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겨울 생선으로 꼽히는 학공치. ⓒphoto 낚시춘추
대표적인 겨울 생선으로 꼽히는 학공치. ⓒphoto 낚시춘추

겨울에 맛있는 생선회 하면 방어나 감성돔을 꼽지만 나의 ‘최애 횟감’은 따로 있다. 그것은 학공치다. 학공치? 서울 사람들은 잘 모를 수 있지만 우리 바다에 흔한 물고기다. 바닷가 사람들은 자주 보고 즐겨 먹는다. 수백 마리씩 무리를 지어 떠다니기 때문에 쉽게 잡을 수 있다. 성장속도도 빨라서 1년 만에 20~25㎝로 성장하며 1년6개월이면 30㎝ 안팎까지 자란다. 다 자란 성체는 40㎝에 이른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공치’로 표기돼 있고 ‘아랫부리가 침과 같이 가늘며 그 길이는 3~4치이고, 윗부리는 제비부리와 같다. 빛깔은 희며 푸른 기미가 있다. 맛은 달고 산뜻하다. 8~9월에 물가에 나타났다가 다시 물러간다’고 쓰여 있다. 학공치란 이름은 주둥이 끝이 학의 부리처럼 붉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고 꽁치와 닮았다고 ‘학꽁치’라고도 부른다. 학공치, 학꽁치 모두 표준말이다.

학공치는 수면을 떠다니는 생선 중에선 보기 드물게 흰살 생선이다. 살이 단단해서 식감이 좋고 맛이 순하면서 상쾌하다. 그러나 정약전이 흑산도에서 본 학공치는 맛이 제대로 들지 않았을 것이다. 겨울에 잡히는 가래떡 굵기의 학공치라야 제맛을 내기 때문이다.

겨울 학공치의 대표 산지는 동해다. 매년 11월 하순부터 속초~울진~포항~울산 등 동해안에 학공치 떼가 들어오면 방파제마다 학공치 낚시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어진다. 이때 제주도와 남해 외해에서도 학공치 떼를 만날 수 있다. 12월을 지나 1월로 가면 씨알이 더 굵어지고 개체수도 늘어나는데 많을 때는 뜰채그물로 뜰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학공치가 지천이어도 횟집에서는 학공치를 보기 어렵다. 아직 대도시 사람들이 학공치 맛을 모르기 때문이다. 어선들이 잡는 학공치는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된다. 우리나라에서 대접을 못 받는 학공치는 일본에 가면 고급 초밥 재료가 된다. 학공치의 일본명은 ‘사요리’. 구이나 조림으로도 즐겨 먹는 인기 메뉴다. 그러나 학공치는 찬물 생선이라서 따뜻한 일본 바다에는 많지 않고 맛도 우리 것만 못하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학공치를 수입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 횟집에선 학공치를 취급하지 않는다. 나는 그 이유가 방어 회가 과거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이유와 같다고 본다. 익숙지 않은 맛에 대한 의구심, 자연산 수급의 어려움, 겨울 한철이라는 짧은 기간…. 그러나 지금 방어가 겨울회의 대명사로 뜬 것처럼 학공치도 조만간 뜰 것이라고 본다. 오히려 호불호가 갈리는 방어보다 먹어보면 다 반하는 학공치 맛이 대중적이다.

나는 추자도에 가서 감성돔 낚시를 하다가도 종종 ‘먹고 싶다’는 이유 때문에 학공치를 낚는다. 식탁에 학공치 회를 감성돔 회와 같이 놓고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본다. 첫 젓가락은 감성돔을 향하지만 먼저 소진되는 회는 어김없이 학공치다. 그리고는 다들 이게 무슨 생선이냐며 놀란 눈으로 물어본다. 나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호응하는 물고기가 이렇게 인지도가 없는 경우를 달리 보지 못했다.

학공치 낚시에 몰두하는 사람들. ⓒphoto 뉴시스
학공치 낚시에 몰두하는 사람들. ⓒphoto 뉴시스

직접 잡아서 먹을 수밖에 없는 학공치

이 글을 쓰면서 학공치를 사 먹을 수 있는 횟집이 있을까 찾아보았다. 그러나 학공치를 즐겨 먹는 포항과 부산에도 학공치 회를 전문으로 파는 식당은 없었다. 잡으면 바로 죽으니 활어로 유통할 수 없고 선어로는 인지도가 없으니 비싸게 팔 수도 없는 학공치를 고정메뉴에 올리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직접 낚아서 먹는다. 다행히 학공치는 쉽게 낚을 수 있다. 바다낚시를 시작해 보려는 분들에게 나는 늘 학공치 낚시를 권한다. 릴낚싯대가 없어도 민물용 민낚싯대로 낚을 수 있다. 동해안 낚시점 어디든 파는 학공치채비(단돈 2000원)를 낚싯줄에 묶고 냉동크릴(5000원)을 녹여서 작은 바늘에 한 마리를 꿴 다음 찌에서 바늘까지 길이를 50㎝~1m만 주고 바다에 던지면 학공치가 찌를 끌고 달아난다. 소형 막대찌가 물속으로 가라앉을 때 가볍게 챔질하면서 낚싯대를 들어주면 학공치가 파닥거리며 올라온다. 입질이 시원찮을 때는 찌를 살살 끌어주면 공격성이 살아나서 쫓아와서 문다. 지느러미에 가시가 없고 예뻐서 물고기를 무서워하는 아이들도 쉽게 움켜쥔다. 낚은 학공치는 살리려 애쓰지 말고 얼음쿨러에 바로 담는 게 좋다. 냉장을 하면 살이 더 탱탱해진다.

학공치는 횟감 손질도 쉽다. 1단계, 칼로 비늘을 치고 대가리를 자른 다음 배를 갈라서 내장을 꺼낸다. 2단계, 뱃속의 검은 막을 제거한다. 칫솔로 문지르거나 목장갑을 양손에 끼고 문지르면 잘 벗겨진다. 3단계, 양쪽으로 포를 떠서 가운데 등뼈를 제거한다. 4단계, 껍질의 얇은 막을 손으로 벗겨낸다. 수건이나 목장갑으로 포 끝의 막을 살살 벗겨낸 뒤 쭉 당기면 쉽게 벗길 수 있다.

학공치 회 ⓒphoto 낚시춘추
학공치 회 ⓒphoto 낚시춘추

학공치 삼합을 아시나요

학공치는 소금을 뿌려 구워도 맛있고 무를 넣고 맑은국을 끓이면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그래도 으뜸은 역시 회 맛. 학공치 회를 맛있게 먹는 방법 두 가지를 소개한다.

일단 회무침. 학공치 포를 어슷어슷 길게 썰어서 채 썬 오이와 상추, 깻잎을 넣고 초고추장에 버무리면 달고 시원해서 한없이 먹힌다. 별의별 회무침을 다 먹어 봤지만 학공치 회무침이 으뜸이었다.

학공치 삼합도 있다. 학공치를 과메기와 함께 미역에 싸 먹는 걸 ‘학공치 삼합’이라고 한다. 과메기의 본고장인 구룡포 사람들이 즐겨 먹는 방식이다. 학공치 포는 꽁치 과메기와 폭과 길이가 비슷하다. 과메기 위에 학공치를 포개고 바다에서 갓 뜯어온 미역을 밑에 깐 다음 동시에 잡고 5~6㎝ 길이로 숭덩숭덩 썰어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기름진 과메기와 담백한 학공치가 생미역과 어우러져 오묘한 맛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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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갑 낚시칼럼니스트 유튜브 낚시교실 ‘허기자TV’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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