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 윈슬렛(45)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헬로” 하고 인사했다. 그녀는 악센트가 있는 발음으로 생기발랄하면서도 상세하게 답했다. 가끔 농담과 함께 깔깔대고 웃으면서 두 손으로 제스처를 써가며 대답하는 모습에서 에너지가 넘쳐흘렀다. 실제 인물인 19세기 영국의 여류 갑각류 해저 고생물 연구가인 메리 애닝과 젊은 상류층 유부녀 샬럿 머치슨(시얼샤 로넌 분)과의 뜨겁고 은밀한 사랑을 그린 ‘암모나이트’에서 메리로 나온 윈슬렛과 영상 인터뷰를 했다. 윈슬렛은 TV시리즈를 찍고 있는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제목 ‘암모나이트’는 멸종된 갑각류 해저생물의 화석을 뜻한다.

- 당신과 시얼샤 로넌의 정사 장면은 아름다우면서도 뜨겁고 노골적인데 이런 장면은 두 여인의 관계에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우리의 극단적인 육체적 근접은 두 여인이 서로에게서 느끼는 동경과 사랑을 진실하게 묘사한 것이다. 그것은 영화의 내용 전개를 돕는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예행연습 때마다 육체적으로 서로가 섞여드는 정사 장면들의 구조에 관해 논의를 했다. 그것이 큰 도움이 됐다.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매우 근접한 특성을 지닌 장면을 찍을 때는 그것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정확히 그런 장면의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그런 장면은 즉흥적으로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정사 장면이 침묵 속에서 행해지는 것은 메리와 샬럿의 관계를 사실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특히 메리가 영화 내내 말을 많이 하지 않는 것은 그가 당시만 해도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고립된 채 고독하게 사는 내성적이요 수줍음이 많은 여자이기 때문이다. 메리와 샬럿의 정사 장면에서 언어를 배제함으로써 시얼샤와 나는 관계의 깊이와 동경과 욕망의 의미를 탐구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동성애 정사 장면에서 여성성이 갖는 의미도 함께 탐구할 수 있었다. 그런 장면을 연기한다는 것은 하나의 특혜였다. 이로 인해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여자들이 여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 직업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몸과 마음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무엇을 하는가. “나는 휴식을 취하는 데 매우 서툴다. 끊임없이 돌아가는 뇌의 속도를 늦추기도, 뇌의 작용을 꺼버리는 것도 내겐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명상에 아주 서툴다. 앉아서 명상을 시작하다가도 머리에는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이 가득히 떠오른다. 그러나 나이가 먹으면서는 휴식을 취하는 것에 다소 잘 적응하고 있다. 세트를 떠나 5분간 휴식을 취할 때도 전화를 끊고 눈을 감은 채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은 뇌의 활동을 정지시키기가 힘들다. 앞으로는 이를 개선해야 할 것 같다. 집에서는 음식을 만들 때가 몸과 마음이 가장 편하다. 특히 가족을 위한 음식을 만들거나 아이들이 도와줄 경우에는 긴장감이 완전히 풀리곤 한다.”

영화 ‘암모나이트’의 장면. ⓒphoto 뉴시스
영화 ‘암모나이트’의 장면. ⓒphoto 뉴시스

- 섹스 장면을 찍을 때 대역을 거부했다고 들었다. “사실이다. 난 언제나 내가 맡은 역과 내가 공적으로 말하는 것에 대해 가능한 한 진실하려고 애쓴다. 과거에 비해 훨씬 더 강한 주체성과 지도력으로 타의 모범이 되려고 노력하는 요즘 젊은 여성들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그것은 시얼샤도 마찬가지다. 40대의 여배우가 노골적으로 자신의 몸을 노출하면서 섹스 장면을 연기한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난 ‘이것이 내 몸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에 흥분했다. 그리고 내 몸은 20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감독인 프란시스 리도 현장에서 우리와 같은 생각을 했다. 우리가 편안하게 느끼는 것들이라면 결정을 전적으로 우리에게 맡겼다. 그래서 우리는 매우 안전하고 편안하게 결정하고 연기할 수 있었다. 그로 인해 우리는 우리가 창조한 사랑과 우리의 밀접한 육체적 접촉에 진실할 수 있었다. 특히 요즘은 동성애자들이 자신들의 느낌을 공공연히 표현하는 때여서 이런 진실은 필연적이다. 메리와 샬럿이 방문을 잠근 채 둘만의 은밀한 시간을 가지면서 서로의 강한 연대성을 보여준다는 것은 시얼샤와 내게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우리는 연인 역을 하면서 매우 든든한 심정이었다.”

