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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생활
[2666호] 2021.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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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터뷰]덴마크 음식정책 전문가 갬보르그 교수의 경고

유민호  퍼시픽21 소장 silkroad100@gmail.com 2021-07-12 오전 10:50:46

‘덴마크’를 상징하는 국가적 이미지는 어떤 것이 있을까? 바이킹에서부터 블록 놀이도구인 레고(Lego)와 칼스버그맥주 같은 것들이 떠오를 듯하다. 필자의 경우 덴마크라는 말을 듣는 순간, 젖소가 노니는 풍경이 떠오른다. 선진국 배우기에 열심이었던 시대의 기억이지만, ‘덴마크=우유와 소고기가 풍부한 낙농 선진국’으로 통하던 때가 있었다. 1970년대 한국은 덴마크처럼 젖소를 키워 우유와 소고기를 통해 튼튼하고 잘사는 길로 나아가자는 결의가 나라 전체에 넘실댔다. 하얀 피부의 잘생긴 젖소와 곱게 단장된 농장을 보면서 ‘한국의 낙농 모델 덴마크’에 대한 희망을 한껏 키워나갔다.
   
   “다섯 가지 이상의 재료를 갖고 있거나, 발음하기 곤란한 재료를 가진 가공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미국의 유명 식문화 전도사 마이클 폴란(Michael Pollan)의 말이다. 음식을 섭취할 때 영양만이 아니라 건강에 더 주목하라는 권고다. 흑백시대 한국 낙농의 꿈이었던 덴마크는 21세기 들어서도 음식 최선진국의 위상을 갖고 있다. 마이클 폴란의 권고에다, 음식의 가치를 또 하나 새롭게 추가해 전 세계에 어필하는 중인데 바로 환경이다. 구체적인 예로, 지구온난화를 조장하는 음식을 멀리하라는 것이 덴마크의 식생활 지침 중 하나다. 21세기 글로벌 시대의 특징이지만, 무엇을 먹느냐가 인류 문명·문화의 선진화를 가늠하는 중요 변수로 떠올랐다.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농업 제품 개발과 관련 정책 발굴은 음식 선진국의 기본조건이다. 당연하지만, 음식 관련 정책은 새로운 식문화도 창조한다. 물론 음식의 안전(Food security)과 관련된 윤리나 법도 뒤따른다. 현재 덴마크가 국가적 차원에서 주목하면서 행하는 사안들이다. 20세기에 이어 21세기에도 음식 문화에 관한한 한국의 모델이 되기에 충분한 나라가 바로 덴마크다.
   
   코펜하겐대학 ‘음식과 자원경제 학과’(www.ifro.ku.dk) 크리스티앙 갬보르그(Christian Gamborg) 교수는 음식 정책에 관한 한 유럽 내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환경이나 지속가능한 토지 이용(sustainable land use)이란 관점에서의 음식 연구와, 바이오 음식에 관련된 윤리와 정책 발굴이 갬보르그 교수의 전문 영역이다. 쓰레기 하나 버리려 해도 어떤 물질인지 파악한 뒤 지정된 장소에 버려야만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식문화와 식생활, 나아가 음식 관련 정책을 정확히 파악하면 어떤 음식을 먹을지에 대한 판단이 서게 된다. 2021년 덴마크에서 펼쳐지고 있는 먹는 문제에 관련한 각종 의문점을 갬보르그 교수를 통해 알아봤다. 인터뷰는 코펜하겐과 줌으로 연결해 1시간 정도 이뤄졌다.
   
   - 최근 정책연구소 ‘덴마크윤리위원회’(www.etiskraad.dk)가 유전자변형생물(GMO) 음식을 허가(Approved)했다고 들었다. “GMO 음식 허가가 아니고 인정(Endorsed)이다. 윤리위원회는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해 GMO 음식이 해결책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 덴마크 국민들이 GMO 인정이란 결정을 받아들이는가. “1990년대 이후 덴마크 국민들은 물론 유럽 전체의 GMO 음식에 관한 강한 불신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윤리위원회는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해 뭔가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기업들도 적극 나서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는 이상, 지금부터 GMO에 대한 부정적 관념을 버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주의할 부분도 있다. 음식에 관련된 생물의 유전자 변형에 따른 법적·제도적 장치에 관한 준비다. GMO 음식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법적·제도적 심의를 거친 상품에 국한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GMO 음식을 기후변화 문제와 연결시킨다는 점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듯하다. GMO 음식 중 하나인 인공소고기를 예로 들어보자. 기존의 육우를 대신한 21세기 첨단 음식이 인공소고기다. 인공소고기를 먹을 경우 육우를 사육할 필요가 없어진다. 온난화 가스는 기후변화의 주범 중 하나다. 보통 이산화탄소(CO2)가 떠오르겠지만, 육우와 관련된 온난화 가스는 메탄과 아산화질소(N2O)다. 육우의 소화와 배설 과정에서 메탄과 아산화질소가 발생한다. 세계적으로 볼 때 전 세계 온난화 가스의 10% 정도가 육우 사육에서 발생한다. 육우를 줄일 경우 그만큼 온난화 가스 배출도 줄어든다는 의미다. 결론적으로 볼 때 육우가 아닌 GMO 인공소고기가 지구온난화 방지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 GMO 음식은 현재 유럽에서 어느 정도 확산된 상태인가. “유기식품(Organic food) 외 거의 대부분의 음식이 GMO 제품이라 보면 된다.”
   
