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4월 27일 저는 모처럼 휴가를 맞아 체코 프라하에 있었습니다. 우버 차량 조수석에 앉아 체코인 운전자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북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오늘 남북 정상이 만났다”고 설명한 제게 우버 운전자는 “이미 신문으로 읽어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때가 회담이 열린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는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어떤 카드를 제시할까요. 협상에 나설 미국의 입장도 확연하진 않지만 북한의 입장은 더욱 아리송합니다. 취재를 위해 접촉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탁자에 올릴 카드를 모두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과 연관 지어 분석했습니다. 독재 정권의 특성상 얻을 것은 체제의 안정화, 잃을 것은 체제의 동요라는 설명이었습니다. 경제 발전과 인민의 생활 여건 향상은 여기에 비하면 후순위 목표라는 분석입니다.

북한의 핵무기는 주체사상과 결부된 무기라는 점에서 사상적 통치기반의 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런 핵을 포기한다는 것은 북한 입장에서 상당한 모험입니다. 이제 막 국제무대에 나선 서른네 살 지도자가 어떤 길을 택할지 세계인의 눈과 귀가 다시 한 번 한반도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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