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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생활
[2651호] 2021.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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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터뷰]이탈리안 미쉐린 스리스타 오너셰프 “내 요리학교는 캠핑장”

유민호  퍼시픽21 소장 silkroad100@gmail.com 2021-04-01 오전 10:57:37

1 프랑스·이탈리아 출신 셰프 4명을 멘토로 삼아 자연스럽게 요리의 세계에 들어섰다는 마시모 보투라. 음식 만드는 것을 즐기고, 주변과 함께 나눠 먹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직업이 셰프라고 말한다.
2 보투라는 각자의 개성을 살리되 모두가 함께하는 메뉴에 주목한다. 프랑스 요리 테크닉을 살리지만, 재료와 계절별 감각을 중요하게 여긴다.
3·4 보투라 셰프의 마카롱(위)과 치즈 디저트. 설탕을 줄이고 가능하면 기름기를 뺀 음식이 레스토랑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의 주된 메뉴다. photo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Osteria Francescana)
최초의 요리책은 4세기 때 로마의 아피시우스(Apicius)가 쓴 ‘요리에 대해서(De Re Coquinaria)’로 알려져 있다. 아피시우스가 직접 창작한 미식가를 위한 500가지 요리법을 담고 있다. 아피시우스는 전 재산을 ‘우아하고도 품격 있는’ 음식에 투자한 인물로 통한다. 그는 마지막 남은 돈을 친구들과의 파티에 전부 쏟아부은 뒤, 독이 든 음식을 먹고 자살했다고 한다.
   
   ‘4세기 로마’는 더 이상 회복될 수 없는 제국의 하강기였다. 황제의 목숨도 하루살이에 그쳤고, 이민족의 침략으로 사회·경제 모두 불안했을 때다. 인류 최초의 요리책이 그런 험난한 시대에 등장했다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어둡고 살벌해질수록 전성기의 아름다운 기억이 한층 강하게 일었을 것이다. 음식을 통해 전성기의 품격과 영광을 마지막까지 지키려고 한 인물이 아피시우스였을 듯하다.
   
   마시모 보투라(Massimo Bottura)는 21세기 이탈리아 음식을 대표하는 셰프다. 미쉐린 스리스타 레스토랑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Osteria Francescana)’를 운영하는 오너셰프로, 전통과 모던을 결합한 요리계의 반역자이자 국민적 셀러브리티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인만이 아니라 음식에 관심을 가진 인물 치고 마시모 보투라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2021년 현재 이탈리아는 미쉐린 스리스타 레스토랑 11개를 보유한 요리 대국이다. 대부분 로마, 밀라노와 같은 대도시에 집중돼 있지만, 마시모 보투라의 레스토랑은 인구 18만의 중규모 도시 모데나(Modena)에 들어서 있다. 모데나는 세계적 테너 가수인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고향이자, 이탈리아 요리의 필수품 중 하나인 발사믹식초의 생산지로 유명하다. 그러나 모데나로 찾아가는 사람이 가장 흠모하는 곳은, 음식 가격이 1인당 최하 300달러에서 시작하는 마시모 보투라의 레스토랑이다. 음식만이 아니라 창조적 예술과의 만남이 가능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음식은 인간관계의 기초를 다지는 평화, 우정, 사랑의 출발점이다.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되새길 수 있는 추억의 필수요소도 음식이다. 이탈리아 셰프 마시모 보투라는 로마인 아피시우스의 후예다. 로마 쇠퇴기의 아피시우스가 그러했듯이, 지금의 전염병 흑세계를 넘어선 희망의 전도사가 마시모 보투라일지 모르겠다. 그와의 대화는 3개월간 기다린 끝에야 이뤄졌다. 이메일을 몇 차례 주고받으며 인터뷰를 했다.
   
