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편집장레터
[2452호] 2017.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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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편지] 취업 특혜 의혹

조성관  편집장 maple@chosun.com 

주요 사립대의 최대 숙원은 기여입학제 도입이다. 사립대들은 1990년대부터 기여입학제 도입을 주장해왔고, 언론에서도 이를 이슈로 삼아왔지만 아직 한 발자국도 진전되지 않은 상황이다. 기여입학제를 도입하면 대학 재정난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고, 그 혜택을 다수의 학생들이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의 명문 사립대들이 다 이렇게 기여입학제를 통해 재정 문제를 해결한다.
   
   이런 기여입학제를 우리 국민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제도는 미국식 제도를 그대로 직수입한 게 많다. 실패로 끝난 졸업정원제와 현재 운용 중인 입학사정관제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기여입학제만큼은 국민정서가 용납하지 않는다. 왜 그런가? 대학 입학만큼은 부모의 재력이 아닌 오로지 학생 개인의 노력과 실력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고 한국인은 생각한다. 기여입학제는 기회의 평등을 훼손한다고 믿는다. 계층이동의 첫 관문인 대학 입시에서는 어떤 경우도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게 사회통념이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가 학생들과 언론으로부터 융단폭격의 비난을 받은 것은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체육특기자로 이화여대에 입학하는 과정에 비리가 있었다고 믿었고, 이것이 학생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이런 정서에 편승한 일부 언론은 정유라에 대해 인격살인을 서슴지 않았다.
   
   이회창씨가 1997년 대선과 2002년 대선에 잇달아 패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결정적 이유는 두 아들이 똑같이 병역면제를 받았다는 사실이었다. 어떻게 두 아들이 똑같이 군면제를 받을 수 있느냐, 뭔가 다른 힘이 작용하지 않았느냐가 당시 국민정서였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 후보에 나올 수 있느냐? 자기 자식은 군대에 보내지 않고 군통수권자로서 어떻게 장병들에게 희생을 요구할 수 있느냐? 언론은 이와 함께 김대업이라는 자의 주장을 수개월간 대서특필했다. 면제 과정에서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대중은 병역비리가 있었다고 믿어버렸다. 국민개병제(皆兵制) 국가에서 병역의 의무는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특별히 건강상에 문제만 없다면 누구나 가야 한다고 믿는다. 헌법 제39조 1항은 병역의무의 평등을 명시한다.
   
   대선이 시작됐다. 대선 초반의 이슈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 아들의 취업 특혜 의혹이다. 문 후보의 아들(문준용)이 한국고용정보원에 취업한 게 2006년 12월. 문 후보가 노무현 대통령 밑에서 대통령정무특보로 있을 때다. 문 후보 아들은 12줄짜리 자소서를 쓰고도 합격했다. 입사 과정도 의혹인 사람이 14개월 근무하고 37개월치 퇴직금을 수령했다! 직장생활을 1년만 해본 사람이라면 이게 얼마나 ‘웃기는’ 일인지를 안다. 문 후보는 언론이 문제를 제기하자 “제 아들이 겪는 인권의 침해나 인격에 대한 모욕 그런 부분들을 용납할 수 있는 일이겠나?”라고 했다.
   
   대졸자들의 취업난이 사회문제로 부상한 지 오래다. 청년들의 좌절이 쌓이자 ‘N포 세대’ 같은 신조어가 등장했다. 좌파 언론은 이런 상황을 이용해 ‘헬조선’이라는 조어를 유포해 청년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일부 청년들은 “부모의 능력이 없으면 취직도 어렵다”는 말을 자조적으로 내뱉곤 했다.
   
   병역비리, 입시비리, 취업비리. 한국인이 용납하지 못하는 3대 비리다. 이번 대선에서도 이 심판의 법칙이 또 적용될지 결과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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