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화
[2458호] 2017.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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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소울푸드] 백형찬 서울예술대 교수의 하얀 짬뽕

까까머리 시절로 시간여행 ‘마법의 국물’

백형찬  서울예술대 교수  

내가 태어난 곳은 서울 영등포입니다. 하지만 주로 성장한 곳은 인천입니다. 인천에서도 자유공원 남쪽 기슭입니다. 부모님이 황해도에서 피란 나와 고향 사람들 곁으로 찾아온 곳이 바로 중국인 마을 차이나타운과 가장 가까운 동네인 해안동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짜장면, 우동, 만두, 찐빵, 공갈빵 등의 중국 음식에 익숙했습니다. 우리 집 길 건너편에는 왕씨 성을 가진 중국인이 운영하는 ‘태화관’이 있었습니다. 벽에는 중화민국 국기와 우리나라 태극기가 나란히 걸려 있었고 그 밑에는 장제스 총통과 박정희 대통령의 사진이 사이좋게 있었습니다. 짜장면을 시키면 주인은 주방에 뭐라고 중국말로 큰소리를 지릅니다. 그러면 잠시 후에 작고 둥근 배식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짜장면이 나왔습니다. 각종 요리들이 줄줄이 나오는 그 작고 둥근 배식구는 참으로 신기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할 때 즈음 윗동네에 ‘진흥각’이란 새로운 중국집이 생겼습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55년 전이 됩니다. 그 주인 역시 왕씨 성이었는데 새롭게 요릿집을 차린 것입니다. 그 중국집에서 사람들은 정말 맛있게 ‘우동 같은 것’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그 음식은 우동하고는 국물 색깔이 달랐습니다. 홀에서 일하는 종업원에게 그 음식의 이름을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하얀 짬뽕(炒馬麵)’이라 대답했습니다. 초(炒)는 ‘볶는다’는 뜻이고 마(馬)는 ‘각종 재료’를 뜻하므로 결국 각종 재료를 넣고 볶은 면이 하얀 짬뽕인 것입니다. 이 하얀 짬뽕이 맛있다고 동네에 소문이 다 났습니다. 그래서 그 맛있다는 하얀 짬뽕을 나도 먹어 보기로 작정했습니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자유공원 너머에 있어서 집으로 올 때는 홍예문을 지나 이 중국집 앞길을 거쳐 오곤 했습니다. 어느 날 까까머리 소년은 ‘용기를 내어’ 중국집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용기를 냈다는 말은 당시 모범학생(?)은 교복을 입고 혼자서 중국집에 가질 않았습니다. 자칫하면 고량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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