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편집장레터
[2449호] 201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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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편지] 탄핵이 끝난 뒤

조성관  편집장 maple@chosun.com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10일 파면됐다. 헌법재판소는 언론·특검·야당의 엄호 속에 촛불세력의 손을 들어줬다. 탄핵찬성파는 광화문광장에서 자축하며 사드 배치 철회를 주장하는 행진을 벌였다.
   
   헌재 판결은 우리나라 헌법상 최종적이고 최고의 재판이다. 재심도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심판에서 패자(敗者)가 됐다. 언론과 야당은 자연인 신분이 되어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온 전직 대통령 박근혜에게 승복을 요구하고 있다. 누구도 나락으로 떨어진 패자에게 승복을 강요해선 안 된다. 전직(前職)인 그가 불복을 한다고 한들 결과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패자는 무슨 말이든지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파면이 결정된 지난 3월 10일 오후 유력한 대선주자는 팽목항부터 찾아갔다. 대선주자는 방명록에 “미안하다, 고맙다”고 썼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죽은 사람들에게 뭐가 고맙다는 뜻인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고맙다”라는 말 파문이 일파만파로 퍼지자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SNS로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유력한 대선주자는 또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승복 선언을 하라고 주장했다. 그게 승자(勝者)로서 할 말인가. 전직이 승복한다는 말을 안 하는 게 도대체 무슨 겁나는 일인가. 승복 선언을 하고 말 게 뭐가 있나. 그런 말이 왜 필요한가. 다 끝났는데.
   
   지금 승자 측의 오만은 하늘을 찌른다. 김대중·노무현 좌파정권 시절 고위직을 지낸 인사들이 주축인 한반도평화포럼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통일외교안보 관료들은 지금 즉시 모든 행동을 중단하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면서 “각 부처 공무원들도 더 이상 부역행위를 저지르지 말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한반도평화포럼은 무슨 ‘완장’을 찼기에 이러나. 지금 SNS상에는 패자를 짖이기려는 인면수심(人面獸心)의 게시물이 넘쳐난다.
   
   탄핵찬성파는 명판결문이라 평하지만 탄핵반대파는 헌재 판결문이 엉터리라고 말한다. 판결문의 핵심은 직권남용죄와 괘씸죄다. 직권남용죄는 역대 모든 대통령이 저지른 것인데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만 현미경으로 들이댔다고 주장한다. 승복을 주장하는 한 CEO는 “어차피 판결문이라기보다 정치선언문에 불과한 것에 무슨 의미를 두느냐”고 말했다. 정치재판에서 법리(法理), 판결문 문구, 공정성을 따져본들 무슨 소용이 있냐는 뜻이다. 검사 출신인 홍준표 경남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헌재의 파면 결정문은 잡범들에게나 적용되는 괘씸죄가 주류를 이룬 감정 섞인 여론재판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면서 “박근혜 파면은 문화대혁명 광풍 속에서 실각한 유소기(劉少奇)를 연상시킨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아무리 헌재 판결문이 정치선언문이라고 하더라도 패자 쪽이 꼼짝 못하게 써야 한다. 그래야 억울함이 남지 않는다. 한 나라의 운명을 바꾸는 중차대한 판결에 소수의견 하나 없다는 것은 무얼 말하나. 우리나라가 공산주의 사회도 아닌데. 승자 쪽은 8 대 0에 희희낙락이지만 재판관 8인은 이 결과에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야 한다.
   
   이정미 권한대행은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결정 주문했다. 그는 왜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심판청구를 인용한다”라고 부드럽게 주문하지 않았을까. 10년쯤 지난 뒤에 이번 탄핵심판은 ‘사법역사상 가장 졸속재판이었다’는 평가를 받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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