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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생활
[2653호] 2021.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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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책]더 이상 이런 대통령이 나오지 않으려면… ‘한국의 불행한 대통령들’

박종선  인문학칼럼니스트 pcsun21@daum.net 2021-04-11 오후 12:51:34

‘문재인 보유국’을 외치던 여당이 이번 보궐선거에서는 아예 ‘문’ 자도 꺼내지 않았다. 말 그대로 염량세태(炎凉世態)다. 물론 레임덕(‘다리를 다쳐 절뚝이는 오리’라는 어원)은 모든 임기제 공직자가 겪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단순한 레임덕을 넘어 개인적 불행까지 겪는다. 과연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역사적 굴레를 피할 수 있을까.
   
   이런 무거운 화두에 명쾌한 실마리를 제공해 주는 문제작이 있다. 바로 라종일 외 6인이 공동으로 집필한 ‘한국의 불행한 대통령들’(2020)이다. 대한민국은 전후 독립한 나라들 가운데 가장 성공한 나라다. 그럼에도 그 성공을 선두에서 이끈 대통령들은 임기 말 내지 임기 후에 ‘예외 없이’ 불행에 빠졌다. 그 실상이 참혹한 경우도 적지 않다. 도대체 그 원인이 무엇일까를 정치 구조 차원과 지도자 개인 차원에서 진지하게 탐구해 본 것이 이 책의 주제다.
   
   우선 구조적 차원을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왕조에 이어 식민지 시대를 거쳐 곧바로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했다. 그래서 대통령을 왕조시대의 군왕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로부터 대통령 1인에게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것이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이 탄생한 배경이다. 이런 정치문화는 민주화 이후에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은 무소불위의 권력감에 도취되어 5년 만에 나라를 뜯어고치려는 과욕을 부린다. 다른 정치 주체와 소통하거나 협력할 의사나 여유가 없다. 이런 와중에 대통령을 둘러싼 권력 엘리트들은 그들만의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영역을 구축하려고 한다. 그들이 ‘패거리’를 이뤄 국정을 독점하면,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고립된 채 소통 부재에 빠지고 만다.
   
   더구나 여당은 대통령의 수족 노릇을 하고, 국회의원은 종종 대통령의 비서(장관)가 되기도 한다. 대통령의 공직 임명권도 총리 이외에는 거의 아무런 실질적 견제를 받지 않는다. 심지어 각 부처의 국장급 인사까지 청와대가 막후에서 좌지우지한다. 이로 인해 특히 임기 초반의 대통령은 말 그대로 무소불위다. 그것이 얼마나 민주주의를 망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과열 현상에 5년 단임제와 승자독식제가 기름을 붓는다. 단임제는 업적을 재평가받지 못하고 5년 만에 무조건 물러나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단순 다수 득표제에 의한 승자독식 및 패자전몰은 치열한 제로섬 경쟁을 부추긴다. 대부분의 대통령은 대략 40% 내외의 득표율로 당선된다. 결선투표제만 도입되어도 정파 간의 제휴와 협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천박한 정치 엘리트 집단들은 이를 외면하고 여전히 불꽃 튀기는 승자독식에 골몰한다.
   
   이로 인해 정치세력들은 5년이란 한정된 기간 속에서 지나치게 경쟁과 승리에만 집착하고, 민주주의 발전에 중요한 포용과 관용, 통합과 화합은 외면한다. 대통령과 여당은 패자를 홀대하고, 패자인 야당은 대통령의 실패만 열망한다. 이런 극한적 대결 속에 국정이 속으로 곪다가, 임기 말이 되면 그동안 누적된 실정과 비리가 일시에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이때 새로운 후보를 내세워 대통령선거를 치러야 하는 여당에 ‘인기 없는’ 대통령은 부담스러운 존재로 전락한다. 급기야 예외 없이 여당에서 축출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의 수모와 불행이 임기 종료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후임자는 예외 없이 ‘인기 없는’ 전임자와의 차별화를 통해 집권 동력을 얻으려고 한다. 정권교체는 물론, 정권재창출이 이루어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런 악순환이 사그라들기는커녕 도리어 강렬해지고 있다.
   
