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화
[2466호] 2017.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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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키토스에서 벨렘까지, 아마존강을 횡단하다 下

아마존 보트피플의 목숨 건 구걸 전쟁

전운성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  

▲ 아마존강 주변의 원주민들이 크루즈 승객들이 던져주는 구호물품을 받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승객들이 던진 비닐봉지가 강 위에 떠 있다.
24인승 쾌속 보트의 엔진 고음이 강을 가른다. 강이 아니라 마치 대양을 달리는 것 같다. 보트 위로 열대 소나기가 몰아친다. 회색빛 강이 거칠게 배를 몰아친다. 페루의 정글도시 이키토스를 출발해 본격적인 아마존강 횡단이 시작됐다. 이키토스에서 아마존강 하구인 브라질 벨렘까지는 3700㎞. 기나긴 여정이다. 크고 작은 배를 갈아타고 국경을 넘고 몇 날 밤을 강 위에서 보내야 한다. 마치 아마존이라는 대장(大腸) 속을 지나는 것처럼 정글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 강을 헤쳐가야 한다. 첫 기착지는 페루 산타로사. 이키토스에서 약 400㎞ 떨어진 곳으로 페루, 브라질, 콜롬비아 3개국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트라이앵글 지역이다. 이곳 국경사무소에서 간단한 출입절차를 거쳐 브라질 타바팅가로 넘어간다. 타바팅가에서 마나우스를 거쳐 벨렘까지 갈 것이다.
   
   긴 여정을 떠나기 전, 문제를 하나 풀고 가자. 세계에서 가장 긴 강은 나일강일까, 아마존강일까? 대부분 나일강(6671㎞)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08년 5월 브라질 수도 리마에서 열린 지리학회에서 아마존이 7062㎞로 더 길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세계 최장’ 타이틀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몇 해 전 나일강 발원지인 빅토리아호수를 방문했을 때에도 ‘세계 최장’이라는 간판은 여전히 세워져 있었다. 아무튼 아마존강은 세계 담수량의 20%를 차지, 미시시피강·나일강·양쯔강을 합친 것보다 많다고 한다. 현재 아마존 국경을 넘는 항행은 자유롭다. 1851년 페루와 브라질의 조약에 이어 1868년 페루와 에콰도르가 자국 영내에서 외국 선박의 항행을 자유화함으로써 아마존은 완전한 국제 하천이 됐다. 페루는 아마존강의 이키토스 관문을 통해 대서양과 태평양을 동시에 면하고 있는 나라가 되었다.
   
   

   페루 산타로사에서 브라질 타바팅가로
   
   작은 배 안에 꼼짝없이 앉아 있다 잠시 토끼잠에 빠졌다. 산타로사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고함소리에 잠이 깼다. 부두랄 것도 없었다. 제방에 좁은 이동식 다리를 내려주었다. 산타로사는 인구 4000명 정도가 사는 섬으로 콜롬비아 레티샤, 브라질 타바팅가와 국경을 이루는 지역이다. 3개국의 국경무역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곳으로 출입국 수속을 하는 이민국이 있다.
   
   배에서 혼자 내려 강가의 모래사장을 밟고 황당했다. 국경사무소는커녕 사람 구경도 할 수가 없었다. 한참 배낭을 메고 서성이고 있자니 누군가 다가왔다. 자신의 이름은 토니로 가이드라고 소개하며 출입국 절차를 안내해주겠다고 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를 따라 산타로사 시내로 들어갔다. 작은 타운이긴 했지만 거리에 만국기가 휘날리고 있었다. 여기서 다시 오토바이택시를 타고 가서야 페루 국경사무소가 나타났다. 초행길 외국인에 대한 배려는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이민국 직원은 한국이 어디에 있느냐, 방문 목적은 뭐냐, 어디로 갈 거냐 등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는 출국 도장을 찍어주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이게 한국제 맞느냐”고 물었다. 삼성 휴대폰이었다. 그리고 짓궂게 “한국 남성은 정력이 세냐”고 물었다.
   
