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그 해 여름휴가 계획을 슬슬 준비하는 시즌이다. 코로나19가 우리 발을 묶어두기 전까지는 그랬다. 처음 몇 달만 참으면 될 줄 알았던 해외여행이, 코로나19 시국이 길어지면서 벌써 1년 가까이 미뤄지고 있다. 그나마 국내여행은 조금씩 이어지고 있지만, 해외여행은 여행객의 발을 묶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서 ‘해외여행 금단 증상’에 괴로워하는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올해 들어 전 세계가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감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백신 접종, 자가격리를 마치면 입국할 수 있는 국가도 늘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지금, 과감히 해외여행에 나서는 것을 아직 불안해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꿩 대신 닭’이라고 했다. 이번 주말엔 나라별 조식을 살펴보며 ‘집콕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브라질의 크림 케이크에서 싱가포르의 카야잼 토스트까지, 9개국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 아침식사로 만날 수 있는 음식을 소개한다. 당장이라도 비행기를 타고 떠나고 싶은 마음을 갖가지 세계 음식 사진으로 달래보자.

스위스

전통적으로 평일 아침 스위스 사람들은 비르허뮤즐리(Birchermüesli)를 먹는다. 빨리 먹을 수 있고 영양분 구성도 꽉 찼다. 뻑뻑한 요구르트 위에 과일과 견과류를 곁들인 그라놀라 스타일이다. 주말 브런치로는 좀 더 특별한 조찬을 즐긴다. 치즈, 차가운 고기와 함께 감자로 만든 팬케이크 뢰스티(roesti)를 먹는다. 브런치의 주인공은 조프(zopf)다. 땋은 것처럼 만든 계란빵으로, 브리오슈와 비슷하다. 조프는 꿀, 버터, 잼과 함께 먹는다.

아이슬란드

생선의 비린내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아이슬란드의 전통적인 아침식사가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다. 대구 간 기름이 식탁위에 오르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아침으로는 익숙하지 않은 재료지만, 오메가 3 지방산이 풍부한 최고의 식재료다. 물론 다른 선택지도 있다.

좀 더 우리 입맛에 맞는 아침 식사론 하프라그라우터(hafragrautur)가 있다. 걸쭉한 오트밀이다. 견과류, 건포도, 설탕을 추가하거나 아이슬란드풍 요거트 스키르(skyr)를 더해 먹을 수 있다. 거의 치즈에 가까운, 매우 두꺼운 질감의 요구르트다.

에티오피아

인기 개그맨의 유행어로 유튜브에서 핫한 나라, 에티오피아에선 아침으로 뭘 먹을까. 에티오피아에서 아침식사를 뜻하는 쿠르(qurs)는 거의 죽처럼 보이는 뜨거운 오트밀이다. 에티오피아엔 다양한 이름과 종류의 쿠르가 있지만 가장 인기 있는 것은 풍미 가득한 건포(genfo)다.

건포는 끓는 물에 보리가루를 잔뜩 넣어 두껍고 끈적끈적한 반죽이 될 때까지 섞은 뒤, 그 가운데 부분을 오목하게 만든다. 마치 분화구 같은 모양이다. 이 가운데 부분에 정제 버터에 베르베르(berbere)를 섞어 채우고, 그 주변에 요거트를 한 숟갈씩 얹어 함께 먹는다.

싱가포르

싱가포르 사람들은 대부분 아침식사를 사먹는다. 일종의 야외 푸드코트에서 아침을 해결하는 현지인들이 많은데, 카레 국수부터 카야 토스트까지 다양하다. 특히 이 카야 토스트는 싱가포르에 갔다 하면 무조건 먹고 오길 권한다. 코코넛 밀크, 달걀, 여기에 종종 열대식물인 판다 잎을 섞는다. 가게마다 조금씩 만드는 법과 맛이 달라 먹는 재미가 있다. 커피나 차와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다.

모로코

모로코의 대표 음료 민트차와 즐기는 식사다. 모로칸 조식 식탁 위엔 특유의 곡물빵 세몰리나가 반드시 올라간다. 얇고 누룩이 박힌 둥근 모양의 바그리르는 ‘1000개의 구멍이 난 팬케이크’‘1000개의 구멍이 난 크레이프’라고 불린다. 메이플 시럽 대신 버터와 꿀을 얹어 먹는다.

하르카는 좀 더 두껍고 바삭바삭한 비스켓 스타일이다. 영국의 머핀처럼 쪼개어 먹으며 치즈나 버터, 잼, 꿀과 함께 먹는다.

호주

한국에도 몇 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보울(bowl)’형 식사를 즐기는 이라면 호주에서의 아침식사가 더욱 친숙할 것이다. 보울엔 각종 곡물과 아보카도, 고소한 토스트류를 담아 먹는다. 호주만의 아침식사, ‘브레키(brekkie)’다.

호주의 아침 식사는 신선한 야채, 통곡물이 만드는 최적의 영양 조합이다. 씨앗을 얹은 빵에 아보카도, 수란, 절인 야채, 요구르트, 베리류 등을 취향껏 곁들일 수 있다. 여기에 뜨거운 우유가 잔뜩 들어간 에스프레소까지 더하면, 현지식 완성이다.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식 아침식사를 부르는 말이 있다. 팩투라스(facturas)다. 무척 다양한 모양과 크기, 맛을 가진 페이스트리의 세계다. 특히 크로아상처럼 생긴 브리오슈-페이스트리류인 메디아루나가 가장 잘 팔린다.

더 인기 있는 상품으로는 크로와상 모양의 브리오슈 페이스트리, 튀긴 도넛과 초콜릿에 찍은 츄러스도 많이 먹는다. 아침부터 조금 느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바닐라 커스터드인 크레마 파스텔레라까지 아침 식탁을 느끼하게 채운다. 이 기름진 빵류와 카페인이 잔뜩 든 커피 한잔으로 아침을 시작해보자.

독일

독일식 브런치(frühstück)는 소시지와 각종 고기들로 채워진다. 소시지, 햄, 치즈, 빵, 프레첼 등 다양한 빵과 신선한 과일, 반숙 달걀, 집에서 만든 잼 등 당신이 원하는 조합으로 만들어 먹으면 된다.

브라질

브라질 사람들의 주식은 구운 치즈 찰빵 빵지께이쥬다. 한 번 먹어보면 하루 종일 생각나는 마성의 빵이다. 때로는 볼로데푸바를 먹어 변화를 줘보는 것도 괜찮다. 볼로데푸바는 파마산 치즈, 잘게 썬 코코넛을 더해 촉촉하고 크리미하게 만든 콘브레드 스타일의 케이크다. 파운드 케이크처럼 썰어서 먹기도 좋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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