▲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 레스토랑 내부 전경. 테이블은 10개에 불과하지만, 서비스 담당 종업원만 10명이 넘는다. photo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Osteria Francescana)

   - 셰프 인생을 걷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원래 셰프를 꿈꾸지 않았다. 셰프라는 직업이 나를 선택했다고나 할까? 행운이지만, 일찍부터 요리에 관한 멘토를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결과적으로 셰프라는 직업을 갖게 된 이유일 듯하다. 프랑스 요리를 나의 고향 에밀리아로마냐 지방으로 연결해준 조지 코이니(George Coigny)에서부터 이탈리아 전통 요리와 청결하고도 효율적인 주방 사용법을 알려준 리디아 크리스토니(Lidia Cristoni), 농부·어부와 같은 생산자의 혼이 깃든 현지 재료의 중요성과 예술로서의 음식에 관한 철학을 가르쳐준 알랭 뒤카스(Alain Ducasse), 마지막으로 나의 생각을 요리에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 페란 아드리아(Ferran Adria) 등 4명의 멘토가 셰프라는 직업을 갖게 한 배경이자 원인이라 볼 수 있다. (4명의 멘토를 거친 뒤) 내가 걸어온 (셰프로서의) 삶은, 미래에 대한 보장도 없으면서 힘들고 많은 희생을 필요로 하는 길이었다. 내 자식에게는 나의 길을 걷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막상 나의 경우, 셰프 외의 다른 어떤 길을 걸을 수 있었을지를 묻는다면 답을 구하기 어렵다. 새로운 도전과 희생을 필요로 하지만 어려움 끝에 엄청난 보람이 있었다는 것도 부정하고 싶지 않다.”
   
   - 첫 번째 멘토 조지 코이니에 대한 기억은. “조지는 전통 속에 잠자던 이탈리아 요리를 세계로 향하도록 만들어준 사람이다. 거의 한 세대 전, 프랑스 셰프가 이탈리아 피아첸차(Piacenza)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했다. 그는 프랑스 기법의 요리를 모데나 지방 요리에 접목해준, 나의 인생 전체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나의 미뢰(味蕾·맛을 느끼는 감각세포)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은 조지를 통해 터득했다. 에피소드지만, 어느 날 조지는 메뉴 관련 회의 도중 나에게 디저트로 무엇이 좋은지 물었다. 다른 (프랑스 출신) 셰프들이 있는 자리여서 다소 당황했지만, 나중에 조지가 왜 그런 질문을 던졌는지 알게 됐다. 나의 미뢰를 통한 판단이야말로 모데나 요리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나의 미뢰에 대한 확신과 긍지를 심어주기 위해 (프랑스 출신) 셰프들 앞에서 디저트 문제를 던졌던 것이다. 이후 나는 ‘나의 요리’에 주목했고 ‘나만의 메뉴’에 집중했다.”
   
   50대 이후에는 외식을 멀리하고 집에서 음식을 해먹는 사람들이 많다. 생존을 위해 요리에 능해질 수밖에 없다. 사실 식사 준비를 하면서 무념의 명상도 가능해진다. 특히 부엌칼을 움직일 때는 머리가 텅 비게 된다. 무념무상이 명상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요리=명상’에 다름 아니다. 셰프를 명상가·예술가로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대략 15년 전부터다. 40대 초반, 미쉐린 레스토랑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니던 시기다.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셰프에게는 ‘맛이 좋다’는 기본이다. 맛을 넘어선 멋, 나아가 영감으로서의 음식과 메뉴가 필요하다. 최고의 경지는 정신세계를 만족시켜주고 자극해줄 창조적 예술 같은 음식이다. 바로 마시모 보투라가 추구하는 음식 세계다.
   
