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규약 제38조는 “당의 각급 지도자와 간부들은 민주적인 선거로 선출됐든, 영도기관이 임명했든, 직무가 종신이어서는 안 된다. 연령과 건강이 직무를 담당하기에 부적합할 경우 국가 규정에 따라 은퇴해야 한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중국공산당 총서기를 종신으로 하려면 이 당규약 38조를 개정하거나 삭제해야 한다.

중국 헌법의 국가주석 2연임 초과 금지 조항 삭제 문제로 중국 안팎이 시끌벅적하다.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이 지난 2월 25일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가 곧 열릴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을 앞두고 헌법 79조의 국가주석 임기 관련 조항을 수정하는 건의안을 마련했다”고 전하자 전 세계의 미디어들이 “시진핑의 장기집권 기도 의사가 드러났다” “시진핑은 과거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이 차지하고 있던 지위를 훨씬 넘어서는 ‘종신직 황제’의 자리에 등극할 것”이라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370여명으로 구성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실제 그런 개헌안을 마련 중이다. 지난 2월 26일부터 28일까지 중국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를 열어 개헌안을 확정한 다음 3월 5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의회격)의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개헌안의 핵심은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주석과 부주석의 임기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임기와 일치시키며, 연임은 2회를 초과할 수 없다”고 되어 있던 제79조에서 ‘연임은 2회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한 마지막 부분을 삭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1953년생으로 올해 65세인 시진핑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중요 직위 3개는 국가주석과 중국공산당 중앙총서기,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다. 당정군을 모조리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대외적으로 중국 정부를 대표하는 국가원수의 자리에 해당하는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을 이번에 철폐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안 그래도 시진핑은 지난해 10월 18일 개최된 중국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시진핑 신(新) 시기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이라는 명칭으로 임기 중 자신의 이름이 중국공산당 규약에 기록되는 영광을 누렸다. 그때도 시진핑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황제’의 지위에 오르기 위한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주석 3연임 금지 조항을 개정하는 작업에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가 나선 것이다.

“시진핑을 위한 개헌이 아니다”

그러나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3월 1일 시진핑의 장기집권 기도를 긍정하기 위한 의도인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부정하기 위한 의도인지를 가늠하기 힘든 논평을 실었다.

“중국공산당과 중화인민공화국, 중국인민해방군이 ‘3위1체’의 영도체제를 구축한 것은 장기적으로 이어져온 집권과 치국의 성공적인 경험이 축적돼 이루어진 것이다. 당장(黨章·당규약)과 헌법의 상관 규정을 보면, 1982년 제12차 당대회 때 통과시킨 ‘중국공산당 장정’과 그 이후 수정된 당장들은 당 중앙위원들의 임기에 대해 ‘한 번에 5년’이라고만 규정하고, 당 총서기와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의 임기에 대해 ‘연속 두 번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지는 않았다. 1982년에 새로 마련된 헌법 제93조는 국가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의 임기에 대해 ‘인민대표대회의 임기와 일치시킨다’고만 규정했을 뿐 ‘연속 두 번을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을 삽입하지 않았다. 이번에 헌법 제69조의 ‘국가주석 임기는 인민대표대회와 일치시키되, 연속 두 번을 초과할 수 없다’에서 뒷부분의 ‘연속 두 번을 초과할 수 없다’를 삭제키로 한 것은 당과 국가, 인민해방군 영도체제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3위1체’의 영도체제가 헌법에 확립하게 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요즘 들어 부쩍 중국공산당 내부 사정에 밝은 신문임을 과시하고 있는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역시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 전날인 3월 4일 아침 국가주석 3연임 허용 개헌이 시진핑의 장기집권을 위한 개헌이 아니라는 점을 주장하고 나섰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최대의 부호 마윈(馬云)의 알리바바가 호주 언론재벌 머독으로부터 인수한 뒤 중국 내부 사정에 가장 밝은 신문임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제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새로 선출될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의 명단을 100% 적중시키는 보도를 했다. SCMP는 다음과 같은 논리를 구사해가며 국가주석 임기 3연임 허용이 시진핑을 위한 것이 아님을 주장했다.

“이번 개헌이 만약 시진핑의 장기집권을 위한 것이라면 의례적일 뿐만 아니라 이렇다 할 실권이 없는 국가주석직 3연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현재 시진핑이 보유하고 있는 국가주석과 당 총서기, 당중앙군사위 주석의 세 자리 가운데 시진핑의 권력에 가장 중요한 자리는 당 총서기 자리다. 당 정치국 상무위원에 대한 묵시적 연령제한 규정(七上八下·67세까지만 취임 가능, 68세 이후는 불가)과 다음 당 총서기를 미리 지정하는 격대지정(隔代指定) 원칙은 1976년에 종결된 문화혁명 이후 권력 분산을 위해 마련된 합의로, 지난 15년 동안 장쩌민(江澤民)에서 후진타오(胡錦濤)로, 그리고 후진타오에서 시진핑으로 두 차례의 평화적인 권력 교체를 이룩했다. 만약 시진핑이 그 두 가지 원칙을 파괴한다면 정치적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그러면서 SCMP는 지난해 10월의 19차 당대회에서 격대지정의 원칙에 따라 후진타오가 지명한 후춘화(胡春華)가 다음 후계자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격대지정의 원칙이 무너진 상태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부패척결의 실무를 떠맡아온 왕치산(王岐山)을 정치국 상무위원에 유임시키지 않음으로써 7상8하의 원칙도 무너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주미대사 출신의 외교관으로 전국인민대표대회 대변인을 맡은 장예쑤이(張業邃)는 3월 4일 오전 이번 전인대 취재를 위해 전 세계에서 모여든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했다. 이 자리에서 CNN은 장 대변인과 문답을 주고받았다.