   사무실을 나와 온 길을 거슬러 다시 선창가로 갔다. 작은 배에 오르니 통통 대며 아마존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페루 해군과 브라질 해군 경비함이 국기를 휘날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구축함 크기의 배 두 대가 마주 보며 경계를 서고 있을 정도로 강폭이 넓었다. 과거에 양국 해군 간에 강상(江上) 총격전이 벌어진 일도 있었다고 한다.
   
   강을 건너 브라질의 타바팅가로 왔다. 건너편 페루 쪽 모래사장이 석양 빛에 물들고 있었다. 토니는 공무원 퇴근시간이 임박했다며, 대기해 둔 자신의 오토바이 뒤에 나를 태우고 부두에서 3㎞ 떨어진 이민국을 향했다. 퇴근 준비를 하고 있던 직원은 여권을 제시하니 질문 한마디 없이 입국 허가 스탬프를 ‘쾅’ 찍어주었다. 이렇게 토니의 안내로 무사히 브라질에 입국했다. 토니는 정글투어도 안내하고 있다면서 여러 장의 사진을 보여준다. 내가 이키토스에서 정글탐사를 했다고 하자, 실망한 눈빛으로 호텔 안내를 제안했다. 호텔로 가기 전 여행사를 들러 마나우스 배편을 알아봤다. 여행사 직원은 3박4일 걸리는 슬로 배편과 40시간이 걸리는 스피드 배가 있다고 했다. 슬로 배편은 주말에만 떠난단다. 수요일에 도착했으니 기다리는 것은 무리였다. 다음 날 아침 8시에 출발하는 스피드 배 티켓을 140달러 주고 예약했다. 비로소 타바팅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인구 4만명의 작은 도시이긴 해도 브라질의 관문답게 활기가 넘쳤다. 스페인어 대신 포르투갈어가 들렸다. 비로소 새로운 문화권에 들어온 것이 실감났다. 외모 만으로는 페루 사람과 구별이 안 됐다.
   
   
▲ 500t급의 아마존강 횡단 크루즈선 산마리노 3호(아래)와 선실을 채운 해먹들.

   오, 나의 문명이여! 마나우스로 가는 뱃길
   
   다음 날 아침 일찍 토니가 문을 노크했다. 7시에 오라고 한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토니의 오토바이에 실려 부둣가로 갔다. 토니에게 수고비와 팁으로 50여달러를 손에 쥐여주었다. 그는 액수를 보더니 나쁘지 않다는 듯 미소를 보였다. 경찰 5명이 승객들의 짐을 샅샅이 조사했다. 배는 이키토스에서 타고 왔던 배보다는 훨씬 크고 좋았다. 잠시 후 점심으로 선내식(食)이 나왔다. 40시간 동안 다섯 끼가 제공된다고 했다. 주방에서 막 요리한 스테이크에 스파게티와 밥이 나왔다. 맛이 웬만한 레스토랑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했다. 그것도 매끼 다른 메뉴였다. 저녁에는 잘 구운 닭 뒷다리가 나왔다.
   
   배가 하류로 내려갈수록 강폭도 넓어졌다. 고속 엔진 소리도 뱃전에 부딪치는 바람과 파도 소리에 묻혔다. 하류를 따라 1000㎞ 정도 내려왔지만 아직 강을 건너는 다리를 하나도 보지 못했다. 강을 다스리기보다 동행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했다. 하긴 인간이 치수(治水)하기 힘들 정도로 규모가 큰 강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현대문명이 닿지 않은 것도 아니다. 이미 문명은 정글 구석구석 들어와 있었다.
   
   ‘크리스탈-Ⅰ’로 명명된 배는 큰 마을이 보이면 30분 정도 멈춰 손님을 내리거나 태우곤 했다. 배가 부둣가에 닿는 순간, 수십 척의 어선이 고기를 싣고 몰려들었다. 그때마다 배 뒤편 갑판에 있는 냉장고는 갓 잡은 고기들로 채워졌다. 선내식이 맛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시속 60㎞가 넘는 속도로 달리는 배와 함께 날씨도 변화무쌍했다. 쾌청한 날씨를 자랑하다 금방 찌푸린 하늘이 강물 색과 비슷해졌다. 말로만 듣던 마나우스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바다에서 1500㎞ 떨어진, 깊숙한 내륙에 1만t급 이상의 큰 배가 들어와 있었다. 강 옆으로 펼쳐진 정글만 보다 고층건물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오, 나의 문명이여!”라고 외치고 있었다.
   
