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야 산다.” 언제 들어도 공감 가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 뒤에는 난감한 질문이 이어진다. “뭘 먹어야 하지?”

20세기에 이런 질문에 대한 가장 흔한 답은 어쩌면 이런 것이었을테다. “3대 영양소, 비타민, 미네랄이 골고루 들어있는 음식이다.”

20세기 인류의 건강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영양분이 풍부한 음식물을 넉넉히 공급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 등 팬데믹이 터져나오고 있는 21세기에는 그보다는 일단 건강하게 살아남아야 한다는 게 더 큰 과제처럼 보인다.

신종 바이러스가 돌아도 감염되지 않거나, 감염되어도 큰 증상으로 번지지 않은 채 건강하게 살아남게 해주는 음식이란 어떤 것일까?

감염증 예방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신체의 장기가 바로 우리의 장(腸)이다. 장 하나만 건강하게 잘 관리해도 웬만한 감염증은 큰 문제없이 넘어설 수 있다. 장 안에 살고 있는 천문학적 숫자의 미생물이 인체에 유해한 바이러스, 박테리아, 곰팡이 뿐 아니라 인공적이거나 천연적인 독성도 다 물리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또한 장은 몸의 다른 부분에서 면역 기능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렇다면 “뭘 먹어야 할까?”란 질문에 대한 21세기식 답이 분명해진다. “장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다. 그럼 장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란 어떤 것일까?

요즘 매스컴에 자주 보이는 ‘장내 미생물 생태계’란 표현이 있다. 장 전체가 천문학적인 수의 미생물이 살아가는 생태계라는 뜻이다. 이 생태계, 즉 에코시스템(ecosystem)이라는 말은 여러 생물, 또 그 생물이 살아가게 해주는 다른 생물들, 그리고 그 환경이 되어주는 무생물을 다 뭉뚱그려 가리키는 말이다.

건강한 장을 가지려면 장 안에 사는 미생물들이 건강해야 하고, 그러려면 장 자체가 건강한 환경이 되어야 한다. 건강한 환경이 되려면 우선 오염이 없어야 한다. 장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오염된 음식물들이 많이 들어와선 안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여기에 ‘식품오염’ 얘기가 나오면 또 골치 아파진다. 농약, 제초제, 첨가물, 인스턴트 식품…. 매스컴에서 들었던 얘기만으로도 벅차 머릿속이 복잡해질 수 있다. ‘그런 것들을 다 피하고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더라?’

이렇게 접근하면 한도 끝도 없다. 현대사회에서는 식품 대량생산 및 유통이 엄청난 산업이 되어 빠른 속도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농약, 제초제, MSG 등 잘 알려져 있는 식품 유해요인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우리가 모르는 유해요인이 더 많을 거고, 그런 것들이 100% 없는 음식만 먹고 살 수 있는 세상도 아니다.

한편 음식의 중요성에 대해 사람들이 많이 깨달아가면서, 좋은 음식을 개발해서 공급하려는 사람들도 늘어가고 있다. 그런데 좋은 음식도 체질이나 혈액형, 그 음식을 섭취하는 상황변수에 따라 우리의 장에 작용하는 효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다. 우리 몸의 면역기능을 총괄하는 장내 미생물들도 생명체라는 점을 우린 알고 있다. 이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피드백이 금방 온다. 그 대화를 통화 나의 장이 음식을 찾아가면 된다.

대화한다는 건 비유해서 하는 말이고,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장이 반응을 하는데 그 반응에 주의를 기울이라는 얘기다. 이런 저런 성분이 들어있어서 이렇게 저렇게 좋은 효과가 있다는 말, 또는 어떤 성분이 들어 있어서 얼마나 해롭다는 말 등은 너무 지나치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중요한 건 내 몸이, 몸 안에 들어오는 식품에 어떤 반응을 하느냐다.

먹어서 장이 편안하고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고 기운이 나는 것 같으면 그건 장내 미생물과 내 몸에 좋은 음식이다. 아무리 권위자가 추천했다 해도, 그 음식 혹은 건강보조식품만 먹으면 아랫배가 아프거나 속이 불편해진다면, 그건 본인한테는 안 맞는 음식이다.

다음화부턴 장이 좋아하는 음식을 알아보는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해 얘기해보도록 하겠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이왕림 가정의학과전문의·대한생활습관의학교육원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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