“국가주석의 임기에 관한 이번 개헌이 중국이 지금까지 실행해온 10년마다 한 번씩 최고지도자를 교체하는 원칙을 버리고 시진핑 주석의 종신집권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없나?”

“중국공산당 당규약은 당 중앙총서기와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의 임기에 대해 3연임을 금지시키는 조항을 담고 있지 않다. 국가주석의 3연임 금지 규정을 헌법에서 삭제하는 것은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중앙의 권위와 영도체제의 통일적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다.”

장예쑤이 대변인의 답변 역시 당 총서기와 당 중앙군사위 주석의 3연임 금지에 관한 규정이 당규약에 없어도 지금까지 3연임 이상이 실현되지 않았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적시하는 내용이었다.

중국공산당은 1921년 창당한 이후 지난해까지 별다른 예외 없이 1년에 한 차례씩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중전회)를 개최해왔다. 그러나 지난 가을 19차 전당대회를 개최한 중국공산당은 올해 1월 2중전회를 개최한 다음, 한 달 남짓 만에 또다시 3중전회를 열어 국가주석 임기 제한 조항을 삭제하는 개헌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미리 노출한 것이 신화통신의 2월 25일 보도였다. 그런 보도가 나가고 중국 안팎이 시끄러워지자 중국공산당은 지난 2월 26일부터 28일까지 3중전회를 개최하면서 “개헌안을 확정적으로 마련했다”는 발표를 하지 않았다. 다만 “앞으로 중국의 효율적인 발전을 위해 통치조직을 재정비하는 개헌안이 필요하다”는 대회 발표문만 내놓았다.

시진핑이 임기 제한이 없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릴 수 있는 황제의 지위에 오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그 가운데 가장 높은 산은 국가주석 3연임이 아니라 중국공산당 총서기 3연임이다.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였던 1952년에 제정되고,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시대가 시작된 1982년에 개정된 중화인민공화국 헌법이 그 전문(前文)을 통해 “중국공산당이 중국 정치를 리드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이 진짜 장기집권의 황제 지위에 오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당 총서기 3연임이 가능해야 한다. 중국공산당 고위 지도자들은 누구나 제1세대 지도자 마오쩌둥이 국가주석의 자리에 오른 뒤 중임을 하지 않고 국가주석직에서 내려온 이유를 알고 있다. 당시 마오는 “잡무에 시달리지 않고 책을 더 읽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했었다.

지난 3월 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치협상회의(정협) 개막식이 열리는 인민대회당에 들어서자 참석자들이 기립박수를 치고 있다. ⓒphoto 연합
지난 3월 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치협상회의(정협) 개막식이 열리는 인민대회당에 들어서자 참석자들이 기립박수를 치고 있다. ⓒphoto 연합

‘7상8하’에 묶인 시진핑의 운명

그만큼 중국 정치에서 국가주석이란 실권(實權)은 없고 대외적으로 중국 정부를 대표하는 명예직일 뿐이다. 1989년에 덩샤오핑으로부터 권력을 물려받은 장쩌민(江澤民)이 1982년 당 총서기와 국가주석을 겸임하기 전까지는 당 총서기와 국가주석 자리에 서로 다른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1980년 말부터 시작된 사회주의 정치권력의 몰락으로 동유럽과 소련의 정치체제가 변하며 공산당 독재에서 대통령제와 내각책임제를 채택하는 나라들이 늘기 시작했다. 중국을 방문하는 외국 지도자들 가운데 당 총서기 직위를 가진 사람이 사라지는 흐름이 조성됐고 중국 국내 신문과 TV 뉴스에서도 당 총서기 관련 뉴스가 톱뉴스가 되는 경우가 줄기 시작했다. 덩샤오핑을 비롯한 중국 원로 지도자들은 그런 흐름을 반영해 당 총서기가 국가주석을 겸직하도록 아이디어를 낸 것이었다.

시진핑이 당 총서기 3연임을 달성해 보려 한다면 헌법보다는 당규약 38조를 먼저 개정하거나 삭제해야 한다. 당규약 제38조는 “당의 각급 지도자와 간부들은 민주적인 선거로 선출됐든, 영도기관이 임명했든, 직무가 종신이어서는 안 된다. 연령과 건강이 직무를 담당하기에 부적합할 경우 국가 규정에 따라 은퇴해야 한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당규약 38조를 개정하거나 삭제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큰 것이 현실이다. 평화적 정권교체를 실현한 당사자인 장쩌민과 후진타오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살아 있는 데다가 주룽지(朱鏞基),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등 장쩌민, 후진타오 지지세력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국은 지난 40년 가까이 개혁개방의 흐름을 탔고 경제발전에 성공했다. 이제는 인터넷 기반의 IT사회로 바뀌면서 각종 SNS를 통한 비판적 여론 조성이 얼마든지 가능한 사회로 탈바꿈했다. 이런 발전이 이루어지면서 실권이 없는 국가주석 3연임 제한 조항 삭제 작업부터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시진핑이 황제의 지위에 오르기 위해서 꼭 필요한 당 총서기 3연임 분위기 조성은 시진핑이 달성하기에는 너무 높은 산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올해 65세인 시진핑은 다음 당대회가 개최되는 2022년에 69세가 된다. 시진핑이 지난해 당대회 때 극복하지 못한 7상8하의 규정을 무너뜨리지 못한다면 시진핑 역시 장쩌민과 후진타오 등 전임자들과 마찬가지로 당 총서기직 중임 후 물러나는 운명을 맞게 될 것이다.

박승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ㆍ중국학술원 연구위원 전 조선일보 베이징·홍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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