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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생활
[2646호] 2021.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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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영지 순례]안동 고택 ‘충효당’의 부엌 8각 기둥에 숨은 비밀

글·사진 조용헌  강호동양학자 

▲ 안동 풍산의 예안이씨 충효당 고택 별채인 ‘쌍수당’.
한자문화권에는 상수학(象數學)이라고 하는 오랜 전통이 있다. 거의 300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상(象)은 형상을 가리키고, 수(數)는 글자 그대로 숫자이다. 상과 수가 중요한 이유는 하늘의 뜻을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하늘의 뜻이 무엇이냐? 서양식으로 물으면 ‘신의 뜻이 무엇이냐’다. 이 근원적 물음에 대한 하늘의 답변은 상과 수로 나타난다고 믿었다. 상과 수를 보면 지금 정치가 제대로 가고 있다, 이번 전쟁은 하면 진다, 다음에 흉년이 닥친다 등등을 예측할 수 있었다.
   
   하늘의 뜻은 사태가 오기 전에 미리 조짐을 보여주는 하나의 징조로 받아들여졌다. 말하자면 상과 수는 고대 제사장의 전공이었던 셈이다. 상은 형상인데, 형상도 가지가지이다. 어떤 형상인가? 이 세상에는 온갖 동물, 식물, 물건, 땅의 모습 등이 존재한다. 이들이 모두 형상이다. 너무 복잡하다. 그래서 5가지로 압축하였다. 오행이 그것이다. 수·화·목·금·토이다. 여기에다가 음과 양이 따라 붙는다. 이리하여 음양오행이 세상의 모든 형상을 대표하는 상징 또는 사상체계가 되었다. 이 오행은 다시 숫자와 연결된다. 숫자의 기본은 10진법이다. 오행의 수(水)는 1과 6에 배당하였다. 화는 2와 7에 배당하였다. 목은 3과 8, 금은 4와 9, 토는 5와 10이다. 예를 들어 사주팔자에 수(水)가 부족하면 어떻게 보강해야 하는가. 자동차 번호판이나 휴대폰 번호에 1과 6을 집어넣는 방법이다. 1과 6은 수를 상징하는 숫자이므로 이를 평소 생활에서 많이 쓰면 수가 보강된다는 의미이다.
   
   현대인들에게는 주술적 방법으로 보인다. ‘사주첩경’ 6권을 저술한 저자 이석영은 자신의 역작 6권을 출판하면서 6이라는 숫자를 뺐다. 1·2·3·4·5권 다음에 6권이 없고 바로 7권으로 되어 있다. 이것도 보통 사람이 보기에는 참 이상한 넘버링이 아닐 수 없다. 왜 6권이 없나? 내가 보기에는 이석영 선생 사주팔자에 물이 많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1과 6은 상수학에서 물을 상징한다. 자기 팔자에 물이 많은데 책의 권수에도 6이 들어가면 물이 범람한다고 판단하지 않았을까. 1과 6 중에서 하나를 뺀다면 1권을 뺄 수는 없고, 6권을 빼는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팔자에 금이 부족하면 금을 보강해야 한다. 숫자로는 4와 9이다. 이 숫자를 많이 쓰면 보강이 된다고 믿는다. 복권을 사더라도 기왕이면 4와 9가 들어간 복권을 산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숫자는 주술적 파워를 지니고 있다. 한자문화권의 고대 사유체계에서는 숫자에 신기(神氣)가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중국 송나라 때의 상수학자이자 예언자였던 소강절은 ‘수즉신(數則神)’이라고 압축하였다. 숫자가 곧 신이다. 주식시세, 달러환율, 여론조사, 대출이자가 모두 숫자로 나타난다. 이 숫자가 우리의 삶을 지배한다. 숫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삶을 지배하는 것은 신의 뜻이다. 뒤집어 보면 신의 뜻은 숫자로도 나타난다는 뜻이다. 상(象)은 수(數)로 나타나고 수는 상으로 나타난다. 둘은 서로 호환되기도 한다.
   
   자, 이 정도의 상수학에 대한 사전지식을 깔고 경북 안동 풍산의 예안이씨 충효당 고택을 살펴보자. 풍은(豊隱) 이홍인(李洪仁·1528~1594) 선생의 종택이다. 1561년쯤에 건축된 한옥이다. 임진왜란 한참 전이다. 상수철학(象數哲學)도 음양오행의 우주관을 건축에 반영하려고 노력하였다.
   
