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 10개월만에 ‘음성’ 판정받은 ‘최장 감염자’ 데이브 스미스씨. ⓒphoto 가디언지 캡처
코로나19 확진 10개월만에 ‘음성’ 판정받은 ‘최장 감염자’ 데이브 스미스씨. ⓒphoto 가디언지 캡처

300일 가까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우다 완치된 영국 남성 데이브 스미스(72)씨의 사례가 화제다. 영국 브리스틀에 사는 그는 코로나19 감염에 확인된 뒤 10개월 만에 음성 판정을 받으며 ‘최장기 감염자’로 기록됐다.

2019년부터 백혈병 치료중이던 그가 처음 코로나19에 걸린 건 2020년 3월이었다. 당시 백혈병 치료를 위한 화학요법 후 ‘완치’ 판정을 받은 직후였다. 코로나19 감염 증상이 나타났지만, 항암 치료로 인해 쇠약해진 터였기에 당장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는 없었다. 결국 2020년 4월 흉부 감염으로 병원에 입원하며 처음 코로나19 확진이 됐다.

체력과 면역력이 이미 쇠해진 상태였기에, 코로나19와의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았고 장장 290일 동안 이어졌다. 병원에선 스미스씨에게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렘데시비르를 15일간 투여했지만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 그는 42차례 양성 판정을 받았고, 병원에 7번 입원했으며, 그의 아내는 5차례나 그의 장례식을 준비해야 했다.

스미스씨도 자신의 죽음을 준비해나갔다. 아내가 재산 관련 서류와 은행 비밀번호에 접근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소지품을 분류해 팔거나 버릴 물건들을 정리했다. 스카이프를 이용해 뉴질랜드에 있는 친척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영국에 사는 가족 친지들을 불러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스미스씨는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두세 달 동안 병상에만 누워 있어야 했던 시기도 있었다. 내 힘으로 일어날 수 없어서 아내는 나를 침대에서 씻기고 면도해야 했다. 가끔은 ‘그냥 이대로 죽었으면’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더 이상 못 버틸 것 같았다. 죽는 것보다 사는 게 더 두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전환점이 찾아온 건 올해 초였다. 영국 당국의 ‘동정적 사용승인’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한 리제네런의 다클론항체 혼합제 접근을 허가받았다. 동정적 사용승인은 뾰족한 치료제가 없는 중증 환자에게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미승인 약물을 투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리제네런의 시리비맙과 임데비맙이라는 두 가지 다클론항체 혼합제는 영국에서 임상적으로 아직 사용이 승인되지 않았다.

스미스씨의 건강은 차츰 호전되기 시작했다. “치료제 투약 후 몇 주 동안 점점 더 강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매일 몇 걸음씩 더 걸어가서 마침내 도움을 받지 않고 화장실에 갈 수 있게 됐다. 몇 달 만에 처음으로 아내에게 커피 한 잔을 만들어줬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나를 위해 모든 것을 해줬던 아내에게 내가 뭔가를 해줄 수 있었던 것이 처음이었다. 정말 기뻤다.”

약물을 투여한 지 45일 만에 마침내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는 “찬장에 있던 샴페인을 따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음성 판정임을 알렸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후유증으로 폐가 상당히 손상됐기 때문에 100% 예전으로 돌아올 수는 없을 것이다. 숨이 자주 차고 헐떡인다. 하지만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보너스라고 생각한다. ‘시궁창에 누워 있을 때는 별만 보인다’는 말처럼, 밑바닥까지 내려가 보니 이 모든 것이 훌륭하며 감사할 따름이다.”

그의 사례는 7월 유럽임상미생물 및 감염질환학회(ECCMID) 회의에 앞서 발표된 사전 논문을 통해 발표됐다. 영국 북부브리스톨종합병원 국가의료기관 감염병 전문의 에드 모란은 “스미스씨는 재발 이장성 방식의 코로나19를 겪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발 이장성은 재발과 재발 사이 증상 완화의 시기가 찾아오지만, 재발이 있을 때마다 상태가 더욱 악화되는 양상을 띠는 질병의 양상이다. 모란 박사는 “드문 경우지만 코로나19 치료의 접근에 있어서 간과해선 안 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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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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