   - 현재 유럽에서 논의 중인 GMO 관련 핵심 이슈는 뭔가. “유전체 편집(Genome editing)을 통한 GMO 음식 규제가 최대 현안이다. 이른바 유전자가위로DNA를 조작해 탄생한 새로운 GMO에 대한 법적·윤리적 제재다. 그냥 전부 풀어두면 건강이나 환경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기존에 행해지던 유전체 변형(Genome modification)과는 차원이 다른, 음식 역사에 관한 한 게임체인저가 바로 유전체 편집에 의한 GMO 음식이다. 유전체 편집을 어디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목적하에 활용할지에 대한 국제적 합의와 법이 빨리 정비돼야만 한다. 유럽에서는 이미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기존 DNA에 이미 존재하는 다른 DNA를 이어붙여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GMO라면 유전체 편집은 DNA 자체를 특정 목적하에 아예 바꾸는 것이다. 한국의 통일벼가 대표적인 GMO 품종이다. 생명의 재창조이자 신의 영역에 도전한다는 유전체 편집 식품은 아직 법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실험용으로만 나왔지 시판되지는 않고 있다.
   
▲ 친환경적으로 소를 키우는 덴마크 농가. 덴마크에서의 ‘굿푸드’ 개념에는 육우의 생육 환경 등 동물복지가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 유전체 편집을 통한 법이나 윤리에 관한 유럽의 공감대가 정착됐다고 볼 수 있나. “과학 발달이 급속도로 빨라지면서 유전체 편집에 관한 논의도 곳곳에서 일고 있다. 서로의 생각은 구체적인 부분에 가면 다르겠지만, 총체적으로 ‘유전체 편집=프랑켄슈타인’으로 비쳐선 안 된다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GMO 음식과 관련해 모두에게 적용될 구체적인 법과 윤리 제정은 시간이 걸릴 듯하다.”
   
   - 자연식품(Natural food)은 GMO 식품의 반대편에 선, 기존의 음식에 해당할 듯하다. 자연식품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보통은 오래전부터 인류가 먹어온 음식, 과학적 차원의 개입과 무관한 식품이란 식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이 자연식품이다. 내 판단이지만, 요즘 개념으로 말하면 유기식품이 자연식품 개념에 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 잘 알려져 있듯이 덴마크는 유기식품 생산국이자 소비국으로 유명하다. 음식과 관련해 덴마크 전체 소비량의 30% 정도가 유기식품이다.”
   
   - 21세기 들어 ‘굿푸드(Good Food)’의 개념이 모호해진 듯하다. 만약 자식에게 굿푸드라면서 권할 경우 어떤 음식이 그 같은 범주에 들어가는가. “굿푸드에 대한 개념도 달라지고 있다. 종래의 굿푸드는 건강, 영양, 향, 맛에 집중돼 왔다. 특히 건강이란 측면이 굿푸드를 구성하는 중요 요소였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조금 다른 개념이 추가된다. 예를 들어 동물 보호에 관한 문제다. 동물복지(Animal welfare)에 관련한, 육우의 생육 환경에 관한 문제가 굿푸드의 구성 요소 중 하나로 들어간다. 동물이 자라는 환경이 나쁠 경우 굿푸드라 부를 수 없다. 덴마크를 비롯한 북구 유럽의 경우 동물복지에 관한 부분이 굿푸드를 구성하는 중요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음식 자체가 아니라, 음식으로 만들어지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고려한 것이 21세기 굿푸드의 개념이다.”
   
   기후변화 문제는 현재 유럽의 최고 핫이슈 중 하나이다. 그러나 유럽이라고 해서 무조건 기후변화 문제에 적극 대응하지는 않는다. 집단 여론은 긍정적이지만 개개인의 생각은 부정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지난 6월 14일 스위스에서 행해진 이산화탄소(CO2) 감소 관련 국민투표는 좋은 본보기다. CO2 감소 법안에 대한 찬성이 49%, 반대가 51%로 나타났다. 이념으로서의 CO2 감소 문제에는 찬성이지만, 개개인의 일상생활을 사사건건 규제하는 법안에는 반대한다는 의미다.
   
   - 음식 문제와 관련해 현재 덴마크에서 최대 현안은. “종래에 중시되던 현안은 음식 안전(Food safety)에 관한 것이었다. 소, 돼지와 같은 육식류에서 보듯 사육 과정에서 항생물질을 남발할 경우 결국 인간에게 더 큰 문제를 안겨줄 것이란 식의 논의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가장 중요한 이슈는 기후변화 문제로 압축될 수 있다. 가령 소고기의 경우도 기후변화와 관련해 소비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농장에서 자란 소고기 자체를 멀리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35년 전 덴마크 정부는 고기 안 먹기 운동을 벌인 적이 있다. 구체적으로 붉은 부위의 소고기 안 먹기 운동이었는데, 지금 상황은 당시와는 전혀 다른 배경과 목적하에서 진행되고 있다. 심장질환 방지를 위한 건강 차원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도움을 주자는 의도에서 소고기 소비를 자제하자는 것이다.”
   
