 하면서 미국의 아름다움과 나와 다른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목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 아내가 당신의 삶을 어떻게 충족시켜 주는지. “나는 아내(전직 모델이자 핸드백 디자이너인 크리스틴 바움가르트너)가 친절하고 아름다워 사랑에 빠졌다. 난 과거 한 번 결혼한 적이 있어 다시 할 생각이 없었으나 아내는 외모뿐 아니라 여러 면에서 나의 관심을 끌어 6년간의 데이트 끝에 결혼했다. 아내는 아이를 가지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나는 이미 아이들이 있어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아내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우리 관계가 계속되지 못하리라는 것을 깨닫고 아이를 가지기로 결심했다.”

박흥진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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