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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식]  내가 먹은 ‘봄 도다리’ 사실은 가자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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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생활
[2651호] 2021.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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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내가 먹은 ‘봄 도다리’ 사실은 가자미라고?

허만갑  유튜브낚시채널 허기자TV 제작 

▲ 우리가 도다리로 알고 있는 ‘문치가자미’. photo 낚시춘추
봄이 오면 도다리가 식탁에 오른다. 봄 도다리로 만든 대표적 음식이 ‘도다리 쑥국’이다. 원래 경남 통영 지방의 토속음식이었는데 지금은 전국적 봄철 별미가 되었다. 그러나 서울에서 먹는 도다리 쑥국은 대부분 ‘가자미 쑥국’이다. 2~3월에 남해에서 어획되는 도다리는 서울까지 올라올 만큼 양이 많지 않아 동해산 가자미나 양식 가자미로 끓여내는 것이다. ‘그러면 가짜 도다리 쑥국 아니냐’고 펄쩍 뛸 사람들이 많겠지만 알고 보면 뛸 일도 아니다. 초봄의 도다리는 겨울에 산란한 뒤로 아직 살이 안 붙어서 오히려 가자미가 더 맛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혼란은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에서 비롯되었다. 이 말을 언제 누가 처음 썼는지는 모르나 ‘봄에 가장 맛있는 생선은 도다리’라는 인식이 여기서 굳어졌고 그로 인해 봄풀인 쑥과 매칭되었다. 사실 경남 지방에선 도다리를 쑥국보다 미역국에 더 많이 넣어서 먹는다. 그러나 미역은 봄 도다리와 어울리지 않으니 도다리 미역국 대신 도다리 쑥국이 서울로 올라왔다. 그리고 봄마다 제철 별미로 화르르 피었다가 스러진다.
   
   다시 말하지만 쑥국에 도다리 대신 가자미를 넣고 끓여도 맛에는 큰 차이가 없다. 다만 그 사실을 나중에 안다면 ‘오리지널’을 못 먹은 듯한 아쉬움은 남을 수 있다. 그런데 오리지널 구분도 사실 모호하다. 민간에서 도다리라고 부르는 물고기도 진짜 도다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도다리의 학명은 ‘문치가자미’이며 어류도감에 ‘도다리’로 등재된 물고기는 따로 있다. 이런 혼란은 1977년 편찬된 ‘한국어도보’에서 시작되었다.
   
   ‘한국어도보’ 편찬자 정문기 박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어류도감을 만들면서 오래전부터 어촌에서 널리 불러온 어명을 방언으로 치부하고 조피볼락(=우럭), 자바리(=다금바리), 문치가자미(=도다리), 황놀래기(=어렝이) 같은 이름을 새로 작명하였는데, 그중 도다리와 다금바리는 그 이름을 차라리 폐기했으면 좋았을 것을 버리지 않고 전혀 다른 물고기에 갖다 붙임으로써 혼란의 불씨를 남겼다.
   
   가령 제주도 특산물인 다금바리에 자바리라는 새 이름을 짓고, 다금바리라는 이름을 우리 바다에서 보기 힘든 낯선 심해어에 갖다 붙이는 바람에 제주도 어부들이 ‘자바리를 다금바리로 속여서 파는 파렴치한’이 되곤 한다. 다금바리를 다금바리로 불러온 제주 사람들로선 억울하기 짝이 없다.
   
   

   도다리도 같은 이유로 ‘가짜 도다리’라는 오해를 받고 있다. 이것은 서울 식당의 도다리 쑥국에 동해산 가자미를 쓰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통영 식당에서 도다리를 쓰는데 “도다리를 안 쓰고 문치가자미를 쓴다”고 고발하는 것이다. 최근에도 어떤 기사에서 ‘진짜 도다리는 마름모꼴이다. 문치가자미에 비해 상대적으로 귀한 편이어서 주로 횟감이다. 국 끓여 먹기엔 아까우니까’라는 글을 읽고 웃음이 났다. 통영 식당 아줌마가 읽었으면 화가 났을 것이다.
   