   1669년에 개항한 마나우스 부두에 내렸다. 마치 인천항에 도착한 것 같았다. 유럽풍의 웅장한 건물과 현대식 건물이 어우러진 도심은 이국적이었다. 타바팅가에서처럼 여행사에 들러 벨렘까지 배편을 먼저 구하고 호텔로 갔다.
   
   인디언 부족 이름을 딴 마나우스(Manaus)는 아마존강 유역의 중심 항구도시로 모든 물품의 집산지 역할을 하고 있다. 마나우스 역시 고무산업이 키운 도시. 산업혁명과 타이어산업의 성장으로 1879~1912년 제1차 고무 붐이 일어나면서 급속도로 발전했다. 당시 고무는 아마존 열대우림 파라고무나무의 수액에서 얻는 천연고무에만 의존했다. 정글의 금맥을 좇아 이주자들이 몰려들었다. 전기도 브라질에서 리우데자네이루에 이어 두 번째로 보급됐다.
   
   고무 경제로 흥청이던 마나우스를 위기에 빠트린 사람이 있었다. 1876년 영국의 탐험가 헨리 위컴이다. 그는 이곳에서 고무나무 씨앗 7만개를 몰래 가져가 영국 식민지인 스리랑카, 말레이반도, 인도네시아 등 열대 지역에 보급한다. 그중 약 2700개의 씨앗이 발아에 성공하고 대량 생산에 이르게 된다. 국제 고무 가격이 하락하면서 마나우스 경기는 큰 타격을 입었다. 브라질에서 위컴은 탐험가가 아니라 ‘바이오해적’, 즉 산업스파이다.
   
   마나우스는 1960년대 이후 공업도시로 부활한다. 브라질이 수도를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내륙인 브라질리아로 옮기면서 북부 지역 개발에 나섰다. 특히 브라질이 ‘남미의 공장’으로 부상하면서 세계적인 전자회사들이 마나우스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삼성과 LG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다들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며 ‘삼성!’ ‘LG!’를 외쳤다.
   
   도착한 다음 날 마나우스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을 찾았다. 성당 바로 앞이 흑인 노예 시장이었던 모양이다. 아프리카에서 노예들을 끌고 와 묶어두었던 쇠고랑과 고리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아마도 잔혹한 역사를 참회하기 위해 성당을 세운 듯하다. 성당을 나서는데 수염을 기른 주교가 내 머리와 어깨에 손을 올리고 축복기도를 해주었다. 따뜻한 손의 감촉이 오래도록 남았다.
   
   이곳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때 예선전을 여러 차례 치렀던 곳이다. 그래서인지 축구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다. 내가 묵은 호텔 앞에 있는 오페라하우스 광장에는 당시 대형 스크린을 걸어놓고 시민 응원전이 펼쳐졌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축구 이야기를 빼놓고는 대화를 이어갈 수가 없을 정도였다. 마나우스에서 이틀을 묵다 보니 다시 익숙한 문명생활로 돌아온 것 같았다. 다시 강으로 돌아갈 시간이 됐다. 3일째 아침 배낭을 둘러메고 100년이 넘은 망고 가로수가 늘어선 길을 걸었다. 15m 정도로 쭉 뻗은 나무에는 아직 덜 익은 녹색 망고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망고가 노랗게 익어 바람에 떨어질 때면 망고 잔치가 벌어진다고 한다. 아예 자루를 들고 와 수확해가는 사람도 있단다. 걸어가다 느닷없이 떨어지는 망고 폭탄을 조심해야 한다. 부둣가에는 수백 곳의 행선지로 가려는 크고 작은 수백 척의 배들로 꽉 차 있다. 마지막 여정인 벨렘까지 나를 데려다줄 배는 500t급의 크루즈선 산마리노 3호였다. 벨렘까지는 4박5일 일정이다.
   
