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 갤 가돗(35)은 슈퍼우먼답게 활기가 넘쳤다. 파안대소하면서 열심히 질문에 대답하는 모습이 활짝 핀 꽃과 닮았다. 2017년 빅히트한 ‘원더우먼’의 속편 ‘원더우먼 1984’에서 다시 주연(제작 겸)을 맡은 갤 가돗과 영상 인터뷰를 했다. 감독도 전편을 만든 여류 패티 젠킨스다. 속편에서 원더우먼은 미·소 간 냉전이 한창일 때 전편에서 죽었다가 속편에서 부활한 애인 스티브(크리스 파인)와 함께 세상을 파멸로부터 구해낸다. 이스라엘 태생의 갤 가돗은 미스 이스라엘 출신이다. 이스라엘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의무병역제여서 갤 가돗도 군복무를 했다.

- 이번 원더우먼은 지나친 소원 성취에 대해 비판적인데 이에 대한 당신의 견해는 어떤가. “내 경험에 의하면 성공이나 실패를 비롯해 모든 것은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기 마련이다. 크게 성공하려면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우리는 원하던 것을 성취하고 나서도 늘 더 크고 많은 것을 원하는 ‘짐승’들이다. 그러다 보면 언제 그런 욕심을 멈출 것인가 자문하게 마련이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당신이 필요한 것을 가졌을 경우 더 이상 욕심 내지 말고 가진 것에 대해 행복해하고 만족하라는 것이다. 진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라는 말이기도 하다.”

- 어린 두 딸을 둔 어머니로서 직업과 가정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하는가.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균형 문제다. 아이를 둔 어머니로서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그들과 함께 보내고 싶지만 다른 한편으로 촬영장에서 내가 오기를 기다리는 많은 사람을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 영화를 찍는 데 8개월이 걸렸다. 심신이 다 소모되는 큰 작업이었다. 어느 날 딸이 학교에서 열리는 음악회에 와 달라고 간청했을 때 촬영 때문에 부탁을 들어주지 못했다. 이것이 아까 말한 대가의 지불이다. 난 직장과 가정 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보낼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 지금의 코로나19 사태로 배운 것이 있다면. “내가 배운 것은 간단하고 단순한 것의 중요성이다. 호화 호텔이나 바닷가의 휴양지가 아니라 집에서 가족과 함께 요리하고 카드놀이 하면서 단순한 삶을 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에게도 이런 사실을 가르쳐 주고 있다.”

- 슈퍼우먼인 당신이 무서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아이들의 교육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전 세계에 너무 많은 아이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것이 나를 두렵게 했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영양분을 공급하고 우리를 이어받아 세상을 이끌도록 교육해야 한다. 내가 또 무서워하는 것은 자기와 다른 의견에 대한 관용과 인내의 결핍이다. 우리는 보다 넓은 사랑의 공간을 유지해야 한다.”

- 2020년 초 코로나19 사태로 자가격리 하는 동안 할리우드의 다른 스타들과 함께 존 레논이 부른 ‘이매진’의 곡에 붙여 자가격리에 관한 노래를 불렀다가 비판을 받았는데 그 소감이 어떤가. “사람들의 기운을 북돋우기 위해 좋은 일을 하려고 한 것인데 뜻과 실제는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들에게 ‘우리는 모두 같고 함께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최선의 의도였으나 비판을 받았다. 나로선 어쩔 수 없었던 일이었다. 오직 나라는 존재에 대해 진실할 수밖에 없다.”

- 영화의 제작자요 주연배우로서 영화 개봉이 여러 번 지연되다가 마침내 연말 휴가철에 개봉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개봉 지연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영화가 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이 우울하고 침체된 상태에 빠져 있는 이때 나온 것을 아주 다행으로 생각한다. 이 영화는 그런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고 기분을 매우 즐겁게 해주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극장 개봉과 함께 많은 사람이 집에서도 이 영화를 볼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그저 고마움을 표할 수밖에 없다.(영화의 배급사인 WB는 극장 개봉과 동시에 자매회사인 스트리밍 업체 HBO Max로도 영화를 내보내기로 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전과 같이 다시 극장에서 영화를 보게 될 날을 학수고대한다.”

‘원더우먼 1984’의 한 장면.
‘원더우먼 1984’의 한 장면.

