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 생가의 무덤.
바울 생가의 무덤.

메소포타미아 중심에 위치한 인류 역사의 압축판 고대 도시 타르수스(Tarsus)는 기원전 4000년 전, 신석기 농업 혁명에 이은 인류의 정착지로 세계 역사에 데뷔한다. 이후 인류가 겪은 문명 문화 발달사가 타르수스 지역 전체에 적용된다. 동기(銅器), 청동기, 철기 시대를 거쳐 지역 내 무역 중심지로 부상한다. 지중해 동쪽 끝 사이프러스(키프로스)섬을 중심으로 할 때 북쪽이 타르수스, 남쪽이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동쪽은 시리아·레바논·이스라엘이다.

교과서에서 배웠겠지만, 신석기 혁명은 ‘식(食)문제’ 해결에서 시작됐다. 동기·청동기·철기는 무역의 출발점에 해당한다. 다양한 지하자원과 화력용 목재는 무기나 농기구 제작의 기본 재료다. 농업 사회는 한자리에서 아무런 교류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 동기·청동기·철기 시대는 다르다. 특별한 지하자원이 있다면 아무리 멀리 떨어진 곳이라도 찾아가게 된다. 거래가 이뤄질 경우, 먼 곳까지 안전하게 옮기기 위한 운송수단이나 운송로 확보도 필수다.

청동제 칼 한 자루는 단단하고도 세련된 무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멀고 먼 여정을 통한, ‘돈·인간·땀’의 결과물로도 풀이할 수 있다. 고대 도시 타르수스는 일찍부터 지중해 주변 무역을 주도한 곳이다. 메소포타미아 전체와 이집트 문명권을 잇는 무역 중간기지로 세계사에 등장한다. 타르수스에 들른 것은 벌써 5번째다. 모르는 것을 공부하고 체험하기 위해, 이미 습득한 것을 재확인하고 다른 차원의 시각을 갖기 위해 5번이나 찾게 됐다. 갈 때마다 느끼지만, 깊은 맛이 우러나는 인삼차와 같은 공간이다.

타르수스는 기독교 성인 바울(Paul)의 고향으로 유명하다. 성경 사도행전 21장 39절을 보자. “사도 바울이 가로되 나는 유대인이라 소읍이 아닌 길리기아 다소성(城)의 시민이니 청컨대 백성에게 말하기를 허락하라.” 다소는 현재의 타르수스를 의미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바울은 로마 시민권자다. 로마 시민권자는 지방 권력자라도 마음대로 못 한다. 전부 로마 중앙정부의 법에 따라 관리된다. 따라서 기독교 포교를 해도 ‘감히’ 지방 권력자가 감옥에 집어넣거나 처벌할 수 없다. 예수의 12제자 가운데 로마 시민권을 가진 인물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위의 성경 구절을 보면 바울은 자신이 다소(타르수스) 출신이란 점을 강조한다.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로마의 지배를 받는) 유대인이긴 하지만, (로마가 인정한) 다소 출신(시민권자)이다”라는 점을 만방에 알린다. ‘다소’라는 지역이 갖는 특별한 위상을 ‘결코 숨기지 않고’ 자랑한다.

다소, 즉 타르수스는 기원전 67년, 해적 소탕으로 유명한 로마 폼페이우스(Pompeius) 장군의 명령하에 급성장한다. 주변 실리시아(성경 속 지명 길리기아) 지역의 수도로 결정된다. 유대인도 로마 시민권을 받은 데 이어, 자체 통화 발행이 가능한 자유도시로까지 발전한다. 제정로마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한술 더 떠서 세금 면제 도시로 선포한다. 아우구스투스의 개인교사가 타르수스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약 2000여년 전 이탈리아 바깥 영토 가운데 타르수스만큼 특권을 누린 도시도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타르수스라는 배경과 ‘암행어사 마패’ 정도로 인식되었을 시민권이 없었다면 바울의 포교도 실패로 돌아갔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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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호 퍼시픽21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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