   
▲ 강 주변에 구걸로 연명하고 사는 원주민의 모습이 보인다.

   벨렘으로 가는 길
   
   크루즈선에 오르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그물침대인 ‘해먹’ 자리를 잡는 일이다. 배에는 객실이 몇 개 없다. 1~3층까지 탁 트인 공간에 해먹을 걸면 그곳이 바로 배를 타고 가는 동안 자신의 자리가 된다. 해먹은 직접 가져와야 한다. 색색의 해먹이 걸려 있는 풍경은 장관이다. 부둣가 가게들마다 해먹을 팔던 것이 그제야 이해가 됐다. 나는 여행사 도움으로 돈을 조금 더 주고 선실을 잡았다. 마나우스에서 벨렘까지는 1500㎞, 4박5일의 여정이다. 작지만 화장실을 겸한 샤워장과 침대, 초미니 책상이 놓여 있었다.
   
   드디어 배는 마나우스항을 뒤로하기 시작했다. 배의 스크류가 일으킨 물결 위로 고층건물이 늘어선 도시가 작아지고 있었다. 삼성과 LG의 간판도 멀어져갔다. 배는 다시 강 한가운데로 들어섰다. 선내식은 제공되지 않았다. 대신 식당과 매점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한다. 미리 준비해온 컵라면, 즉석수프와 배에 오르기 전에 산 바나나, 오렌지 등의 열대과일, 비상식량으로 가지고 온 건빵, 육포, 말린 황태 등을 침대 위에 꺼내놓았다. 항해 준비는 끝이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황토색과 검은색 강줄기가 만나는 장관이 펼쳐졌다. 본류인 아마존강과 네그로강이 합류하는 곳이었다. 검은색의 네그로강은 세계에서 가장 긴 지류로 길이가 무려 2230㎞에 이른다. 배는 두 색깔이 만나는 경계를 넘나들며 움직이고 있었다. 두 강은 섞이지 않고 긴 띠를 만들면서 흐른다. 그 띠의 길이가 건기엔 17㎞, 우기엔 70㎞에 달한다고 한다. 두 강의 물이 섞이지 않는 이유는 온도와 유속 차이 때문이다.
   
   대양의 한복판에 있는 듯, 넓은 강 한가운데서 갑자기 배가 닻을 내리고 멈췄다. 세 척의 고무보트가 고속으로 우리 배를 향해 달려왔다. 보트에는 무장을 한 특수부대원들이 타고 있었다. 한 척은 총을 겨눈 채 배를 선회하고, 나머지 두 척의 고무보트에 탄 군인들이 무장을 하고 배에 올라와 검문 검색을 시작했다. 선원이 급히 나에게 오더니 여권을 달라고 했다. 외국인에 대한 조사는 별도로 확인한다고 했다. 군인은 나에게 왜 왔는지, 어딜 가는지, 언제 귀국하는지 등을 묻고는 여권을 돌려주었다. 한 시간가량 조사를 마친 뒤 두어 사람을 고무보트에 태우더니 다시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벨렘까지 가는 사이에 항구와 강 위에서 이런 검문을 두 번 더 겪어야 했다. 승객들이 술렁거리는 소리를 들어 보니 베네수엘라 경제가 나빠지면서 난민들의 불법입국을 막기 위해 검문이 강화됐다고 했다. 배가 중간 기항지에 닿을 때마다 음식을 팔려는 상인들이 몰려들었다. 긴 장대 끝에 반으로 자른 페트병을 매달아 물건을 올려 보내고 돈을 받는 모습들이 아주 익숙했다.
   