   조선시대 한옥은 겉으로 볼 때는 이 집이나 저 집이나 거의 똑같다. 그러나 상수철학의 입장에서 보면 집집마다 다 다르다. 아주 오묘하다. 음양오행이라는 당대의 우주관을 한옥에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한 건축물이다. 필자가 이 집에 숨어 있는 상수학을 알게 된 계기는 3년 전쯤 안동문화원장 이동수(71) 선생이 알려준 덕택이다. 이동수 원장은 주역과 상수학에 해박한 인물이다. “한옥 기둥에 3과 8이 있고, 4와 9가 들어 있어요.” “아, 그래요. 그렇다면 꼭 한번 가보고 싶네요.”
   
   이 집안 선조는 세종대왕으로부터 친필로 ‘家傳忠孝 世守仁敬(가전충효 세수인경)’이라는 여덟 글자를 받았다. ‘집안에는 대대로 충효가 전해지고 인과 경을 지켜라’라는 뜻이다. 전의이씨 문중에서도 역시 이 여덟 글자가 내려온다. 윗대로 올라가면 같은 뿌리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임금으로부터 하사받은 이 충효와 인경(仁敬)을 후손들이 망각하지 않고 어떻게 대대로 유지할 것인가이다. 집을 지을 때부터 아예 이 의미를 박아 놓자! 충효당은 크게 보면 ‘ㅁ’ 자 본채와 쌍수당(雙修堂) 현판이 걸린 별채로 구분된다. ‘ㅁ’ 자 본채 안에는 여자들이 거주하는 안채가 들어가 있다. 안채의 마루가 있는데, 이 마루의 목재 기둥 숫자가 3개이다. 보통 안채의 기둥에는 네모진 기둥을 쓰는데 이 집에는 둥근 도리기둥을 썼다는 점도 흥미롭다. 안채 마루의 둥근 도리기둥이 3개이다. 3은 목(木)을 상징하는 숫자이다.
   
   
▲ 안동 고택 충효당의 부엌 8각 기둥(왼쪽)과 바위 맥이 안방으로 들어가게 건물 배치를 한 안채.

   목의 숫자 3과 8, 금의 숫자 4와 9
   
   목은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가운데 인(仁)에 해당한다. 목의 숫자는 3과 8이다. 안채에서 8은 어디 있는가? 부엌에 있었다. 부엌에는 기둥이 하나 있었는데, 이 기둥이 하필 8각으로 다듬어져 있었다. 보통 부엌에 8각으로 다듬어진 기둥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8각 기둥은 집을 지을 때부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일부러 설치한 경우이다. 안채 마루의 3과 여자들의 공간인 부엌의 8이 완성된 셈이다. 왜 안채에다 3과 8의 의미를 부여하려고 노력하였을까? 바로 ‘世守仁敬’의 ‘仁敬’을 상징하는 숫자이다. 3과 8도 양과 음의 관계이다. 같은 목을 상징하는 숫자이지만 3은 양목(陽木)의 숫자이고, 8은 음목(陰木)의 숫자이다. 부엌은 어두컴컴한 공간이니까 음목 숫자인 8을 사용하고, 마루는 터진 공간이니까 양목 숫자인 3을 사용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감탄한 부분은 8각 기둥이다. 8을 나타내기 위해서 부엌 안에다 기둥을 8개나 세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세수인경’이 안채에다 3과 8로 나타냈다면 ‘가전충효’는 어디에다 설치했는가? 별채인 쌍수당이다. 쌍수당은 남자들이 머무르는 공간이다. 雙修(쌍수)의 雙은 충과 효이다. 여자들이 인과 경이라면 남자들은 충과 효이다. 나라에 충을 하려면 굳센 기운인 금기(金氣)가 필요하다.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외적과 싸우려면 금기가 필요하다. 쇠붙이 기운인 금은 상수학에서 4와 9이다. 9는 9개의 기둥으로 나타냈다. 쌍수당의 기둥이 9개이다. 땅바닥에서 건물 위까지 뻗은 기둥 숫자를 세어보면 9개이다. 둥근 기둥이다. 4개는? 쌍수당의 돌계단을 5~6개 올라가면 2층의 방이 나온다. 이 방의 기둥이 4개이다. 4개 기둥의 모양도 4각으로 되어 있다. 4는 짝수이다. 짝수는 음이다. 4는 음수이니까 기둥의 모양도 둥그렇지 않고 4각으로 만들었다. 건물의 기초를 받치는 9개 기둥은 둥그렇다. 9는 홀수이고 양수이다. 그러니까 둥그렇다.
   