-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나면 세상이 다시 과거와 같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하는가.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렇게 되리라고 본다. 난 포옹과 접촉을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다시 안전한 세상이 되어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서로 육체적으로 접근하는 느낌을 갖고 싶다. 우리는 결국 이 사태를 극복할 것이다. 근본적으로 모든 것이 정상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앞으로 스트리밍 서비스가 매우 활발해지겠지만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살 수 있는데도 연주회에 가듯이 극장도 다시 활기를 찾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 당신이 영화 속에서 입은 황금 갑옷과 흰 드레스에 대해 말해 달라. “처음에 황금 갑옷을 그린 스케치를 보고 그것을 입을 생각을 하니 몹시 흥분됐다. 그것을 입고 움직이고 싸워야 하기 때문에 매우 실제적이요 편안하게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정성을 다해야 했다. 여하튼 황금 갑옷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굉장한 의상이다. 흰 드레스는 1980년대 디오르 패션쇼에서 선보인 것을 본뜬 것이다.”

- 당신의 사랑은 아무 탈 없이 잘 유지되는가. “남편과 나는 지난 14년간 관계를 유지해왔다. 관계가 깨지는 경험에 대해서는 잘 아는 바가 없다. 난 23세라는 어린 나이에 결혼했다. 사랑에 관해 말하자면 나는 사랑 지상주의자다. 한번 관계를 맺으면 떨어지지 않는 끈끈이다. 사랑하기를 사랑하며 또 사랑받기를 사랑한다. 사랑은 내게 있어 모든 것이다. 이것은 비단 남편과의 관계에 대해서만 하는 얘기가 아니다. 친구를 사랑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사랑하며 모든 사람들을 사랑한다. 사랑에 있어서 나는 아주 쉬운 사람이다. 나는 갈등을 싫어하고 조화를 지향하며 또 모든 것이 순조롭게 되도록 만전을 기하는 사람이다. 나를 사랑하고 자기보다 나를 먼저 생각하는 남편과 함께라면 이 세상을 정복할 수도 있다. 남편은 최고다.”

- 단둘이 있을 때 당신은 남편을 위해 또 남편은 당신을 위해 무슨 특별한 일이라도 하는가. “반드시 큰 것일 필요는 없다. 예를 들자면 이 영화를 찍을 때 우린 결혼 10주년을 맞았는데 남편이 그날 저녁 나를 로맨틱한 곳으로 데려가 다시 구혼한 것 같은 일이다. 나는 늘 남편에게 당신은 내게 처음 구혼했을 때 무릎을 꿇지 않았다고 놀려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진짜로 남편이 무릎을 꿇고 다시 구혼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해주는 특별한 일이란 서로를 보고 느끼고 또 오늘 하루를 어떻게 지냈느냐고 물어보는 것 정도다. 서로 간의 좋은 의사소통이야말로 특별한 일이라고 하겠다. 여하튼 우리는 서로를 돌보고 사랑한다.”

- 대학에서 국제관계를 전공하다가 왜 배우가 되기로 했는가. “난 배우가 될 생각이 없었다. 본래 무용수여서 공연예술을 좋아했다. 그러나 부모의 종용에 따라 대학에 간 것이다. 그 후 ‘본드’ 영화의 오디션에 나가보라는 권유가 있었으나 처음에 이를 거절했다. 그러다가 오디션에 나가 여러 번 카메라 테스트를 받으면서 그 일이 즐겁고 해볼 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나와 사귀던 남편이 내게 대학엔 언제나 돌아가 공부할 수 있지만 이런 기회는 다시 찾아오기가 힘들다고 조언했다. 남편이 내 날개 밑에 바람을 불어넣어 준 셈이다. 물론 처음에 부모는 내 결정을 탐탁지 않게 여겼으나 지금은 매우 행복해하신다. 우주는 우리가 제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길잡이를 해준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것에 마음을 활짝 열고 진취적으로 나아가면 된다. 기회가 오면 그것에 긍정적으로 대응하라는 것이다.”

- 앞으로 만들 영화인 ‘클레오파트라’에서도 주연을 맡을 것인가. “현재 각본을 쓰고 있는데 클레오파트라 역을 한다는 생각에 흥분해 있다. 이번에도 패티 젠킨스 감독과 함께 일할 예정이다.”

박흥진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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