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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위클리펫
[2622호] 2020.08.24

비행기 옆자리에 강아지가? 정서적 장애 승객 위한 ‘정서적 지원동물’ 이용하려면

미국 보스턴에 거주하는 재미교포 2세 김보람씨는 폐쇄공포증이 있다. 일상에서 큰 어려움을 느끼는 수준은 아니지만, 비행기를 타고 장시간 이동하거나 사람이 많은 엘리베이터를 타면 불안감이 온 몸을 덮친다. 심한 경우 호흡곤란까지 온다. 김씨가 가장 어려움을 겪는 상황은 부모님이 사는 로스엔젤레스를 방문해야 할 때다. 비행시간 동안 공포증이 터져 나올까 보스턴이 있는 동부지역에서 로스엔젤레스가 위치한 서부까지 자동차로 이동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지난 몇 년 새 안심하고 비행기를 이용하고 있다. 미국에서 활성화된 ‘정서적 지원동물(Emotional Support Animals‧ESA)’ 시스템 덕분이다. 정서적 지원동물은 심리적‧정서적 불안증 등을 가진 주인에게 심리적 위안과 안정을 주는 애완동물을 말한다. 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ADHD), 사회불안장애,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서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보조 동물이다. 대부분의 미국 항공사는 ‘공인된’ 정서적 지원동물에 한해 객실 무료 동반탑승을 허용하고 있다. 케이지에 넣어 좌석 하단 등에 보관해야 하는 일반 반려동물과는 달리 기내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김씨는 자신이 키우는 반려견 ‘타키’와 함께 기체에 탑승할 수 있게 되면서 장시간 비행을 어렵지 않게 소화하게 됐다. “오랜 비행으로 인해 공포심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면 품 안에 반려견을 꼭 끌어안고 쓰다듬는데 집중을 한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공포심이 사라지고 목적지에 도착해 있다.”
   
   
▲ 정서적 지원동물로 가장 흔한 개.

   한국에선 아직 생소하지만 반려동물 이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정서적 지원 동물’. 정서적으로 불안증, 공포증이 있는 사람이 심리적으로 의지할 수 있도록 동반자 역할을 하는 동물이다. 불안한 정서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훈련 정도에 따라 주인이 발작 일으키면 짖는 등의 행동으로 주변 사람이나 가족에게 알리기도 한다. 가장 흔한 정서적 지원동물은 ‘개’지만, 주인이 심리적 안정만 취할 수 있다면 어떤 동물이든 정서적 지원동물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고양이, 조랑말, 라마, 돼지, 앵무새, 공작새 등이 정서적 지원동물로 비행기를 탑승해 화제가 됐다.
   
   
▲ 미국 항공사에 정서적 지원동물로 등장해 화제가 됐던 공작새. 이 공작은 결국 목적지인 영국에서 입국 허가를 받는데 실패해 미국으로 되돌아가야 했다.

   정서적 지원동물은 ’서비스동물’과는 다르다. 맹인안내견, 인명구조견, 간질환자의 테라피독(theraphy dog) 등과 같은 서비스동물은 특정한 임무를 수행하도록 훈련됐다. 때문에 주인과 동반해서라면 어디든지 출입이 허용된다. 반면 정서적 지원 동물들은 특정한 훈련이 필요하지 않다. 우울증, 불안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서적 장애를 겪는 사람들의 곁에서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정서적 지원동물은 동물이 금지된 시설에 출입할 수 없다.
   
   정서적 지원동물이 정서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치료적 효과를 주는지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일본 아자부 대 수의학과대학 연구팀은 자신의 정서적 지원동물과 눈을 맞출 때 옥시토신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옥시토신은 사회적 교감과 신뢰관계 형성, 스트레스 완화 등에 작용하는 물질로 알려졌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심장발작을 일으킬 확률이 적다는 연구나. 정서 불안이 있는 사람이 자신의 정서적 지원동물을 만지면 심박동 수도 내려간다는 연구도 있다.
   
   무엇보다 강력한 증거는 정서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 스스로가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수의사로 활동 중인 카타리나 스타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정서적 지원동물과 함께 했을 때 약물의 도움 없이도 정서적 증상이 크게 완화될 수 있다”며 “동물을 활용한 치료법이 정서적 장애 환자에게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 태국 방콕에서 중국 허베이성 우한으로 향하는 중국 남방항공 항공기 안에 탑승한 알래스칸 말라뮤트 종(種) ‘브루스’의 모습. 지난해 2월 주인의 정저적 지원견 자격으로 중국남방항공 비행기에 무료 탑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Massimo Ceccarelli 페이스북 캡쳐

   정서적 지원동물 제도가 가장 보편화된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 연방법은 정서적 지원동물에 대해 항공기에 무료 탑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서적 지원동물로 인정받기 위해선 탑승에 앞서 항공사에 몇 가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정서적 지원동물 진단을 내린 의사의 소견서와 동물의 건강증명서. 정신과 의료전문가가 서명한 정서적 장애여부 확인서 등이다. 항공사는 이런 동물이 탈 경우 사전에 모든 탑승객에게 고지한다. 털 등 관련 동물 알레르기가 있는 탑승객은 보호조치를 취하며 다른 항공편으로 교체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정서적 지원동물 제도를 악용해 무분별한 동물 반입과 그로 인한 사고 발생으로 미국 내에서도 규제가 엄격해지고 있는 추세다. 2018년 미국 항공사들은 탑승 불가능한 동물을 명시하고 48시간 전에 필요서류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일부 제한을 두기 시작했다. 지난 1월엔 미 교통부가 정서적 지원동물의 범위를 ‘훈련받은 개(Dog)’로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향후 6개월 동안 관련 분야의 의견을 취합해 최종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정서적 지원동물은 한국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제도가 아니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한국의 항공사에서도 일부 노선에 한해 예외적으로 정서적 지원동물의 탑승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미국발, 미국행 비행기에만 가능하다. 가능한 동물의 종류 역시 제한적으로 ‘개’만 허용한다. 항공사측에 출발 예정일 1년 이내에 발급된 전공 의료인의 소견서를 사전에 제출해야 한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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