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와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낸 개는 가축이 아닌 반려동물로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반려견은 그 주인과 깊은 교감을 나누며 인간의 가장 친밀한 파트너 역할도 하고 있다. 실제로 반려견을 키우는 것이 우리 삶에 활력소가 되고, 긍정적 사고, 스트레스 감소, 운동량 증가, 대화증가, 건강 향상, 자신감 향상 등 정신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다양한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반려견의 인간과의 교감 능력은 타고난 것일까 아니면 후천적으로 습득하는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와 화제다. 미국 애리조나 대학 인류학과 산하 ‘애리조나 개 인지센터’의 연구 결과 개가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습득하기에 앞서 유전적으로 인간과의 사회적 교류를 하는 능력을 타고난다는 것을 확인했다. 막 태어난 강아지들도 인간과의 의사소통 능력을 이미 갖추고 태어났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성견이 된 서비스견에게서 확인할 수 있는 ‘사회적 인지 측정지표’를 생후 8주 된 강아지 375마리에게 적용, 평가했다. 이 지표엔 연구원과 눈을 마주치는 것, 연구원의 손과 눈의 제스처를 따라 4피트(1.2미터) 떨어진 두 개의 컵 중 하나에 숨겨진 치료제를 찾는 것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지표의 설계 목적은 사육자가 보내는 눈빛과 제스처 등의 의미를 이제 막 태어난 강아지가 해석하고 그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성견의 경우 인간과 밀접하게 교감하며 간단한 동작만으로도 그 의미를 정확하게 포착해내는데, 연구팀은 이런 ‘인지’가 언제부터 시작되는지를 파악하고자 했다. 개가 인간을 관찰하고 인간과 함께 사는 시간이 축적되어야 인간 행동의 의미를 인지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능력이 생물학적으로 타고나는 것인지, 반려 동물로서의 오랜 역사를 거치며 진화한 것인지 등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서란 설명이다.

테스트의 대상이 된 375마리의 강아지들은 모두 래브라도 리트리버, 골든 리트리버 종류로, 어미견과 함께 자라고 있는 상태였으며, 사람(자원봉사자 및 임시보호자)과 일대일 교류를 시작하지 않았다.

지표 실험 결과, 대부분의 강아지들이 훈련 없이 첫 시도에서부터 사람의 몸짓이나 시선을 따라 문제를 해결했다. 강아지들은 70% 이상의 확률로 사람의 제스처를 바로 읽어내 치료제가 숨겨져 있는 컵을 찾아냈다. 연구팀의 에밀리 브레이 연구원은 “강아지들의 수행에 학습이 필요하다는 증거는 없었다”며 “완벽하지는 않지만 우연의 확률로 보기엔 높은 비율로 인간과 첫 교감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브레인 연구원은 “인간의 손가락이나 시선을 따라가는 강아지 능력의 40% 이상이 유전으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강아지의 교감능력이 유전적 요인에 기초한 것임을 보여주는 최초의 증거인 셈”이라 평가했다.

반려견의 교감능력이 대체로 유전적 요인에 의한 본능이지만, 후천적 학습에 의한 교감 능력 형성도 무시할 수 없었다. 연구팀은 “어릴 때 인간과의 ‘첫 교감’에 반응하지 않은 일부 강아지들조차 자라나며 교감 능력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서비스견을 성공적으로 훈련하는데 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팀은 지난 10년 간 ‘캐닌 컴패니언(Canine Companion)’과 손잡고 서비스견의 발달을 연구해왔다. 캐닌 컴패니언은 신체 또는 인지 장애를 가진 성인, 어린이, 퇴역군인에게 무료로 개를 제공하는 비영리 단체다. 이 연구는 6월3일(현지시각)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게재됐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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