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추운 올겨울, 학교 운동장은 스산하기 그지없다. 활기차게 뛰어노는 아이들은 없고 꽁꽁 언 축구 골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진 학생들은 몸을 꼬며 지루해하지만 영하 10도 안팎의 운동장은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특히 봄방학을 며칠 앞둔 시기는 교사들이나 학생들에게 모두 힘든 시간이다. 교과서 진도는 이미 완료됐고 성적처리도 모두 끝나 시간이 남아돈다는 말이 딱 맞는 시기다. 교사들이 기획했던 프로그램도 거의 완료됐고 관련 예산정산 보고서도 모두 제출됐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길 기대하지만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학생들은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놀고 싶다. 공부는커녕 독서도 쉽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이 기간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책 대출도 안 된다. 책의 반납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탓에 어쩔 수 없이 내린 조치다.

수업일수 때문에 와야 하니 많은 학생들이 빈 가방에 실내화만 들고 등교한다.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기만 하는 봄방학 앞의 학교는 참 재미없다. 그래서 최근 많은 학교에서 학기 제도를 대대적으로 바꾸고 있다. 학기제 조정을 통해서다. 당연하던 봄방학은 없애고 대신 12월 말이던 방학식을 1월 첫주에 한다. 그런데 또 문제가 생긴다. 이렇게 되면 학교는 빈 시간을 해결하지만 졸업식을 해 버린 학생들은 관리받지 못하는 긴 시간을 갖게 된다. 특히 중학교 3학년은 어정쩡하게 성장한 시기여서 학교와 부모님의 보호와 관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1월에 졸업 후 두 달을 어떤 학교에도 소속되지 않고 지내게 되다 보니 종종 문제가 발생한다. 부모님의 여력으로 보호되는 학생들은 괜찮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가 문제다.

결국 봄방학이 있어도 없어도 문제가 되는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런 문제를 꺼낸 나조차 무엇이 더 옳은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1월 초에 졸업식과 종업식을 함으로써 학교는 학생에 대한 어려운 관리에서 벗어날 수 있고, 긴 방학을 갖게 된 학생들은 이를 잘 관리하여 매우 유용한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기를 우리 모두 바라고 있다. 하지만 개념 형성이 덜 되어 거리로 나가게 된 학생들이 긴 시간을 관리되지 않은 상태로 보내는 것은 분명 걱정되는 문제를 불러온다. 우리나라 교육환경은 많이 발전했고 그 어떤 나라보다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문제아들에 대한 대처는 미흡하다. 학교의 능력만으로 이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관할지역의 경찰서와 연계해 이에 대한 도움을 받고 있지만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학생들이 긴 방학을 멋지게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해진 시간의 등교와 꼭 받아야 하는 수업과 성적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이 설계한 계획을 실현해 나아가는 시간으로 활용한다면 방학은 두 달이 아니라 세 달도 부족하게 느껴질 텐데 말이다. 학기제의 딜레마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교육은 사회의 변화를 수용해 반영하고 같이 가야 하는 분야다. 현 시점에서 합리적인 학기제에 대한 문제와 대처방안에 대해 공급자인 교육계와 수용자인 학생·학부모들이 다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김경원

경기도 성남 풍생중 교사

김경원 경기도 성남 풍생중 교사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