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8일 이후 세계인의 화제는 단연 프랑스 대통령 부부의 러브스토리다. 대통령 당선자 에마뉘엘 마크롱(40)과 퍼스트레이디 브리지트 트로뉴(64).

두 사람의 인연은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크롱이 지방의 고교 재학 시절 트로뉴는 문학 담당 교사였다. 트로뉴는 연극동아리 지도교사로 있으면서 고교 2년생인 마크롱을 만났다. 트로뉴는 당시 은행원 남편과의 사이에 자녀 셋을 두고 있었다. 마크롱과 트로뉴는 서로에게 끌려들어갔다. 학생과 교사 간의 사랑은 흔한 일이지만 두 사람 사이의 교감은 차원이 달랐던 것 같다. 마크롱은 자서전에서 “우리는 서로의 지적인 매력에 압도됐고, 점차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했다”고 썼다. 마크롱이 부모의 권유에 못 이겨 파리에 있는 고등학교로 전학을 가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잊지 못했다. 트로뉴가 2006년 남편과 이혼하면서 두 사람의 만남은 다시 이어졌고, 2007년 두 사람은 결혼했다. 트로뉴 나이 쉰네 살.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나이였다.

프랑스를 비롯한 서구인들은 이 러브스토리를 한국에서처럼 특별하게 받아들이진 않는 것 같다. 한국 사회에선 충격 그 자체였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마크롱의 사랑을 한국 남성의 관점에서 보자. 인터넷 우스개 중에 이런 게 있다. 20대 남자가 여자를 선택하는 최우선 기준은 ‘예쁜 여자’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이 기준은 변하지 않는다. 50대 남자 역시 ‘예쁜 여자’다. 한국처럼 여성을 겉모습, 즉 외면(外面)으로만 평가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없다. 그 증거는 헤아릴 수도 없다. TV 뉴스 여성 앵커는 30대를 넘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뉴스앵커만 그런가. 기상캐스터 역시 외모가 최고의 선발 기준이다. 대놓고 외모로 차별한다. 그러다 물광 피부의 윤기가 마르면 어느 순간 팽(烹)당한다.

마크롱을 보면서 떠오른 사람이 프랑스 소설의 아버지로 불리는 오노레 드 발자크(1799~1850). 마크롱은 “아내가 없었으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발자크에게 트로뉴 같은 여성이 베르니 부인이었다. 표절·짜깁기 삼류 소설이나 써대던 스물두 살 발자크 앞에 마흔다섯 베르니 부인이 나타났다. 베르니 부인은 자녀가 일곱 명이나 되었고 손주까지 있었다. 발자크와 베르니 부인은 나이 차를 뛰어넘어 사랑하는 관계로 발전했고 이것이 발자크를 새롭게 태어나게 했다. 두 사람은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베르니 부인은 죽는 순간까지 작가를 격려하고 보살폈다. 발자크는 위대한 소설가가 되고 나서 베르니 부인을 이렇게 상찬했다.

“그녀는 내게 어머니, 여자친구, 가족, 동반자, 충고자였다. 그녀는 나를 작가로 만들었고, 젊은 나를 위로해주었으며, 내게 취향을 마련해주었고, 누이처럼 함께 울고 웃었다.… 그녀는 내게 자부심을 일깨워주었다. 내가 살아있는 한 이 점에 대해 그녀에게 감사한다. 그녀는 내게 모든 것이었다.”

두 사람이 특별한 관계로 발전한 곳이 파리 교외의 빌파리시스시(市). 발자크 가족이 살던 집터에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고, 기념비의 플라크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그의 문학적 영혼이 이곳에서 싹터서 프랑스 소설의 아버지가 되도록 했다.’

마크롱은 여성의 깊은 내면(內面)을 볼 줄 아는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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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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