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사태는 ‘일자리’를 강조해온 문재인 정부로서는 발등에 떨어진 불입니다. 하청업체까지 포함해 1만3000여명이 실직 위기에 처한 군산에서는 정부를 향한 성난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주간조선 김태형 기자가 들어본 군산시민들의 목소리에는 강성 노조를 향한 원망도 담겨 있습니다. “이제는 노조도 먼저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한 시민의 말에서는 만시지탄(晩時之嘆)이 묻어납니다. 생산성 세계 130위 공장의 폐쇄가 이제는 돌이키기 힘든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주간조선은 이번주 이동훈 기자가 쓴 커버스토리에서 군산을 울린 존재로 서해바다 건너 상하이GM을 주목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상하이GM을 키운 것이 군산공장을 비롯한 한국GM의 공장들입니다. 상하이GM은 과거 대우차 시절 한국에서 생산된 대우차를 가져가 중국에서 팔면서 성장의 기틀을 다졌습니다. 우리 귀에도 익숙한 라노스, 누비라, 레간자 등이 상하이GM의 성장 견인차가 된 차종들입니다. 특히 김우중 회장이 중국 완성차 생산 공장의 꿈을 꾸며 산둥성 옌타이에 세웠던 자동차 엔진공장을 인수하면서 상하이GM은 성장의 날개를 달았습니다. 그 결과 상하이GM은 한국GM의 8배 덩치로 성장했고, GM그룹 입장에서 볼 때 한국GM은 동아시아에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로 전락했습니다.

이 부침의 역사를 담은 커버스토리를 읽으면서 덧없는 ‘만약’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만약 대우그룹이 해체되지 않고 대우차 중국 완성 공장이 건설됐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남 탓, 내 탓이 복잡하게 얽힌 것이 한국GM 군산공장 폐쇄까지의 과정이지만 우리에게는 아쉬운 대목이 한둘이 아닙니다. 문제가 터진 다음에야 허둥대고 있는 우리 정부의 대응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이 기사를 읽으면서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가 궁금해집니다.

29년간 주간조선에서 기사를 쓰다가 이번호부터 편집장 역할을 새로 맡게 됐습니다. 선후배들과 쌓아올린 주간조선의 산(山)에 초심(初心) 하나를 조심스럽게 얹는 기분으로 첫발을 내딛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성원과 질책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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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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