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일수록 코로나19 감염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 코로나19에 감염됐다 2주 만에 이겨낸 105세 여성이 있어 화제다.

미국 뉴저지 주 마나호킨 지역의 미스틱 메도우 요양원에 거주 중인 루시아 디클러크씨는 이 지역 최고령자다. 백신 접종 우선 대상자였던 그는 화이자 백신을 두번째 접종한 다음날인 지난 1월 25일, 코로나19에 감염됐단 것을 알았다. 공교롭게도 이 날은 디클러크씨의 105번째 생일이었다. 디클러크씨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의 두려움에 대해 이렇게 털어놓았다.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을 알고 처음엔 무서웠다. 고립되는 것이 두려웠고, 요양사 및 간호사들과 매일 같이 수다를 떨며 보내던 시간을 놓치게 되는 것이 속상했다”

그는 코로나19로 감염으로 인한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았지만, “마음속에 차오르는 두려움과 싸우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완치 판정이 나올 때까지 외부와 철저히 격리된 채 치료를 받아야 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그는 신앙심으로 평정심을 되찾았고, 확진 판정을 받은 지 2주 만에 요양원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이 요양원의 관리자 마이클 니먼씨는 “루시아는 ‘신이 나를 지켜줄 것’이라 선언하듯 말하고 다녔다”고 전했다. 요양원 방으로 돌아온 디클러크씨는 평소 그가 즐겨 쓰던 선글라스와 니트로 뜬 모자를 쓰고 환하게 웃어보였다.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은 105세의 루시아 디클러크씨가 요양원으로 돌아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선글라스에 니트 모자를 쓰고 있다. ⓒphoto 마이클 니먼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은 105세의 루시아 디클러크씨가 요양원으로 돌아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선글라스에 니트 모자를 쓰고 있다. ⓒphoto 마이클 니먼

지난 23일(현지시간) 디클러크씨의 사연을 전한 뉴욕타임즈는 그가 백신 접종을 받았던 것이 완치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선 22일 영국에서 보고된 스코틀랜드 백신 예방접종 예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을 한 번만 접종해도 코로나19로 인한 입원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80세 이상 접종자들의 입원 위험이 81% 감소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디클러크씨가 생각한 ‘생존의 비결’은 조금 달랐다. 그는 자신이 코로나19로부터 살아돌아온 건 평소 자신의 생활 습관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바로 ‘진에 적신 건포도 9개’였다. 그는 늘 작은 항아리 속에 진(gin)과 황금색 건포도(golden raisin)를 채워 두고, 매일 아침 진에 재운 건포도를 9개씩 먹었다고 한다. 그의 손녀 숀 로스 오닐은 “할머니는 항상 ‘9일 간 재운 건포도를 하루 9알 먹으라’‘늘 항아리를 채워놓으라’고 말하곤 했다”며 “우리는 ‘할머니,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당신은 미쳤어요’라고 말했지만, 결국 할머니는 자기 뜻대로 모든 것을 이겨냈다”고 말했다.

105세 디클러크씨가 장수의 비결로 꼽은 골든레이즌
105세 디클러크씨가 장수의 비결로 꼽은 골든레이즌

디클러크씨에겐 이밖에도 조금 유별난 건강 습관이 몇 가지 있다. 가족들은 디클러크씨가 용기에 담긴 알로에 주스를 가공하지 않은 채 바로 마신다거나, 베이킹 소다로 이를 닦는 등의 습관을 끈질기게 고수해왔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4년 전 낙상으로 인한 부상을 입기 전까지 건강보조원으로 활동할 정도로 건강했는데, 특히 99세까지 충치가 생기지 않았을 정도로 치아가 건강했다고 한다.

1916년 하와이에서 태어난 디클러크씨는 스페인 독감과 두 번의 세계 대전, 세 남편과 아들의 죽음을 겪었다. 그의 손녀 오닐씨는 “할머니는 인내의 전형”이라며 “평소 할머니에게 건강과 장수의 비결을 물으면 ‘늘 기도하며 살고, 어떤 일이든 절대 서둘지 않으며, 정크푸드는 입에도 안 댄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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