   그 기자가 지칭한 ‘진짜 도다리’는 경남에서 ‘담배도다리’라 부르는 종인데 고급 횟감도 아니고 값도 문치가자미보다 싸다. 드물기는 하지만 귀한 물고기는 아니다. 단지 어류도감에 도다리로 등재된 물고기일 뿐이다. 이런 혼란을 정문기 박사는 예측하지 못했을까?
   
   도다리의 정체성은 이렇듯 모호하다. 그 모호함에 모호함을 더한 것이 ‘봄 도다리, 가을 전어’다. 이 말을 들으면 누구나 문치가자미(이하 도다리라고 부르겠다)가 봄에 가장 맛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여름과 가을에 더 맛있다. 그 이유는 도다리가 겨울에 산란하기 때문이다.
   
   생선은 계절에 따른 맛의 차이가 크다. 그래서 ‘제철고기’를 따진다. 철 따라 맛있는 어종이 달라지는 이유는 어종마다 산란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물고기는 포란기에 살이 쪄서 맛이 있고 산란 후에는 살이 빠지고 맛도 없다. 가령 봄에 산란하는 물고기는 여름에는 맛이 없고 가을부터 살이 올라 겨울에 가장 맛있다. 그런 면에서 12~1월에 산란하는 도다리는 2~3월에는 맛이 없고 4월부터 살이 올라 여름과 가을에 제맛을 낸다.
   
   
▲ 어류도감에 등재된 ‘도다리’.

   그런데 왜 ‘봄 도다리’라고 했을까? 도다리가 시장에 가장 많이 나오는 시기가 3~5월이기 때문이다. 도다리 금어기(12월 1일~1월 31일)가 해제된 2월부터 조업을 시작한 어선들이 가장 많은 어획고를 올리는 시기가 도다리들이 얕은 바다로 나오는 3~5월이며 6월이 지나면 다시 깊은 바다로 들어가기 때문에 어획량이 줄어든다. 3~5월의 도다리가 봄철 어판장을 우점하고 비록 최고의 맛은 아니지만 같은 시기에 도다리를 능가할 맛의 생선이 별로 없기 때문에 봄 생선의 대명사가 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봄 도다리라고 해서 크게 틀린 말은 아니고, 굳이 최고의 맛을 보려고 여름까지 기다릴 것도 아니며, 도다리냐 가자미냐 따지느라 머리 아플 일은 더욱 아니다. 그래도 도다리와 관련해서 세 가지만 분명히 짚고 가겠다.
   
   첫째, 서울의 횟집과 식당에서 파는 도다리는 90%가 돌가자미나 강도다리다. 진짜 도다리로 만든 쑥국을 먹고 싶으면 부산, 경남으로 가야 한다.
   
   둘째, 그러나 도다리 쑥국이 돌가자미나 강도다리 쑥국보다 맛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만약 더 맛있다면 그 식당의 손맛이거나 다른 요소 때문일 확률이 높다.
   
   셋째, 도다리는 뼈를 발라낸 일반 회보다 뼈째 썬 뼈회가 진미다. 일반 회는 오히려 식감이 쫄깃한 강도다리나 돌가자미가 더 맛있게 느껴질 수 있다.
   
   도다리 이야기를 시작한 김에 헷갈리기 짝이 없는 가자미 패밀리를 정리해보자. 우리 바다에는 20종이 넘는 가자미가 서식하고 있고 그중 약 12종이 수산물로 유통된다.
   
   먼저 유통되는 양으로 순위를 매기면 용가자미, 물가자미, 기름가자미, 강도다리(양식), 돌가자미(양식), 문치가자미, 참가자미, 줄가자미, 도다리, 찰가자미, 범가자미, 노랑가자미 순인데 지역과 계절에 따라 변동이 있다.
   
   가격으로 순위를 매기면 줄가자미, 범가자미, 노랑가자미가 1㎏에 10만원이 넘는 최고가를 형성하고, 그다음으로 문치가자미, 참가자미, 돌가자미, 강도다리, 용가자미, 도다리, 물가자미, 찰가자미, 기름가자미 순인데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그중에서 어시장과 횟집에서 자주 보는 가자미는 아래 6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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