- 영화에서 메리는 그의 어머니 몰리(젬마 존스 분)와 중요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서로가 소원한데 왜 그런가. “메리와 몰리의 관계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슬픔과 동경, 그리고 애정과 대화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둘은 전적으로 서로 대화를 나누는 방법을 몰랐다. 이는 각자가 겪은 슬픈 경험 탓이다. 특히 몰리의 경우 그 슬픔이 더했다. 몰리는 메리 외에도 네다섯 명의 아이를 더 낳았는데 이들이 다 질병과 화재 등으로 사망했다. 이는 실제 얘기다. 몰리는 사랑을 할 줄 몰랐는데 누군가를 너무 사랑하면 그 사람을 다시 빼앗길 것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메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난한 집의 메리는 어머니를 먹여살려야 했는데 먹고살아야 한다는 문제가 둘의 관계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 관계는 친밀함 이전에, 살아야 한다는 필요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 어머니를 가졌고 딸을 가진 여자로서 그러한 관계로부터 무엇을 배웠는가. “그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어머니와 할머니 그리고 자매 등 여자가 여자들과 연결된다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다. 특히 요즘 같은 때는 더하다. 이들이 서로를 가깝게 잡아당기고 사랑을 표시하고 또 서로를 위해 곁에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삶의 매 단계마다 서로가 손을 잡는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내 딸은 지금 스무 살인데 난 그 아이를 아기 때와 똑같이 사랑한다. 또 딸아이에게 헌신하고 있다. 그런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커다란 축복이자 특혜이다. 내가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와 그런 관계를 가지지 않았더라면 난 지금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 난 어머니를 매일같이 그리워하고 있다. 내가 어머니와 특별한 관계를 지녔고 또 그런 관계를 딸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매우 운 좋은 일이다.”

- 당신에게 사랑의 개념은 무엇인가. 무조건적인 사랑을 믿는가. “누군가를 진실로 사랑하기 전에 우리는 우선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정체성과 감정과 용모에 대해 편안하게 생각해야 한다. 난 그동안 진화하고 변화하면서 현재의 나와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대와 달리 지난 10년간 큰 변화를 겪었다. 사랑에 대한 느낌은 20대 때와 30대 때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난 무조건적인 사랑을 믿는다. 그러나 그와 함께 결혼이나 다른 연결된 관계 속에서도 자신의 마음 상태를 알고 진실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며 자기가 자신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도 믿는다. 관계 속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지킨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의견과 목소리 그리고 감정과 삶의 방법을 수락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서로가 서로를 판단하지 않고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믿고 후원함으로써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삶과 관계를 흥미롭게 하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것은 단순히 사랑뿐만이 아니라 이해하고 후원하며 또 정열을 품는 것이다.”

- 메리 역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가. “메리가 누구였는지, 또 그의 배경과 삶을 알기 위해 나를 교육해야 했다. 메리의 출생신분과 함께 어려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메리의 하루하루 삶을 나름대로 구성해 이야기로 만들었다. 그리고 역사책을 많이 읽고 또 메리와 같은 연구를 한 고생물학자로부터 철저한 수업을 받았다. 그와 함께 2주간 메리가 직접 화석을 캐낸 해변에서 일하며 메리의 삶을 답습했다. 춥고 비가 내리는 가운데 메리의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지금 것과는 크게 다른 신발을 신고 옛날 도구를 들고 다니면서 메리의 화석 채취를 연습했다.”

박흥진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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