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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생활
[2663호] 2021.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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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통신]하이랜더 개봉 35주년, 크리스토퍼 램버트의 회고

LA= 박흥진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회원  2021-06-23 오전 8:54:54

먼 곳을 응시하는 듯한 날카로운 눈매를 지닌 프랑스 배우 크리스토퍼 램버트(64)는 심한 악센트와 함께 활발한 제스처를 써가며 질문에 진지하게 대답했다. 램버트가 주연한 ‘하이랜더’ 개봉 35주년을 맞아 파리의 자택에 있는 그와 영상 인터뷰를 했다. ‘하이랜더’는 16세기 스코틀랜드의 불사의 투사 코너 맥로드를 주인공으로 한 환상적인 액션 모험극. 시공을 초월해 과거의 스코틀랜드와 현재의 뉴욕을 오가며 액션이 펼쳐진다. 영화에는 초대 제임스 본드로 얼마 전에 타계한 숀 코네리가 맥로드에게 생존 기술을 지도하는 사부로 나온다. 이 영화는 속편이 3편이나 만들어졌고 TV 시리즈와 만화영화로도 만들어지면서 ‘컬트 무비’가 되었다.
   
   
   - ‘하이랜더’의 성공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영화는 액션영화이기 전에 로맨틱한 영화이다. 불사(不死)는 세월과 무관하게 뭔가 로맨틱하게 여겨져 온 대상이다. 사람들은 늙거나 나이를 먹기 싫어하지 않는가. 따라서 불사는 아주 유혹적인 것이라고도 하겠다. 이 영화에 출연하기로 응한 까닭도 액션 때문이 아니라 ‘불사’라는 로맨틱한 측면 때문이었다. 죽지 않고 계속 살면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도 표정을 짓지 않거나 얼굴에 미소를 지으면서 삶이 자아내는 고통을 이겨내는 것이야말로 로맨틱한 개념인 것 같다. 이런 개념은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나가 다 품고 있는 생각이다. 결코 우리들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 이 영화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록밴드 퀸의 음악이라고 생각하는데 퀸의 리드 싱어 프레디 머큐리를 만나본 적이 있는가. “운 좋게도 영화음악을 비디오로 촬영할 때 프레디 머큐리를 만났다. 영국에서 비디오를 찍을 때였다. 그를 만난 것은 큰 기쁨이었다. 48시간 동안 비디오를 촬영했는데 무대 위의 밴드와 기술진, 그리고 나를 비롯한 영화 출연진만이 참석한 개인 콘서트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까 우리는 퀸을 이틀간 독점한 셈이다.”
   
   - 불사란 그동안 여러 환상적인 이야기와 전설을 통해 끊임없이 얘기돼 온 인간의 감춰진 욕망인데 당신이 갖고 있는 불사의 개념은 무엇인가. “비록 그것이 고통을 동반하는 것이라고 해도 나더러 선택하라면 건강을 유지하는 한 나는 불사를 선택할 것이다. 왜냐하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일어날 일을 알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한 그것이 나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가져다 줄 고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내 딸은 지금 27세인데 60대인 내가 앞으로 늙지 않는다면 딸이 60대가 되었어도 나는 여전히 60대일 것이다. 그때의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딸에게 어떻게 설명해 줄 것인지 생각하면 대답이 안 나온다.”
   
   - 영화를 찍을 때 경험한 즐거운 기억은 무엇인가. “러셀 멀케이 감독과 함께 일한 것이다. 그는 시각적으로 누구보다도 뛰어난 감독이다. 그의 아이디어와 사물에 대한 상상력과 시각적 감각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한 것이다. 나는 이를 잘 알고 있다. 비록 영화 장면의 아이디어는 그의 것이었지만 우리는 언제나 서로 논의하면서 함께 일했다. 그는 대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독이다. 그러나 가장 큰 기쁨은 숀 코네리와의 만남이었다. 그는 매우 겸손한 신사로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었다. ‘너 자신이 돼라’고 강조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나의 훌륭한 친구였는데 그가 그립기 짝이 없다. 영화 촬영 후에는 열 번 정도 서로 만났지만 근래 들어서는 그를 만나지 못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와 같았으면 하고 바란다.”
   
▲ 숀 코네리(왼쪽)와 함께 출연한 ‘하이랜더’의 한 장면.