   가도가도 끝이 없을 듯 강이 이어졌다. 해먹 구경에 나섰다. 어른 한 사람이 눕기도 좁은 공간에 꼭 끌어안은 연인이 누워 있기도 하고,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엄마도 있었다. 애완견을 데리고 누워 있는 사람, 책을 보거나 늘어지게 낮잠을 자는 사람 등 다양했다. 서로 등을 긁어주는 노부부도 있었다. 그동안 배는 강변의 도시에 들러 승객들을 내리고 태웠다. 이제 배는 넓은 강을 지나 수많은 섬 사이의 좁은 수로가 이어지는 수역으로 항행하기 시작했다. 벨렘 도착이 머지않은 듯했다. 갑자기 해먹 주위가 부산해졌다. 해먹에 있던 사람들이 나와 비닐봉지 안에 남은 음식, 옷, 돈 등을 넣었다. 그리고 비닐에 바람을 불어넣어 풍선처럼 팽팽하게 만들었다.
   
▲ 아마존 정글의 고무나무가 키운 브라질의 항구도시 마나우스(위). 불법 입국 적발을 위해 검문에 나선 브라질 특수부대원들.

   그때 좁은 수로 사이를 천천히 진행하는 우리 배를 향해 소형 카누들이 몰려왔다. 마치 올림픽 카누 경기를 치르는 것처럼 전력질주를 벌였다. 크루즈선이 일으킨 거친 물결이 카누를 흔들었다. 위험천만해 보였지만 그들은 목숨을 걸고 다가왔다. 카누 안에는 아이와 엄마로 보이는 여성들이 타고 있었다. 소형 엔진을 단 작은 목선도 있었다. 강가 오두막에 살며 강 위에서 구걸로 연명하는 원주민들이었다.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고 구걸하는 몸짓을 하면서 배 옆으로 다가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승객들이 물건이 든 비닐봉지를 던지기 시작했다. 미처 카누까지 가지 못한 비닐봉지들이 강 위에 떨어졌다. 카누들 간에 그 봉지를 줍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배를 자주 이용하는 승객들은 이 광경이 익숙한 듯했다. 입고 있던 옷까지 벗어서 봉지에 넣는 사람도 있었다. 나도 던져줄 만한 것을 찾았지만 여행 배낭은 단출했다. 마나우스에서 산 과일과 옥수수통조림 그리고 한국에서 가져온 쇠고기통조림, 육포, 황태포 그리고 몇 자루의 볼펜 등이 눈에 띄었다. 비닐봉지 두 개를 얻어 물건들을 넣고 팽팽하게 조여 맨 다음 갑판으로 나가 힘껏 강으로 던졌다. 강 위에 떨어진 비닐봉지를 여자아이를 태운 엄마가 건져 올리는 것을 보았다. 이때 소행 엔진이 달린 배가 배 꽁무니까지 접근했다. 10대 후반의 소녀 두 명과 아홉에서 열 살 정도의 여자아이 네 명이 타고 있었다. 아이들이 배 위로 줄을 던졌다. 승객 한 명이 줄을 잡아 배 뒷전에 매어주었다. 아이들이 줄을 잡고 배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가져온 물건과 음식을 팔기 시작했다. 승객들은 필요해서보다 도와주기 위해 물건을 사는 것 같았다. 선장도 이들의 위험한 행동을 눈감아주고 있었다. 아마존강 하류의 정글에 사는 가난한 원주민들은 목숨 건 강상 구걸로 연명하고 있었다. 강상 구걸은 한동안 이어졌다. 카누와 목선들은 100여㎞에 걸쳐 모두 수백 척에 달했다. 아마존강 하류에 이르면 강이 여러 갈래로 나뉘면서 100㎞ 이상 좁은 수로가 이어진다. 수로 양쪽에 이들은 주로 살고 있었다,
   
   마나우스를 떠난 지 5일째 되는 날 아침, 아마존강 유역의 최대 항구인 벨렘에 도착했다. 벨렘은 1616년에 포르투갈인에 의해 세워진 도시로 인구 230만명에 이른다. 대서양에서 100㎞ 떨어진 아마존강 탐사의 관문으로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이키토스에서 벨렘까지 12일, 마치 다른 세계로 시간여행을 다녀온 듯했다. 강 폭이 수십㎞에 이르는 거대한 아마존은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품고 묵묵히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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