   또한 3김의 유산이라던 지역대결주의는 3김 이후에도 온존되고 있다. 정치인들이 여전히 그 단물을 빨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이런 지역주의는 진영논리와 결합되어 혐오와 적대감을 한층 고조시킨다. 이것이 또한 대통령의 불행을 재촉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제왕적 대통령, 5년 단임, 승자독식, 지역주의 등이 비극적 대통령의 제도적 단초들이다.
   
   다음으로, 지도자 개인 차원을 살펴보자. 저자들은 특히 지도자의 세 가지 리더십에 주목한다. 첫째로, 확장된 상황인식이다. 대부분의 리더는 시대정신을 쟁취해 최고의 자리에 올랐으나, 정작 집권 후에는 국민과 동떨어진 좁은 인식에 갇히고 말았다. 무엇보다 민주적 리더는 올바른 상황인식을 토대로 공동체의 목표를 놓고 국민과 폭넓게 교감해야 한다.
   
   둘째로, 소통의 기술이다. 리더에게 소통이 필요하다는 말은 당연하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대통령이 소통을 하지 못하면 온 나라가 병들고, 대통령이 귀를 닫으면 민주주의도 함께 닫혀 버린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우리 대통령들은 ‘제왕적’ 또는 ‘권위적’ 지위에 안주하여 일방적 홍보에만 힘쓸 뿐 국민이나 국회, 특히 야당과의 소통에 소홀하기 일쑤다.
   
   셋째로, 통합과 포용의 자세다. 리더는 자신은 항상 옳고 상대는 무조건 틀렸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대신 대화와 절충, 존중과 배려로 상대를 껴안아야 한다. 민주국가에서는 방법이 잘못되면 동기가 아무리 선해도 그 결과는 악행이나 다름없다는 말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 대통령들은 통합과 포용을 외면한 채 선의로 가득한 독선적 어리석음에 빠져 있다.
   
   특히 오늘의 잣대로 과거를 바라보면, 많은 과오가 보이게 마련이고 과거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갖기 쉽다. 그러나 현직 지도자는 전임자들의 공과를 동전의 양면으로 받아들이는 포용성을 발휘해야 한다. 마오쩌둥의 핍박을 받았던 덩샤오핑은 ‘공7 과3’이라는 평가를 통해 국가의 분열과 갈등을 막았다. 국가가 어려움에 처할수록 통합과 포용은 더욱 절실한 가치다.
   
   이처럼 대통령이 불행해지는 원인을 꼼꼼히 살펴보면 그 불행을 막는 방법도 얼추 도출된다. 물론 5년 단임제나 승자독식제의 변경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과제도 많다. 그러나 대통령이 민주주의에 대한 올바른 이해만 가지고 있다면, 곧바로 실행할 수 있는 일도 얼마든지 있다. 오히려 그런 실천이 제도 개선보다 더 빠르고 확실한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무엇보다 대통령은 제왕이 아니라, 오로지 제한적 권한을 위임받은 최고위 공직자다. 민주적 관점에서 보면 대통령은 홀로 아무것도 하기 어려운 존재다. 그래서 국회나 야당, 국민과 소통하고 협력을 구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진심 어린 소통도 가능하고 통합과 포용도 기대된다. 나홀로 모든 것을 하겠다는 독단적 과욕은 국정을 망치고, 끝내는 자신도 망친다.
   
   또한 지금의 청와대는 권한은 비대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 비민주적 조직이다. 그 권한이 비대할수록 패거리 정치, 측근 정치가 횡행할 우려가 있고 신변 및 주변에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높다. 또한 그것이 소통과 통합을 막고 대통령을 고립시킨다. 따라서 대통령은 청와대의 과도한 권한이 그 자체로 폐단이자, 국정난맥의 주범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이처럼 대통령이 불행해지는 원인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모든 권력은 ‘나는 다르다’는 오만과 독단에 사로잡혀 예견된 불행을 되풀이한다. 이제 곧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된다. 그 격랑 속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과연 역사의 사슬을 끊어낼지 두고 볼 일이다. ‘실패한’ 대통령은 있어도 ‘불행한’ 대통령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그것이 성숙한 민주주의의 증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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