   안채가 포함된 본채의 건물 방향도 살펴보아야 한다. 안채는 풍산 들판을 바라보고 있다. 들판 뒤로 서 있는 안산은 검무산이다. 현재 경북 도청의 뒷산이다. 검무산은 이 터에서 보면 그리 높지도 않고, 험하지도 않은 편안한 산이다. 들판은 평화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여름에는 푸른 벼이삭이 자라고 가을에는 누렇게 익은 나락이 들판에 가득 차 있는 풍경이다. 안채를 포함한 본채가 바라다보는 풍경은 이처럼 무난한 풍광이다.
   
   
   산을 바라보는 건물 배치의 의도는
   
   그렇다면 별당채인 쌍수당은? 학가산(鶴駕山)이다. 높이는 870m이다. 작은 산은 아니다. 쌍수당에서 바라다보면 학가산이 정면에 들어온다. 학가산은 군데군데 바위가 돌출되어 있어서 무난한 육산만은 아니다. 금기가 들어 있는 산이라고 보아야 한다. 더불어서 이쪽에서 학가산을 볼 때는 모양이 오행 중에서 금체(金體)로 보인다. 금체는 바가지처럼 약간 둥그런 모습이다. 4와 9를 배치한 남자들의 공간 쌍수당에서는 이 금기가 들어 있는 학가산을 보게 건물을 배치하였다. 이건 모두 계산된 배치라고 보아야 한다. 그냥 생각 없이 건물 좌향을 잡은 것이 아니다. 금체형의 산인 학가산을 바라다봄으로써 이 산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집에서 받는다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동시에 쌍수당 건물이 학가산에서 품어져 나오는 강한 금기의 에너지를 안채까지는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준다는 의미도 품고 있다. 한편으로는 에너지를 받아들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차단하는 기능을 동시에 한다. 이것도 절묘한 배치이다.
   
   이 고택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안채로 향하는 바위의 맥이다. 집 뒤로는 야트막한 야산으로 되어 있다. 학가산에서 내려온 맥이 하지산(下枝山)으로 내려왔고, 다시 하지산에서 뻗은 맥이 와우산(臥牛山)과 옥녀봉(玉女峰)으로 내려왔다. 이 옥녀봉의 맥이 다시 내려와 현재 고택이 자리 잡은 우렁골까지 내려왔다. 풍수의 물형으로 보자면 고택은 옥녀직금(玉女織錦)의 형국으로 본다. 머리에 비녀를 꽂은 옥녀가 비단을 짜고 있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 터에 고택이 자리 잡고 있는데, 안채의 방바닥으로 바위 맥이 들어온다는 점이 또한 범상치 않다. 바위 맥이 들어오는 자리는 기가 세다고 본다. 바위는 기운이 들어오는 고압선과 같다. 그래서 집터에서 바위가 깔려 있는 지점이 가장 기가 세다고 본다. 이 집에서는 기가 센 지점에 안방 자리를 앉혔다. 이건 무슨 의미인가? 안방에서 자손이 태어난다. 자손이 태어나거나 임신이 될 때 기를 받으라는 의미가 아니고 무엇인가. 기를 받고 태어난 자손이 나와야만 집안을 일으킨다. 그런 의미에서 뒷산의 바위 맥이 내려오는 입수(入首) 지점에 안방을 배치한 것이다.
   
   조선 유교는 상수학의 세계관이었다. 장날을 잡을 때에도 고을의 주산이 어떤 모습이냐에 따라 1·6일 장날이 되기도 하고, 2·7일이 장날이 되기도 하였다. 주산이 수체의 형국이면 1·6일이 장날이 되는 것이고, 주산이 화체의 형국이라면 2·7일이 장날이었다. 족보의 항렬을 정할 때에도 오행의 상생 순으로 항렬을 정했다. 할아버지가 목의 항렬이면 글자에 나무 목(木) 변이 들어간 글자를 잡는다. 예를 들면 植(식)이다. 식 다음 항렬은 목생화의 법칙이니까 火(화)가 들어간 榮(영) 자를 잡을 수 있다. 영 자 다음에는 화생토이니까 흙 토(土)가 들어간 基(기) 자가 항렬자가 된다. 이러한 음양오행 사상과 상수학이 대표적으로 숨어 있는 집이 안동 우렁골의 충효당 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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