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프랑스의 국민 음료 뱅쇼(vin chaud)의 인기가 한국에서도 뜨겁다. 뱅쇼는 ‘뜨거운 와인’이라는 뜻으로 와인에 과일, 계피 등을 첨가해 오랜 시간 끓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쌍화탕’처럼 프랑스에서 천연 감기약으로 사랑받는 음료이다. 와인바에서나 즐기던 뱅쇼가 이젠 어디서나 만나는 인기 메뉴가 됐다. 커피 프랜차이즈들도 앞다퉈 뱅쇼 메뉴를 내놓고 주류업체도 다양한 뱅쇼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다. 을지로와 망리단길 등 핫플레이스를 중심으로 뱅쇼 전문점도 늘어나고 있다.

뱅쇼 인기는 SNS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 ‘#뱅쇼 만들기’를 검색하면 1만여 개가 넘는 게시물이 등록되어 있으며, 유튜브에도 뱅쇼 조리법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업가 백종원 역시 뱅쇼 열풍에 동참해 유튜브 채널에 뱅쇼 조리법을 공개해 3주 만에 45만 조회 수를 넘어섰다. 뱅쇼 키트도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다. 현재 네이버 쇼핑에서 뱅쇼 키트가 1,000개 넘게 검색되며, 사용자 후기도 수 천 건이 넘는다. 와인과 과일만 있으면 도전할 수 있는 간단하고 쉬운 조리법에 만 원에서 삼 만원 사이로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연말과 명절 주류 선물 세트에도 뱅쇼가 합류했다. 일반 와인보다 더 특별한 주류를 찾는 사람들이 뱅쇼를 구매해 업계에서는 다양한 구성으로 뱅쇼 선물 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뱅쇼가 한국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2017년경이다. 매스컴에 소개되고 유럽 여행객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음료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각 커피전문점에서는 논 알코올 음료로 뱅쇼를 출시했다.

뱅쇼는 겨울철 강추위가 닥치는 유럽(특히 독일과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 약용으로 즐겨 마시던 음료인데, 먹다 남은 와인에 과일과 계피 등을 넣고 끓여 알코올을 많이 증발시킨 후 마시던 것이 오늘날의 뱅쇼가 되었다. 독일에서는 글뤼바인(Glühwein), 영국에서는 멀드 와인(mulled wine)으로 불린다. 국가마다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만큼 요리법도 조금씩 차이가 난다. 보통 적포도주를 사용해 만든다. 적포도주 속에 탄닌과 안토시아닌 같은 폴리페놀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에 면역력을 키우는 효과가 두드러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뱅쇼의 기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독일 농부가 감기를 예방하기 위해 향신료를 넣고 데운 글뤼바인이 원조라는 설과 로마인들이 건강을 위해 와인에 약재를 넣고 끓인 음료가 유럽 전역에 전파되었다는 설도 있다. 유래는 제각각이나 추위를 녹이고 건강을 위하는 마음은 동일하다.

와인으로 만든 음료는 뱅쇼 이외에도 샹그리아가 있다. 스페인에서 시작된 샹그리아는 와인에 과일을 많이 넣은 뒤 주스를 섞어 숙성시킨 술이다. 샹그리아를 끓여서 뱅쇼처럼 먹기도 하지만, 주로 차갑게 숙성시키기에 뱅쇼보다는 알코올 도수가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샹그리아는 여름에, 뱅쇼는 겨울에 많이 찾는다. 뱅쇼는 오랜 시간 끓이는 과정에서 원래 있던 알코올 일부는 증발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뱅쇼가 완전한 무알코올 음료라고는 할 수 없는데, 이는 끓이는 조건이 모두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뱅쇼는 포도로 만든 와인에 각종 과일이 첨가되어 당도가 높다. 과다 섭취할 경우 혈당이 급격하게 올라갈 수 있어 당뇨 환자들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김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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