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먹어야 면역력이 강해져요?”

요즘 부쩍 많이 듣는 질문이다. 10여년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 “○○○○○를 매일 아침 10그램씩 복용하세요.” 혹은 “식후 □□□를 한 캡슐씩 복용하세요.”

나뿐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들이, 복용법만 정확하게 지키면 건강을 증진시켜줄 수 있는 공식(포뮬라) 같은 음식물, 혹은 건강보조식품이 있다고 믿었다. 건강문제를 전문으로 일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아이템들에 대해 남보다 한 발 앞서가는 정보를 가져야 했다. 그래서 그런 것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망설임 없이 알려주는 게 해야 할 일이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믿었다.

그런 영양제 개념의 약, 식품, 보조식품 등은 일정하게 건강 증진에 기여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몸은 관심을 갖고 관리를 하기 시작하면 부쩍 좋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팬데믹의 시대에서 성공적으로 살아남으려면 이런 단순한 공식 이상으로,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식사 관리가 필요하다.

어떻게 해야 건강해질까? 이미 많은 식품-건강 관련 지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프로바이오틱스, 프리바이오틱스, 뉴트리셔널 서플리먼트, 혈액형 식단…. 좀 더 아시아적인 개념으로는 체질식단 같은 것도 다양한 패턴으로 나와 있다.

그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또 다시 길을 잃고만다. 스웨덴 룬트 대학 의학부 슈타판 린데베르히(Staffan Lindeberg) 교수의 말처럼 “현대인은 끊임없이 자신에게 맞는 먹을거리를 찾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원시인과 다를 바 없다.”

다행인 것은 ‘장(腸)’을 잘 알면 길이 보인다는 것이다. 장은 외부환경, 특히 음식물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몸을 건강한 상태로 지켜가는 일을 총괄하는 본부 역할을 한다. 다만 이 때 ‘장’이란 것은 우리가 생리학 도감 같은 데서 볼 수 있는 위장·소장·대장이라는 기관의 외형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장 생태계’라고 번역되는 원어 ‘intestinal ecosystem’ 혹은 ‘gut microbiota’라는 말로 알 수 있듯이, 장의 본질은 무수한 미생물들과 효소, 체액, 음식물에서 오는 유기물질과 무기물질들이 어우러져 구성하고 있는 하나의 생태계다. 그리고 이 생태계의 특성은 사람마다 다르다. 마치 설악산 오색 약수터 인근 생태계와 서해안 제부도 갯벌 생태계가 다르듯이. 설악산에서 잘 자라는 나무라 해서 같은 수종을 갯벌에 심는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뻔하다.

따라서 천편일률적인 공식과 같은 식단은 건강 증진에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나의 장 생태계는 어떤 특성을 갖고 있어서 어떤 음식물, 혹은 건강보충제를 먹어야 할까?

가장 권할 만한 방법은 장(腸) 전문의사와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서 자신의 식단을 관리해가는 것이다. 하지만 가까이서 마땅한 전문가를 찾을 수 없다면, 차선의 방법은 스스로 자기 몸에 대한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이 방법은 막연한 것 같지만, 의외로 효과적일 수 있다. 바로 지난 기사에서 소개한 ‘장-뇌 축(brain-gut axis)’ 덕분이다.

먹을 것을 섭취하는 과정은 장-뇌 축을 중심으로 기민한 협력 속에서 진행된다. 또한 어떤 것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장의 균형이 달라지고, 거기 따라 뇌를 비롯, 신체 전반의 건강 상태가 달라진다.
먹을 것을 섭취하는 과정은 장-뇌 축을 중심으로 기민한 협력 속에서 진행된다. 또한 어떤 것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장의 균형이 달라지고, 거기 따라 뇌를 비롯, 신체 전반의 건강 상태가 달라진다.

장-뇌 축은 일상의 음식물 섭취 과정에서도 대단히 활발하게 움직인다. 장 생태계 안에서 에너지 원이 부족해지면 뇌로 신호를 보내 식욕중추를 움직여서 식욕이 발생하도록 한다. 주변에서 음식물을 찾을 때부터 뇌는 장과 긴밀하게 연락을 취한다.

일차적으로는 시각과 후각에서 오는 정보, 즉 음식물의 모양새와 냄새로 입에 들어오기 전에 뇌 수준에서 판단이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도 역시 장-뇌 핫라인을 통해 장내 미생물들이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먹을 만한 것이라고 판단됐을 때는 입에 들어오게 되는데, 이때부터 장-뇌 핫라인이 더 바빠진다. 일단 먹었는데, 장이 판단하기에 이건 도저히 먹어서는 안 되겠다 싶으면, 소장이 바쁘게 연동운동을 해서 장과 식도의 근육을 자극, 역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든다. 즉 구토를 하는 것이다.

구토는 대단히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방법이므로, 이보다 좀 약한 독성에 대해서는 일단 장이 받아들인 다음 장 점액질을 섞어 미끄럽게 해서 설사를 통해 배출되게 한다. 물론 설사 직전에 복통을 일으켜, 적절한 장소에서 적절한 방식으로 배출되게 만드는 센스를 잊지 않는다.

요컨대 각 개인별로, 자기가 먹어야 할 음식과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을 자기 몸이, 특히 몸의 건강관리 센터인 장이 잘 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은 직접 우리의 감각에 신호를 보내지 못하고, 뇌와 협력을 통해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현대인의 뇌는 외부로부터 오는 정보에 속기 쉽다. 광고, 입소문, 잘못된 처방 등은 모두 뇌의 올바른 활동을 흔드는 교란 요인들이다.

이런 부정적인 요인들에 좌우되지 않고 몸이 보내는 진정한 신호를 잘 읽어서, 내 몸에 맞는 건강한 식품이나 식품보조제를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우리의 뇌도, 장도 건강해지면서 몸 전체가 건강해지고 면역력도 증대된다. 장의 신호를 잘 읽는 방법, 즉 장을 잘 알고 장과 친해지는 법- 팬데믹의 시대에 필요한 진정한 식단관리 방법이 아닐까 한다.

※주간조선 온라인용 기사입니다.

이왕림 가정의학과전문의·대한생활습관의학교육원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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