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SNS와 미디어에서 열풍을 일으킨 다이어트 요법이 ‘저탄고지 다이어트’다. 말 그대로 저(低)탄수화물‧고(高)지방 식이요법이다. 기네스 팰트로, 메건 폭스, 공효진 등 국내외 유명 연예인들의 다이어트 법으로 알려지면서 ‘연예인 식단’으로 유명세를 탔다.

저탄고지 식단은 지방이 많은 생선, 달걀, 유제품, 고기, 버터, 기름, 견과류, 씨앗 그리고 저탄수화물 야채와 같은 음식으로 꽉 짜여진다. 무가당 초콜릿이나 코코넛 오일과 같은 ‘지방 폭탄’을 먹기도 한다. 대신 탄수화물류는 극히 제한한다. 하루에 탄수화물 섭취량을 하루 섭취 칼로리의 0~10% 수준으로 제한한다.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서 권고하는 탄수화물 적정 섭취 비율이 하루 섭취 칼로리의 55~65%인 점을 감안하면 극단적인 탄수화물 제한식이다.

저탄고지는 빠르게 체중을 감량할 수 있는 식단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건강개선 효과를 두고는 전문가 사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지방질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저탄고지 식단은 단기적으로 식욕을 억제하고 당뇨병 전·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조절 개선 효과를 보이긴하나, 그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라며 “이 식단의 효과에 대한 조사를 수행한 결과 일부 참가자들에게서 저밀도 지질단백질 콜레스테롤의 증가 등 부정적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무분별한 저탄고지에 대한 의학계의 경고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 시카고의대저널 보도에 따르면, 저탄고지 식단은 영양실조와 심장병 발병률 증가, 섭식장애 등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특정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겐 위험할 수 있다. 췌장, 간, 갑상선, 담낭이 약한 사람은 이 식이요법을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저탄고지 식단이 오히려 체내 염증을 증가시켜 장내 미생물 환경을 교란하고, 면역력과 정신건강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당뇨병 환자에 대한 부정적 효과도 우려된다. 미국의 시카고의대 메리 콘돈 공인영양사는 “저혈당을 유발하는 당뇨병 약을 복용하면서 저탄고지 식단을 병행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 처방전을 조절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질적 체중감량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저탄고지는 포도당 대신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체중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연구들이 저탄고지가 단기간 체중 감량 효과는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일반적인 칼로리 제한 다이어트와 차이가 없음을 밝혔다.

미국지방질협회가 저탄고지 식단과 일반적인 칼로리 제한식의 효과를 비교한 연구 결과, 저탄고지는 단기간 체중 감소와 혈당 개선 효과를 보인 반면 식단의 지속 기간이 길어질수록 다른 식사요법과 비교해 이점이 뚜렷하지 않았다. 6개월 단위에선 저탄고지 그룹의 체중 감소 효과가 더 뛰어났지만, 1년 이상의 단위에선 두 그룹 간 체중 감소 효과에는 차이가 없었다. 무엇보다 장기간 저탄고지 식단을 유지할 경우 그 안정성에 대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극단적으로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식단이기 때문에, 건강한 체중 감량이 아닌 일시적 영양결핍으로 인한 체중 감소라는 분석이다.

원래 저탄고지는 아동 뇌전증 환자를 치료할 때 쓰이던 ‘키토(keto) 식단’의 일종이다. 키토는 전체 식단에서 지방이 60~90%, 탄수화물이 0~10% 정도 차지하는 식이요법이다. 포도당 대신 지방으로부터 공급되는 키톤체(ketosis)를 우리 몸의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식사법으로, 키톤체를 얻으려면 일반적으로 하루 칼로리 섭취 중 탄수화물로부터의 섭취를 10% 미만으로 제한하고, 지방으로부터 60~90%를 섭취해야 한다.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한 식사법이기에 일상적 식이요법으로 쓰는 것엔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편 저탄고지는 미국 US뉴스앤월드리포트가 매년 초 선정하는 ‘최악의 다이어트 식단’ 순위에서 2020년 최악의 다이어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장기적인 건강 점수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소셜미디어 등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당뇨 및 심장질환 예방 효과가 없고, 장기적 체중감량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도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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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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