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요구되는 ‘힙힌지’ 동작. ⓒphoto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장소협조 : 비욘드 PT&필라테스〉
일상에서 요구되는 ‘힙힌지’ 동작. ⓒphoto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장소협조 : 비욘드 PT&필라테스〉

“3개월 등록하고 20일도 채 못 나갔어요.”

매년 봄이면 피트니스센터에서 종종 들리는 이야기다. 송년 모임으로 가득 찬 12월이 지나 새해가 되면 피트니스센터는 운동을 결심한 사람들로 다시 호황을 맞는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봄이면 북적이던 센터는 점차 한산해지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나오던 사람들만 남게 된다. 일부 사람들에게 운동은 각오와 계획으로만 남고, 큰돈을 주고 끊은 피트니스센터 이용권은 몸에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다.

무엇이 문제일까. ‘바쁜 일상’ ‘힘든 운동’ ‘의지 부족’…. 모두 일리 있는 이유이지만 각자의 삶에서 튀어나온 다양한 이 이유들은 현상에 가깝다. 오늘날 우리에게 운동은 ‘특별한 일’이다. 시간을 내어 정해진 공간으로 이동해 적합한 옷, 신발을 착용하여 특별한 동작을 하는 행위다. 우리의 일상과 괴리가 큰 이벤트가 됐다는 이야기다. 그렇다 보니 운동은 남다른 상황에 놓여 있지 않는 한 삶에서 높은 우선순위를 차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오늘날 운동은 ‘부위별 운동’으로 일컬어진다. 등 근육강화 운동, 힙업 운동, 뱃살 줄이기 운동 등이 그 일례다.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접근은 운동의 시작을 어렵게 만들 수밖에 없다. 정확한 운동법이 무엇인지 정리되지 않거니와 나에게 필요한 운동이 무엇인지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트니스센터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덤벨, 바벨 등을 활용한 팔 운동만 시도하다 끝나기 일쑤다. 뿐만 아니라 우리 몸 근육은 생각 이상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어떤 근육까지 관리·단련해야 하는지부터 익히며 부위별 운동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운동은 힘들고 나와는 먼 것으로 느껴진다.

유연·건강한 ‘아이들’ 움직임에 주목해야

‘운동’이란 단어는 잠시 미뤄둘 필요가 있다. 대신 현대인에겐 결핍된 중요한 요소, 바로 ‘움직임’에 대해 고민해보자. 오늘날 우리는 움직이지 않는다. 근무는 장시간 앉은 자세에서 이뤄지며 놀이와 휴식은 모두 한 공간에서 해결할 수 있는 시대에 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잦아지면서 출퇴근을 위해 움직이던 시간도 사라졌다.

인간은 동물이다. 산업화되고 현대화되기 전 인간의 삶은 훨씬 더 풍부한 움직임을 경험할 수 있었다. 먹거리를 위해 농사를 짓고 사냥을 했다. 달리고 걸으며 다양한 도구를 당기고 밀어야 했다. 노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원시시대 인간은 사냥을 위해 10시간 이상 걷고 달리기를 반복했지만, 오늘날 현대인은 1시간 이상을 쉼 없이 달리는 것도 어렵다. 근력 및 컨디셔닝 훈련 전문가인 브렛 존슨(Brett Jones)은 “오늘날 현대인의 고관절은 50년 전 사람들보다 건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리뼈와 골반이 만나 형성하는 ‘고관절’은 걷고 달리는 등의 직립 보행에 있어 체중과 다양한 방향의 힘을 견디는 데에 중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오랜 시간 앉아 있거나 움직이지 않다 보니 고관절이 충분히 부하를 견디고 단련될 시간이 사라졌다. 과거에는 흔하지 않았던 골다공증이나 고관절 질환 등이 발생하는 이유다.

어릴 적 우리가 쉼 없이 뛰어다니며 즐겼던 건, 뛰는 것 그 자체의 움직임이 너무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의자가 없어도 바닥에 아무렇지 않게 쪼그려 앉아서 놀 수 있다. 이것저것 잡아당기고 밀고 달릴 수도 있다. 아이들은 인간 본연의 움직임이 건강하게 살아있는 상태를 유지한다. 인간 본연의 움직임을 마음껏 활용하고 반복할 때 아이들은 더 건강하게 성장한다.

따라서 어떤 목적과 이유로 ‘운동’을 시작하더라도, 운동은 근본적으로 우리 삶에 부족해진 이런 ‘움직임’을 다시 학습하고 보충하기 위한 과정이 돼야 한다. 다시 말해 운동을 위한 운동이 아니라, 삶에서 결핍된 움직임을 조금이라도 유지하고 사용하는 운동이 돼야 한다. 쓰지 않으면 버려지고 잊힌다.

핵심 기초 움직임 ‘힙힌지’

일상엔 꼭 필요한 움직임들이 있다. 편하게 앉았다 일어나기, 안전하게 앞으로 숙이기, 물체를 밀거나 당기기, 그리고 걷기와 달리기 등. 사실 이런 기초 움직임들은 대중적으로 알려진 주요 운동 동작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부위별 운동으로 소개돼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힙힌지(Hip hinge)’다. 힙힌지는 척추는 본래의 형태 그대로 유지한 채 골반과 다리뼈가 만나는 고관절의 움직임만을 이용해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일어나는 동작을 일컫는다. 이때 중요한 점은 척추가 안쪽으로 말리거나 휘지 않아야 한다.

현대인은 오랫동안 앉아 있는 탓에 고관절을 움직이는 대신, 허리와 척추를 과도하게 구부리고 펴는 움직임에 익숙해져 있다. 세면대에서 세수를 할 때, 바닥에 물건을 주울 때, 장바구니를 들어올릴 때 등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상체를 숙였다 일어서는 움직임이 반복되는데, 그때마다 척추와 허리를 빈번하게 사용한다. 평소 이렇게 크고 작은 스트레스가 척추, 허리에 누적됐을 때 운동을 하겠다고 무턱대고 무게를 바닥에서 들어올리면 당연히 부상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무게를 사용하는 근력운동이 위험한 이유는 ‘무게’ 때문이 아니라, 적절한 자세와 동작을 수행하지 못 하는 ‘움직임’ 능력에 있다. 이때 힙힌지 자세를 유지할 경우 척추,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과 부상을 줄일 수 있다. 운동을 시작한다면 이 움직임에 먼저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힙힌지는 다양한 운동 동작의 기본자세이기도 하다. 바벨이나 덤벨 같은 무게를 들어올리는 ‘데드리프트(Deadlift)’, 등 근육 단련을 위해 팔꿈치를 굽히며 몸통 쪽으로 무게를 당기는 ‘로(Row)’ 동작이 그 일례다.

업계에선 스쿼트, 런지, 플랭크, 푸시업 등의 운동도 힙힌지만큼 기초 움직임 유형으로 분류한다. 이 움직임들은 어린아이가 기어 다니다가 두 발로 몸을 일으켜 마침내 서고 걷게 되는 일련의 성장발달학적 변화 속에 나타나는 것이기도 하다. 앞으로 왜 몸이 이와 같은 움직임을 구사하게 되는지, 그리고 이 움직임들이 대중적인 근력운동 동작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하나씩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사실 이 움직임들은 일상과 별개의 동작이 아니다. 평소 인지하지 못하던 기초 움직임을 다시 학습하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이우제 퍼스널트레이너·요가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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