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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3호] 202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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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통신]미 여권운동 선구자 글로리아 스타이넘 “내가 변화를 만드는 방법”

LA= 박흥진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회원 

미국 여권운동의 선구자요 여성잡지 ‘미즈(Ms.)’의 공동 창간인인 글로리아 스타이넘(86)과 영상 인터뷰를 했다. 스타이넘은 자신의 생애를 다룬 영화 ‘더 글로리아스’의 홍보를 위해 LA 자택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여류감독 줄리 테이머가 만든 이 영화는 스타이넘의 책 ‘더 라이프 온 더 로드’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영화에서 20~30대의 스타이넘은 알리시아 비칸데르더가, 40대부터 현재까지의 스타이넘은 줄리안 무어가 각각 맡아 연기한다. 이 밖에도 두 소녀 배우가 어린 시절의 스타이넘을 연기한다. 90세 가까운 나이에도 정정한 모습의 스타이넘은 오른손으로 제스처를 써가며 침착하면서도 활기차게 질문에 대답했다.
   
   
   - 최근에 87세로 사망한 연방대법원 판사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와 가까운 사이였다고 들었다. 긴스버그 역시 여권과 민권 신장에 심혈을 기울였는데. “우린 나이가 거의 같아 친구 사이로 지냈다. 최근엔 자주 못 만났지만 우리는 여권운동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난 지금도 그의 대법원 사무실에서 함께 차를 마신 것을 기억한다. 그가 결코 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부음을 듣고 마음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다. 그의 죽음을 맞아 우린 할 일이 있다. 과연 루스(긴스버그의 애칭)라면 어떻게 했을까라고 물으면서 그를 우리들의 삶 속에서 살아 숨쉬게 하는 것이다.”
   
   - 이 영화를 통해 여성들에게 해줄 얘기는 무엇인가. “감독을 맡은 줄리 테이머와 나는 영화에서 멋진 여자를 표현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우린 여성에 대한 편견과 난관 속에서 우리가 사랑하고 염려하는 것을 얘기하고자 했다.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자신의 평범한 일상사를 믿고 얘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난 결코 운동가요 조직가가 되도록 훈련받은 것이 아니다. 다만 평화롭게 글을 쓰는 언론인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변화를 요구하는 무언가를 보고 그것을 위해 행동하다 보면 점차 조직가가 되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같은 운동을 하는 친구와 동지를 만나게 되고 그들과 한 가족이 되는 것이다. 이보다 더 보람된 일도 없다.”
   
   - ‘이것이 바로 나이며, 이곳이 내 현 위치’라고 깨달은 때는 언제인가. “대학을 졸업하고 인도에 갔을 때다. 거기서 나는 세계가 미국과 같지 않다는 것을 배웠다. 미국이라는 틀 속에서 밖으로 나온 것이다. 그때 경험이 세계를 내게 소개해줬고 아울러 여권운동과 독립운동에도 눈을 뜨게 했다. 모닥불에 둘러앉아 얘기하는 사람들이 자기 나라의 역사를 바꿀 수 있다면 왜 우리나라라고 못 하겠느냐고 생각했다. 인도에 갔던 것이야말로 매우 중요한 경험이었다.”
   
   - 당신은 1950년대에 여학생만 다니는 스미스대학을 나왔는데 남녀공학보다 좋다고 보는가. “그렇다. 교실 분위기가 남녀공학과는 다르다. 또 배움에 더욱더 집중할 수가 있다. 이런 생각은 과거보다 지금 와서 더 분명한데 왜냐하면 내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급우들이 전부 백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자 학장에게 ‘왜 흑인 학생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검둥이 여학생 입학 문제는 매우 심각한 것’이라는 답을 했다. 그는 이어 ‘검둥이 남자들은 대학에 들어올 만큼 충분한 교육을 받은 사람이 많지 않다’고도 했다. 이제 스미스대학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 영화 ‘더 글로리아스’에서 40대 이후의 스타이넘으로 분한 줄리안 무어.

   - 자신의 얘기를 그린 영화를 본 소감은 어떤가. “영화를 보면서 어떻게 테이머가 내가 책에 쓰지도 않은 일까지 묘사할 수 있었는지 내내 궁금했다. 영화에서 인도를 방문한 내가 기차 3등칸에 앉아 인도 여인들과 대화하는 장면은 책에는 안 썼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이어서 테이머가 나와 초현실적 현상을 통해 대화를 나눈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신경쇠약증을 앓는 어머니와 부대끼는 모습을 보면서 고통스러운 과거가 생각나기도 했다. 어머니는 엄청난 지혜와 재주를 지녔는데도 당시 사회 상황으로 인해 그것을 못 살리고 말았다. 모든 가족은 다 이와 유사한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 당신은 요즘 영화와 무대, 그리고 TV에 나오면서 대중의 우상이 되다시피 했는데 그런 매체를 떠난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난 우상이 아니라 당신과 같은 사람이다. 당신이 자신을 우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테이머가 만든 영화의 소재가 된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하고 있다. 난 ‘프리다’와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등 테이머의 모든 영화를 사랑한다. 그가 내 얘기를 영화로 만든다고 했을 때 그를 전적으로 믿었다. 그는 감정적 진실을 아는 사람으로 내가 종이에 적을 수 있는 것보다 엄청나게 깊고 폭넓게 감정적 진실을 영화에서 드러내 보여주었다.”
   
   - 여권 신장을 위해 할 일은 무엇인가. “단합과 에너지 창출을 위해 행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의 경제적 재원과 격려를 사용해야 한다. 돈 가지고 죽을 일이야 없지 않은가. 변화를 위해 돈을 비롯해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써야 한다. 그렇게 하되 다른 사람들과 함께해야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 함께 활동하면 재미도 있다. 같이 춤추고 농담도 하면서 서로를 격려하면 기쁨을 찾게 될 것이다.”
   
   - 현 세대 여성을 어떻게 보는가. “그들을 보는 것이 즐겁다. 낙천주의자여서인지 그들이 서로 상대방으로부터 배울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사정이 아주 안 좋았다. 현대 여성들은 분노하고 있다. 왜 지금 변화가 안 일어나느냐고. 그래서 우리는 함께 뭉쳐야 한다. 난 현대 여성들에게서 미래를 본다.”
   
   - 당신이 ‘남자 없는 여자는 자전거 없는 물고기 같다’고 실제 말했는가.(이 말은 여자는 남자 없이도 완전하고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아니다. 오래전에 호주의 한 여성이 내게 보낸 말로 그 여자를 찾아내려고 몇 달을 애썼다. 아주 멋진 말이라고 생각한다.”
   
   - 흔히들 당신을 남자를 증오하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당신에게 남자는 어떤 존재인가. “사람들은 나를 남자를 너무 많이 사랑하는 것과 동시에 증오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무의미할 뿐이다. 남자도 사람이고 우린 다 사람이 아닌가. 그런 면에서 난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주기를 희망한다. 코로나19는 인종과 성과 계급과 국적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어떤 딱지를 붙이지 않는다.”
   
   - 일 외에 당신에게 기쁨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책상 앞에 앉아 노트에 기록하는 것이다. 난 아직도 노트를 사용한다. 그리고 집 부근 모퉁이에 있는 빵집에서 머핀을 사고 친구들을 보는 것도 즐겁다. 아무도 안 볼 때 음악에 맞춰 혼자 춤을 추면서 즐기기도 한다. 그리고 테이머를 관찰하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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