   - 숀 코네리와의 첫 만남은 어땠나. “내가 제작진과 함께 영화 촬영 현장인 스코틀랜드의 시골을 둘러볼 때였다. 도중에 두어 군데 선술집에 들러 맛 좋은 스코틀랜드 위스키를 마시면서 서로에 대해 알기 시작했다. 숀은 누구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가 분명한 사람이어서 그가 나를 좋아하는지 아닌지를 아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필요가 없었다. 그는 너그럽고 매력적인 성격을 지녔으며 시치미 뚝 뗀 유머로 타인과 교류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우리는 만난 지 얼마 안돼 서로 연결되었다.”
   
   - 영화 촬영 당시에는 컴퓨터 특수효과라는 것이 없어 결투하는 칼이 서로 부딪칠 때 불꽃이 튀도록 하기 위해 배우들 다리에 자동차 배터리를 매었다고 들었는데. “배터리에 연결된 줄을 옷 속의 다리와 몸과 팔을 지나 칼끝에 매어 칼이 서로 부딪치면 불꽃이 튀도록 했다. 아주 간단한 방법이었다.”
   
   - ‘하이랜더’ 이후 팬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라도 했는가. “난 외출을 별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먼저 얘기하고 싶다. 난 배우와 감독이 레드카펫을 밟는 영화 시사회에도 가지 않는다. 생애를 통틀어 칸영화제에 네 번, 그리고 리옹의 뤼미에르 페스티벌에도 세 번만 참석했다. 그런데도 팬들은 나를 좋아하는데 도무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그리고 이유를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중요한 것은 팬들이 좋아하는 이유를 알려고 하기보다는 자기가 할 일을 100% 잘하고 팬들을 즐겁게 해주기를 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만이 중요하다.”
   
   - 영화 출연 선택은 어떻게 하는가. “나를 잡아끌어 당기는 매력적인 주제를 가진 영화라야 한다. 단순히 한 장면일 수도 있고 영화 전체일 수도 있다. 지난 4월에 핀란드에서 영어 대사 영화인 ‘크립스’를 찍었는데 내용이 너무 재미있어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스코틀랜드에서 스릴러 ‘이츠 낫 오버’를 찍을 예정이다.”
   
   - 영화 출연 외에 다른 사업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난 이 나이에도 여전히 일에 관심이 많다. 30대 초반에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 한 번의 삶으로는 부족하다고 깨달았을 정도였다. 그래서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슈퍼마켓에 공급할 음식 접시를 만들었고 이어 부동산에 손을 댔다가 호텔 사업을 시작했다. 이 일은 지금도 하고 있다. 그리고 한때 포도주 사업에도 관여했지만 지금은 거기서 손을 뗐다. 이런 일들을 하는 사이 시간이 나면 영화에 출연하고 있다. 나는 자신을 다양화하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영화인들은 영화 하나에만 매달리는 경향이 있는데 인생에는 영화 외에도 다른 흥미 있는 일들이 많다. 나는 영화를 정열적으로 사랑하는 영화광이지만 우리는 다른 일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 당신을 국제적 스타로 만들어준 첫 영어 영화가 당신이 타잔으로 나온 ‘그레이스토크’인데 어떻게 그 영화에 나오게 됐나. “감독 휴 허드슨이 배역 선정 책임자인 팻시 폴락과 함께 파리에 타잔 역에 맞는 신체 건장한 남자를 뽑기 위해 왔을 때 나도 그를 만나러 갔다. 넓은 발레 수련장에 400명의 응모자가 참석했는데 허드슨이 우리 보고 아래위로 뛰라고 지시해 따라 했다. 10여분을 뛰다 보니 너무 피곤해 주저앉았는데 앉은 사람은 나 하나뿐이었다. 그런 나를 본 폴락이 허드슨에게 이 친구를 스크린 테스트 하라고 추천했다. 난 그때 안경을 낀 체중 58㎏짜리 갈비씨였다. 그랬더니 허드슨이 ‘무슨 미친 소리를 하느냐’는 눈길로 폴락을 바라보았다. 그런데도 폴락은 ‘날 믿으세요’라며 나의 스크린 테스트를 계속해 권했다. 얼마 있다가 런던으로 테스트를 하러 오라는 통보가 왔고 테스트 후 3개월 있다가 내가 타잔으로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1982년 3월이었다. 이어 런던에 가서 6개월간 매일 9시간씩 신체 단련을 해 체중을 58㎏에서 86㎏으로 늘렸다. 타잔 역을 위해 공중에서 아래로 뛰어내리는 등 힘든 훈련을 받았지만 2개월이 지나니 오히려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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