   - 고기를 안 먹을 경우 단백질 보충은 뭘로 하나. “음식 문제에 관한 덴마크 내 현안 중 하나지만, 식용벌레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가 피부로 느껴질수록, 식용벌레 생산과 보급에 관한 논의도 한층 더 가열될 것이다. 인체에 무해한 식용벌레를 대량으로 생산해 먹을 경우 단백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식용벌레에 대해 거부감이 있을 듯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밀려들 엄청난 재앙에 비하면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덴마크는 자국이 습득한 음식 관련 과학기술의 글로벌 확산에 주목하고 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한 식물·동물의 대량 생산이나, 성장촉진 기술을 외국에 전파하는 문제도 덴마크 정부의 현안 중 하나라고 갬보르그 교수는 말한다.
   
   - 기후변화 문제를 감안할 때 가공식품(Processed food)이 앞으로 한층 더 환영받을 것 같은데. “공장에서 생산되는 가공식품보다 농약을 쓰지 않는 자연산 유기식품이 기후변화 문제에 한층 더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웃 아이슬란드의 경우 농산물의 약 40%가 유기 재배한 것이다.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종국적으로 유기 재배를 통한 농사법과 농산물이 기후변화 문제에 적절히 대응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덴마크 코펜하겐의 길거리 음식점. 최근 덴마크 ‘윤리위원회’는 GMO 음식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photo 셔터스톡

   - 덴마크에서 몸에 좋지 않은 가공식품에 대한 저항감은 없는가. “물론 있다. 최근 팬데믹과 더불어 집에서 요리하는 시간이 늘고 있지만, 계절에 맞고 간단한 자연산 재료를 활용한 음식이 유행이다. 그러나 과거와 비교할 때 가공식품에 대한 수요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덴마크의 식품에 대한 지출은 전체 소득의 약 10% 정도다. 과거에 비해 엄청 줄어들었는데, 값싼 가공식품도 그 이유 중 하나일 듯하다. 도시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시간도 없고 해서 빠르고 간단한 가공식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저항감이 있다는 것과 현실적인 차원의 대응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2019년 스웨덴 버거킹(Burger King)은 인공 육류를 사용한 햄버거를 선보였다. 당시 소비자 중 44%는 인공 육류 햄버거를 농장 고기인 것으로 오인했다고 한다. 절반의 사람들이 맛, 향, 식감이란 측면에서 별 차이를 못 느꼈다는 의미다.
   
   - 기존의 고기를 대신한 인공 육류가 이미 곳곳에서 판매되고 있다. 덴마크인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시중에서 이미 판매되고 있지만, 인공 육류(Plant-based meat)에 대한 반감은 이미 사라진 상태다. 가격도 싸고 맛, 향, 식감이란 면에서 농장의 고기와 다를 바가 없다면서 환영받는 추세다. 건강을 염려해 싫어하는 사람도 많지만, 거부반응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순수 채식주의자는 물론 육류를 멀리하는 비건(Veganism)들도 인공 육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배양육(Cultured meat)에 대한 호감도도 높다. 아직 본격적으로 시장에 출하되고 있지는 않지만, 환경 친화적인 고기라는 점에서 미래의 음식으로 부상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배양에 따른 부대비용이 상당히 높다. 가격이 하락한다는 전제하에 언젠가 전세계 시장에 확산될 것이다.”
   
   - 음식 문제와 관련해, 현재 덴마크 초등학교에서 어떤 교육이 행해지고 있나. “어릴 때 기억이지만, 1970년대 당시 핵심 이슈 중 하나로 에너지 절약 문제가 떠오른다. 요리할 때 어떤 식으로 하면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느냐는 문제가 당시 초등학교 교육의 주요 관심사였다. 이후 1990년대부터는 주제가 건강한 음식에 대한 교육으로 옮겨진다. 21세기 들어선 지금은 지구환경 문제가 초등학교 음식 교육의 핵심 주제 중 하나다.”
   
   덴마크에서 통하는 ‘최고의 음식’이 뭔지 궁금했다. 이를테면 ‘할머니의 손맛’ 같은 음식이 있는지 물어봤다. “당연하지만, 음식 문화는 다른 사회 문화의 결과물이다. 할머니의 손맛은 대가족 사회 문화가 존재할 당시의 결과물이다. 지금은 식탁에 앉아도 모바일이나 게임을 하면서 밥을 먹는 시대다. 각자 다른 세계에 살면서 대화 하나 없는 식사를 한다. 가족이 전부 모여 얼굴을 맞대고 먹는 것은 1년에 한 번뿐인 생일파티 정도일 것이다. 환경, 과학, 가족관이 변하는 상황에서 거기에 맞는 음식과 음식 문화가 새롭게 탄생할 것이다. 최고의 음식은 그 같은 상황에서 재창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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