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 일간지에서 ‘군민이 아프면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읽었습니다. 인구 감소로 지역의 민간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직접 나서는 군립병원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칼럼이었습니다. 이름도 생소한 ‘군립’병원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했습니다. 검색해 보니 2016년 문을 연 정선군립병원이 눈에 띄었습니다. 현장에 가기 전, 관련 보도와 자료를 찾았습니다. ‘국내 1호 군립병원’이라며 홍보하는 내용이 수두룩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본 군립병원의 실상은 달랐습니다. “맹장수술도 못 하는 병원” “가봤자 큰 병원에 가라고 한다”는 주민들의 불만을 곳곳에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병원 의료진은 의료진대로 장비와 인력 부족을, 군청은 군청대로 “강원랜드 때문에 땅값이 비싸다” “도 투자심사에서 사업비가 너무 많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나름의 고충을 호소했습니다.

국내 유일의 군립병원이 이처럼 개원 2년이 다 되도록 주민들에게 외면받는 것은 사업 추진 중 군수가 바뀌고 정책이 바뀌면서 당초 계획했던 병원 건립 사업이 표류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40년 된 건물을 매입하고 민간 의료법인이 위탁운영을 맡으면서 혈세가 엉뚱한 곳으로 새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인구 감소로 지역 의료가 붕괴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시장이 작동하지 못하는 곳에 공공이 개입해야 한다는 논리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군립병원을 실제로 주민들이 찾는 곳으로 만들려면 어떤 운영방식을 택해야 할지, 관련 조례와 규칙은 어떻게 다듬어야 할지 정교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이번 기사가 오는 6월 지방선거 공약으로 지역 의료원이나 병원 설립을 내세우는 예비후보들에게 작은 참고가 됐으면 합니다.

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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