   - 당신이 처음으로 만든 창작 요리는 무엇인가. “나는 요리학원에 다닌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항상 주방을 드나들었다. 가장 큰 이유는 (나를 괴롭히는) 형을 피하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르겠다.(웃음) 고등학교 방학 때 친구들과 놀면서 내 역할은 주로 점심을 만드는 것이었다. 캠핑 도중 근처 가장 높은 언덕에 올라가 ‘카르보나라(Carbonara, 달걀·치즈·돼지고기로 버무린 파스타), 아니면 아마트리치아나(Amatriciana, 토마토·치즈·양파를 섞은 파스타)’라고 소리쳤다. 아마 그때가 셰프로서의 출발점이었던 것 같다. 캠핑장에서의 요리가 그러하듯, 반드시 정해진 요리법으로 만들지는 않았다. 카르보나라에 달걀 대신 성게를 넣기도 했고, 아마트리치아나에 양파 대신 가지를 사용하기도 했다. 셰프가 될 생각은 꿈에도 못 했을 나이였지만, 요리가 재미있다고 느낀 것은 사실이다. 그 같은 생각은 지금도 줄곧 갖고 있다. 친구를 위해 요리하는 것도, 나의 창작 요리를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 길고 긴 전염병의 시련도 서서히 저물어갈 모양이다. 2021년 새로운 메뉴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나. “2021년 봄 요리는 ‘깜짝(surprise) 메뉴’가 될 것이다. 비밀이지만 단 하나 말할 수 있는 것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통행금지가 시작됐을 당시 이탈리아인의 정서를 반영한 메뉴라는 점이다. 정면에서 영혼으로 대드는 ‘반역(rebellion)’ 같은 메뉴다. 1967년 5월 비틀스가 발표한 앨범 ‘서전트 페퍼스 론리 하트 클럽 밴드(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에 준하는 메뉴라고나 할까? 나는 레스토랑의 셰프 모두에게 비틀스의 앨범 속 노래를 각자 알아서 해석하라고 말하곤 한다. 비틀스 노래는 청중은 물론 비평가로부터도 격찬을 받은, 대중음악사에 남을 명곡이다. (비틀스의 앨범에서처럼)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화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창조적이고도 깜짝 놀랄 메뉴를 2021년 새로운 메뉴로 생각하고 있다. 6월부터 선을 보이겠지만 과거의 메뉴와 달라진 반역 같은 새로운 요리를 만나게 될 것이다.”
   
   - 전부는 아니더라도 메뉴의 일부분을 설명해줄 수 있는가. “‘한지붕으로 연결된 우리 모두’가 새로운 메뉴를 집약, 설명해주는 키워드일지 모르겠다. 전채 하나를 들자면, 한국인 셰프가 만든 돼지고기와 메이플시럽으로 다진 ‘만두(dumpling)’, 일본인 셰프가 만든 기름기를 뺀 ‘클램차우더(clam chowder)’가 선보일 것이다. 다른 요리의 경우도, 레스토랑 내 모든 셰프들의 생각과 힘을 합친 창작 예술품으로서 제공될 것이다.”
   
   종래 이탈리아 셰프의 이미지는 프라이팬을 들고 스파게티를 먹는 배가 불룩하고 뚱뚱한 인물로 표현돼 왔다. 보통 체격의 프랑스 셰프와 구별되는 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마시모 보투라는 이탈리아에서는 드물게 마른 셰프로도 유명하다. 자신의 저서 ‘깡마른 이탈리아 셰프를 절대 믿지 마라(Never Trust a Skinny Italian Chef)’에서 그는 말한다. ‘전혀 다른 이탈리아 셰프의 이미지를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외모만이 아니라, 재료는 물론 요리 기법과 메뉴 개발에 이르는, 창조적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주려 결심했다. 맛있는 것만이 아니라 건강하고 아름다운 음식도 이탈리아 셰프의 과제다.’”
   
▲ 채소 샐러드는 계절의 감각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요리다. 보투라가 가꾸는 정원에서 수확한 무공해 야채 30여종이 동원된 백화점 샐러드다. photo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Osteria Francescana)

