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서울을 걷다

함성호. 페이퍼로드. 1만5800원

“건축에서 현대성은 무엇입니까?” 건축평론가인 저자가 어느 날 후배에게 들은 질문이다. 순간 당황해 엉망으로 대답하고 나서야 저자는 깨달았다. 현대성이란 지금 당장 내 주변을 둘러보며, 나만의 시각으로 풍경을 곱씹을 때 생긴다는 것을. 당장 내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내면화의 과정이다. 건축가이자 시인인 저자가 서울을 구석구석 걸어다니며 이 도시의 ‘현대성’을 찾아나서는 여정이 담겨 있다.

저자는 시(詩)를 통해 서울을 다시 바라본다. 김소월의 시 ‘왕십리’(1923)에서 화자는 서울의 관문인 왕십리에서 누군가를 배웅하고 서울로 다시 돌아온다. ‘오가는 길이 십(十)자로 얽힌 마을’ 왕십리에서 이뤄지던 수많은 만남과 이별이 담겨 있다. 시인 김혜순이 1994년 쓴 작품 ‘서울 2000년’에서도 왕십리는 여러 지하철 노선이 엇갈리는 교차로로서 성찰의 시간을 주는 공간으로 그려진다. 청계천, 선유도, 잠수교 등 서울의 구석구석을 문학을 통해 특이하게 해석한 점이 돋보인다. 김훈, 김지하, 박완서, 기형도, 박목월 등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통해 다층적으로 공간을 그려냈다.

한눈에 알아보는 우리 나무 전 2권

박승철. 글항아리. 1권 2만5000원·2권 2만4000원

23년 동안 나무만 보고 공부한 저자가 발간한 나무도감. 여태 찍은 나무 사진만 150만장 이상이다. 공원, 수목원, 아파트 화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 주변의 나무에 대한 정보를 총망라해 사진과 함께 정리했다.

칠극

판토하. 김영사. 3만2000원

스페인 선교사가 쓰고 명나라를 거쳐 조선으로 들어온 옛 책. 서학에서 죄악의 근원으로 여기는 7가지 마음을 설명하고 있다. 정약용, 이익 등이 이 책을 읽고 천주교에 귀의했다고 알려졌다. 고전학자인 정민 교수가 번역하고 해설을 달았다.

신화와 클래식

유형종. 시공아트. 1만8500원

오페라 평론가인 저자가 그리스·로마 신화 속 클래식 음악을 설명한다. 신화 속 인물을 소개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상세하게 설명하며 모티프가 된 클래식 음악을 곁들인다. 모든 설명 하단에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QR 코드를 수록했다.

정의 중독

나카노 노부코. 시크릿하우스. 1만4000원

징벌할 대상을 찾아 헤매고 타인을 절대 용서하려 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기만의 정의에 중독된 ‘정의 중독’ 상태다. 일본의 유명한 뇌과학자인 저자는 소셜미디어(SNS)에 만연한 악플, 마녀사냥 등의 원인을 이렇게 분석한다.

고양이 철학

존 그레이. 이학사. 1만5000원

사람들이 고양이를 사랑하는 이유는 뭘까? 정치철학자이자 애묘가인 저자는 고양이가 ‘기본적으로 행복한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스피노자, 파스칼 등 철학가들의 사상을 고양이의 행동에서 찾고 있다.

문명과 물질

스티븐 사스. 위즈덤하우스. 1만9000원

돌, 구리처럼 고대에 발견한 물질부터 시멘트, 실리콘 등 현대에 발견한 것까지 모든 ‘물질’을 통해 문명이 진화해온 방식을 탐구한다. 각 물질은 의식주 등 기초적 역할을 넘어 국가의 흥망을 좌지우지하는 재료로 쓰였다고 설명한다.

키워드

#출판 단신
조윤정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