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만든 코미디 시리즈 ‘스페이스 포스(우주군)’에서 미군이 새로 창설한 미 스페이스 포스(USSF)의 총사령관이자 공군 4성 장군으로 나오는 코미디언 스티브 카렐(58)과 영상 인터뷰를 했다. 이 시리즈 속 마크 네어드 장군이 이끄는 USSF는 실제 미군 정식 군대로 편제된 상태다. 그런데 이 시리즈는 우주군과 그와 관련된 사람들을 우습게 묘사하면서 정치적 색채를 띠고 있다. LA 자택에서 인터뷰에 응한 스티브 카렐은 군인처럼 거수경례로 인사를 한 뒤 편안한 자세로 질문에 대답했다. 그는 언제 봐도 친근감이 드는 사람으로 매우 서민적이다. 스타 티를 내지 않아 만나면 즐겁다.

- ‘스페이스 포스’ 주연을 맡고 제작도 겸했는데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었는가. “넷플릭스 간부들이 ‘스페이스 포스’의 창설 뉴스를 듣고 그에 관한 시리즈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 ‘스페이스 포스’ 제작의 시작이다. 내게 제작에 관여할 의사가 있느냐고 묻기에 재미있겠다고 생각해 동의했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시리즈를 만들겠다는 의도만 있었지 내용의 청사진이 마련된 것은 아니었다. 순전히 백지상태에서 시작했다. 나와 넷플릭스가 시리즈 제작에 서명한 얼마 후에야 등장인물과 작품의 성격 및 내용의 방향 등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정치적 색채를 띠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 ‘스페이스 포스’에서 당신은 공군 장성으로 나오는 노아 에머릭과 사사건건 대립하면서 경쟁관계를 보이는데 실제로도 그런 사람을 만난 경험이 있는가. “다행히 실제로는 그런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난 누가 내 한쪽 뺨을 때리면 다른 쪽 뺨을 내미는 낮은 자세를 유지하는 사람이다. 지나치게 터무니없는 경우를 제외하곤 사람들 앞에 나서서 내 주장을 펴는 걸 꺼리는 성격이다. 성격상 심한 적대관계를 경험해 본 적이 없다.”

- 우주복 입고 우주선을 타고 여행할 용의가 있는가. “그런 여행에 별로 관심 없다. 시리즈에서 우주복 입는 것도 즐겁지 않았다. 사람들이 우주 여행을 하고파 하는 이유는 이해하겠지만 난 집에 있기를 좋아한다. 외출해 사람들을 만나 즐기면 됐지 우주로까지 여행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 ‘스페이스 포스’에서 당신의 아내로 나오는 리사 쿠드로도 당신처럼 코미디클럽 출신인데 함께 일한 경험이 어땠는가. “리사 쿠드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사람이다. 난 그의 오랜 팬으로 그의 작품들을 경탄해온 사람이다. 그는 LA의 즉흥 코미디 그룹 ‘그라운들링스’의 단원이었고 난 시카고의 ‘세컨드시티’ 단원이었다. 우린 비록 서로 멀리 떨어져서 활동했지만 코미디 활동을 통해 연극과 뮤지컬에 진출하면서 함께 성장한 셈이다. 시카고에서부터 쿠드로와 연계성을 느꼈다. 그는 참으로 훌륭한 연기자다. 넷플릭스와 내가 ‘스페이스 포스’에 쿠드로가 내 아내로 나오길 원해 발탁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쿠드로가 역에 응하리라곤 생각 안 했는데 선뜻 작품에 뛰어들었다.”

- 배우인 존 크래신스키가 호스트인 유튜브의 웹시리즈 ‘섬 굿 뉴스(Some Good News)’에 나온 이유가 무엇인가. 거기서 좋은 뉴스만 내보내고 있던데. “난 친절하고 기운을 북돋우며 또 자비로운 것들이 언제나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은 비단 요즘 같은 코로나19 환란 때만이 아니라 항상 있어야 할 것들이다. 잠깐이나마 사람들을 웃고 기분 좋게 만든다면 요즘 모두가 겪는 긴장과 불안을 푸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본다. 크래신스키는 아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가 유튜브에 나와 달라고 부탁하기에 선뜻 응했다. 요즘 같은 때 그런 작품을 만든 그에게 찬사를 보낸다.”

- 외출을 삼가고 집에 있으면서 무슨 일로 지루함을 달래는가. “얼마 전에 2년 전 아버지날 선물로 받은 야외용 가구들을 4시간에 걸쳐 말끔히 청소했다. 집안 청소를 하는 등 잡다한 일을 하면서 부지런하려고 애쓴다. 10대인 두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서로 가까이 있으면서 아이들이 부단히 활동하도록 시키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하고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넷플릭스의 코미디 시리즈 ‘스페이스 포스’의 한 장면.
넷플릭스의 코미디 시리즈 ‘스페이스 포스’의 한 장면.

- ‘스페이스 포스’에서 우주인 훈련을 받으며 달과 같은 환경을 가진 주거지에서 살아 본 느낌은 어떤지. “그 안에 갇혀 살면서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은 요즘 같은 때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안에서 평소의 일상과 절연돼 산다는 것은 요즘 전 세계가 공통으로 겪는 일이라고 본다.”

- 당신은 여러 영화에서 실제 인물을 연기했다. 요즘의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어떤 인물을 연기하고 싶은가.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인 앤서니 파우치를 연기하고 싶다. 한 영화에서 다양한 인물을 연기한 피터 셀러스도 좋겠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실제 인물로 누구를 연기할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 요즘 사태에 관한 영화를 만든다면 코미디로 만들겠는가 아니면 드라마로 만들겠는가. “환란이 끝나고 나면 사람들이 지겨웠던 경험을 그렇게 금방 영화로 보려고 할 것 같지 않다. 사람들이 다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시간을 줘야 할 것 같다. 앞으로 1~2년간은 크래신스키의 ‘섬 굿 뉴스’ 같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다시 행복감과 생기를 되찾고 인간적인 느낌을 갖기 위해선 그런 세정제가 필요하다.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어느 정도 재미있는 일을 제공하는 일이다. 적게나마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것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다.”

- ‘스페이스 포스’는 피터 셀러스가 1인3역을 한 전쟁풍자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에서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이는데. “물론이다. 그러나 그 영화와 ‘스페이스 포스’에서의 군의 역할은 서로 상이하다. 작품의 성질은 서로 다르다고 하겠다. 시간대도 서로 다르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는 쿠바 미사일 위기 때인 냉전 시대가 배경이고 ‘스페이스 포스’는 현재다. 또 사람들이 생각하는 군에 대한 개념도 많이 달라졌다. 둘 다 군을 풍자하고 있는데 서로 모양은 다르지만 느낌은 같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다.”

- 요즘 같은 때에 아이들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도록 어떤 조언을 하는가. “아내와 내가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여주는 것으로 조언을 대신하고 있다. 아내와 나는 매우 직선적이요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들이다. 아이들도 그런 것을 잘 알고 있다. 세상 돌아가는 일도 잘 알고 있다. 난 그들이 아주 자랑스럽다. 아이들은 요즘 사태에 대해 불안감을 크게 표시하지도 않는다. 우리 넷이 가족으로 함께 있는 것으로 아이들은 힘을 얻고 있다. 이 사태가 과연 언제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것은 아이들도 어른들과 마찬가지이지만 그렇다고 그것에 대해 크게 괘념하고 있지는 않다. 아이들은 우리가 이 환란을 견뎌나갈 것을 알면서 부모의 지도를 따르고 있다.”

박흥진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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