   - 당신의 요리를 다른 셰프와 비교하면 어떤 점이 다른가. “지난 20년간 나와 동료들이 추구해온 요리의 핵심은 ‘진화하는 전통(Tradition in Evolution)’이란 말로 압축될 수 있다.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의 주방은 창조를 위한 실험실이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은 ‘진짜 전통의 이탈리아 요리가 무엇인지’를 묻고 또 묻는다. 당연히 이탈리아인들은 (외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해) 전통 요리를 끝까지 사수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 집착할 경우 결국 다시는 헤어나올 수 없는 (과거에만 집착하는) 진흙탕 속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통 요리를 버리고 무조건 외부의 취향에 맞추자는 것이 아니다. (외부에 반응하자는 것은) 반대로 전통 이탈리아 요리를 한층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나는 아직도 나의 멘토 리디아 크리스토니를 찾아가 신선한 파스타를 어떻게 만드는지를 배운다. 라구(Ragu)수프를 만들 때 우리의 자세는 종교적 의식에 가까울 정도로 진지하다. 우리의 음식은 어린 시절과, 우리 할머니로부터의 기억, 일요일 교회의 음식을 통해 전승돼왔다. 그러나 과거만이 아니라 외부의 사람들과 좀 더 많이 (음식을) 나눌 수 있기를 원한다. 부단한 진화와 융통성에 기초한다면 시대를 뛰어넘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요리가 될 수 있다.”
   
   신선한 재료라는 단서가 붙지만, 불과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음식의 질보다 양을 우선시한 나라가 이탈리아였다. 한 손에 스파게티를 잔뜩 움켜쥔 채 마치 경쟁하듯 서로 입에 넣으려는 사진들이 흔했다. 프랑스 스타일 요리는 북부 이탈리아 부자들만이 즐기는 이국 메뉴에 불과했다. 마시모 보투라는 이탈리아식 흙수저 음식문화를 금수저 메뉴로 바꾼 인물이다. 그러나 비싼 황금을 재료로 삼지는 않는다. 흙수저에게 익숙한 재료에 기초한 음식이 마시모 보투라가 창조해낸 21세기 이탈리아 요리다.
   
   - 이탈리아 요리를 뭐라고 정의할 수 있는가. “주방에서 사용하는 재료는 이탈리아 셰프냐 아니냐를 결정짓는 요소다. 이탈리아 주방은 깨끗하고 건강하며 계절에 따라 변한다. 길쭉한 이탈리아반도를 따라 각양각색의 재료와 냄새가 주방 구석구석에 넘실댄다. 레시피보다 재료가 무엇인가가 더 중요하다. 재료를 어디서 어떻게 구할지가 핵심이다. (이탈리아 셰프들은) 가능하면 시장에 자주 가서 고기·생선 판매상과 대화를 통해 계절별 재료를 구하는 데 관심을 쏟는다. 최고의 이탈리아 셰프는 재료를 구하는 데 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인이란 것은 ‘사려 깊고 친절하다’는 말로도 풀이될 수 있다. 이탈리아인은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대화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자기의 의견을 말하고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는 장소가 식사 테이블이다. 다른 손님을 위한 여분의 공간을 항상 준비한다는 점도 이탈리아인의 미덕 중 하나다. 사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난다는 것은 인생을 재미있게 살아갈 좋은 환경에 해당한다. ‘요리=모두를 위한 사랑의 출발점’이란 것을 어릴 때부터 배우기 때문이다.”
   
   - 계절별 요리, 향토 전통 요리가 당신 음식의 핵심 테마가 된 이유는. “독일 예술 철학자인 요셉 보이스(Joseph Beuys)는 ‘인간성의 발견과 치유(healing)야말로 예술의 기능과 가치’라 말했다. 나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내 생각이지만, 음식도 (예술과 같은) 파워를 갖고 있다고 본다. 계절별 요리나 향토 음식은 매일의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 수단이자 목적이 될 수 있다. 건강한 음식을 통해 인간과 지구의 문제가 치유될 수 있다고 믿는다. 레몬에 연결된 작은 전기 소켓을 가정해 보자. 레몬에서 나온 에너지를 통해 소켓이 노란 불빛을 창조해낸다. 예술·과학·자연이 융합된 것으로 개인과 나라, 세계 전부를 치유해줄 마법과 같은 에너지가 창출된다. 계절별로 출하되는 과일·치즈·곡물·생선·고기를 통해 일상의 변화가 가능하다. 인스턴트 가공식품을 피하기 바란다. 시장에 자주 가고 신선한 재료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계절별 향토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기 바란다. 돈도 아끼고 건강에도 좋다. 사실 이 같은 과정은 내가 시골 집에서 행하는 일상이기도 하다. 과일나무를 심고 채소, 허브(Herb), 꽃을 길러 잼과 케이크 재료로 사용한다. 우리의 손은 (흙으로) 더럽게 되겠지만, 주방에 들어가는 순간 자연이 제공해준 천연 재료를 통해 영감을 얻게 된다.”
   
