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발기부전 치료제로 쓰이는 비아그라의 성분이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 게놈의학연구소 연구팀은 지난 6일(현지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노화’에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게재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허가한 방대한 양의 치료제를 대상으로 한 데이터 분석과 70대 미국인 700여만 명의 의료 데이터를 6년간 추적한 대규모 연구였다.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타우 단백질 등 이상 단백질이 뇌 속에 쌓이면서 뇌 신경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는 퇴행성 신경 질환이다. 베타 아밀로이드는 신경세포에서 떨어져 나와 덩어리를 이루면서 신경세포에 손상을 준다. 타우 단백질은 세포 안에서 신경섬유 응집체를 형성해 신경세포 손상을 일으킨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에 작용하는 약물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컴퓨터 가상 실험을 통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허가한 치료제 1608종을 대상으로 두 단백질이 겹치는 곳에 효과가 있는 약물을 찾았다. 그 결과 심혈관계 치료제들이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가장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비아그라의 실데나필 성분이 효과가 제일 높을 것으로 예측됐다.

환자 의료 데이터 역시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비아그라의 주성분인 실데나필을 복용한 사람들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이 약을 사용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69%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 치료에도 사용되는 실데나필은 현재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임상 시험에 사용되고 있는 로사르탄과 메트포르민 보다 더 좋은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데나필을 복용하는 사람들의 알츠하이머병이 로사르탄을 복용하는 사람들보다 55%, 먹는 당뇨병 치료제인 메트포르민을 복용하는 사람들보다 63% 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데나필은 비아그라와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 레바티오의 약효 성분이다. 둘 다 혈관을 확장시켜 생식기 등 말초 혈관으로 가는 혈류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효과가 뇌에서의 혈관 건강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봐왔다.

연구팀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비아그라 속 실데나필 성분을 치매 치료제로 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도 “발기부전 치료제가 정말로 알츠하이머병을 막을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대규모 임상 시험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알츠하이머병은 현재까지 뾰족한 치료제가 없는 질환이다. 지난 6월, 18년 만에 알츠하이머 신약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이 허가를 받았지만 그 효능에 대해선 여전히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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