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다국적제약사 바이오젠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애드유헬름(성분 아두카누맙)’을 신속 승인 허가했다. 임상시험에서 인지능력 감소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입증됐다고 판단해, 시판 후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임상 4상 시험을 조건으로 승인한 것이다.

아두카누맙은 지난 2017년부터 제약사 바이오젠과 일본의 에자이가 함께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다. FDA가 알츠하이머 관련 치료제를 승인한 것은 2003년 이후 약 18년 만이며, 증상을 완화·지연하는 것이 아닌 질병 자체를 치료하는 약물로는 아두카누맙이 처음이다.

이번 승인으로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시장이 활기를 띌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이 이번 승인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기하고 있어 실제 사용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그 효과와 지나치게 높게 형성된 가격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아두카누맙이 FDA 승인을 받기까지 과정은 험난했다. 아두카누맙은 지난해 3월 임상 3상에 대한 무용성 평가와 함께 임상이 중단됐다. FDA 자문위원회는 이 약의 효과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남부 캘리포니아 알츠하이머병센터 소장인 론 슈나이더 박사는 지난 8일 CNN에 “시험과 더불어 신약 개발이 중단됐는데, 이후 모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연구 중 하나가 완전히 음성이라는 것을 발견했다”며 “하지만 다른 연구는 명목상 인지 결과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했기에 FDA가 신약을 승인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치료 기간과 약물 투여 중단 결정기준, 치매 진행 정도에 따른 효과 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으며, 전문가들이 우려 소견을 꾸준히 냈음에도 FDA가 전문가 의견을 무시한 채 승인을 강행했다는 지적이다.

비싼 가격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바이오젠은 아두카누맙 1회 투약 시 가격이 약 4312달러(약 480만원)라고 밝혔다. 이 약은 4주에 한 번, 정맥주사를 통해 투약해야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연간 투약 비용은 약 5만6000달러(6242만원)에 달한다. 바이오젠은 ‘적격한 상업적 보험에 가입한’ 환자의 경우 0달러까지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의료보험사와 보험사의 의료비 지원 여부 판단에 달린 것으로 현 시점에서는 확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오젠은 약 2주 후부터 제품 출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지금까지 연구에서 확인된 부작용은 뇌부종 및 아밀로이드 관련 비정상적 영상 이상(ARIA), 두통, 낙상, 설사, 섬망, 방향 감각 상실 등이었다. 특히 ARIA의 경우, 아두카누맙에 대한 두 연구에서 승인된 용량으로 치료받은 환자 41%에서 나타난 반면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의 경우 10%만이 관찰돼 여전히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아두카누맙은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를 대상으로 한 최초의 치료제다.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는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로 알려져 있다. 뇌에는 단백질 ‘아밀로이드 베타’가 존재하는데, 노화와 함께 단백질이 뭉치며 신경세포(뉴런) 표면에 플라크로 붙게 된다. 이런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침적이 장기간 지속되면 알츠하이머 치매가 생긴다는 것이 아두카누맙 기전의 가설이다. 바이오젠 측은 아두카누맙이 임상에서 59 ~ 71%의 플라그를 감소시켰다고 설명하고 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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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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