▲ 보투라 셰프의 리조토. 붉은색 리조토 요리는 전통과 모던의 장점을 융합한 창조와 미래로서의 음식이다. photo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Osteria Francescana)

   - 이탈리아 요리와 프랑스 요리는 근본적으로 어떻게 다른가. “전 세계를 주름잡는 음식은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 그리고 중국 요리다. 프랑스 요리는 중국 음식과 비슷하다. 만드는 기법과 장식을 통해 원래 갖고 있던 재료의 특성을 넘어선 요리로 진화한다. 이탈리아 요리는 일본 음식과 비슷하다. 재료의 질적 수준에 집착하면서, 아예 요리를 하지 않은 신선한 음식 그 자체를 중시한다. 이탈리아 요리는 간단하고 소박하다. 이런저런 복잡한 과정이나 재료 없이 올리브 오일, 허브, 토마토만으로도 멋진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프랑스 요리는 다르다. 프랑스 요리의 대부 격인 폴 보퀴즈(Paul Bocuse)가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이탈리아인들이 주변의 모든 전통(heritage)들을 전부 소화해 음식을 만들지 않는 한, 프랑스 요리의 패권은 계속될 것이다.’ 프랑스 음식은 생각할 수 있는 재료와 기구 모든 것을 총동원한 요리다. 이탈리아 요리는 최상 최적의 재료 몇 개로 이루어진, 단순 간단한 요리에 주목한다. 이것저것 전부 고려해 복잡하게 만드는 음식이 아니다.”
   
   10여년 전 마시모 보투라의 레스토랑에 들른 적이 있다. 인생 최고 만찬 중 하나로 남아 있지만, 음식과 더불어 당시 두 가지 점이 인상 깊었다. 10여개에 불과한 테이블과 수많은 종업원의 수다. 우리 같으면 2~3명 정도면 충분한 공간이었지만, 테이블 하나에 거의 한 명씩 붙어서 서비스를 했다. 좋은 레스토랑인지 아닌지 판단하려면 종업원의 수와 더불어 오래된 근무자가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흰머리의 종업원이 많을수록 신뢰하고 안심하고 다시 찾고 싶어진다. 모데나에 있는 마시모 보투라의 레스토랑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에 다시 들러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당신이 고집하는 레스토랑 경영방침은. “음식점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다. 종업원 모두를 가족으로 생각한다. 레스토랑에는 20년 이상 함께 일한 사람도 있고 대부분 15년 이상 동고동락해왔다. 가족인 이상 떨어질 수 없다.”
   
   -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인데. “‘퍼플경제(Purple Economy)’ 운동은 나와 내 친구들이 주도하는 문화·사회활동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으로서의 문화론이 핵심이다. (돈이나 환경에 주목하는 기존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달리) 퍼플경제는 문화적 차원에서의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기 위한 운동이다. 문화는 지식을 창조해낸다. 지식은 새로운 사실에 대한 자각을 일깨우고 결국 책임감으로 발전한다. 나는 음식만이 아니라 문화를 통한 인류의 미래에 공헌하고 싶다.”
   
   - 당신의 요리를 체험하고 싶은 한국인이 많다. 한국인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지금 당장은 여행을 하며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나눌 상황이 못 된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곧 다가올 점심과 저녁을 한층 더 즐겁고 알차게 맞이하기 위해 지금의 시련을 슬기롭게 이겨내자. 사랑에 기초한 새로운 음식, 창조적인 요리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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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호랑이의 해 정장열 편집장

격화되는 대선전에 오미크론 사태까지 더해져 연말이 어수선합니다. 한 해를 정리할 때면 지나온 날을 되돌아보지만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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