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치매를 앓고 있는 친구가 있습니다. 이 친구와 가끔 만나 소주잔이라도 기울이면 끝은 항상 눈물바람입니다. 얼마 전에는 이 친구로부터 “아버지가 스마트폰을 핥으려 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제는 가족들을 거의 기억 못 하는 분이 식욕만 왕성하게 살아 있다고 합니다. “배고프다”고 보채는 아버지에게 스마트폰으로 음식 사진을 보여드렸더니 빼앗아 핥으려 했다는 겁니다.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친구는 또 눈물을 떨궜습니다.

가족 중 누군가가 치매를 앓으면 지옥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그 괴로움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함부로 가늠하기 힘듭니다. 문제는 그 지옥의 문이 누구한테라도 열릴 수 있다는 겁니다. 현재 70만명인 치매환자는 2050년에는 303만명으로 4.3배 증가할 것이라고 합니다. 노인 6명당 1명은 치매환자라는 끔찍한 예측입니다. 대략 계산해도 1000만명 안팎의 사람들이 치매로 고통받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이번주 황은순 기자가 쓴 커버스토리에 확 빠져들었습니다. 초음파 수술의 세계적 대가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진우 박사가 치매 정복의 길에 나선다는 스토리입니다. 그가 발견해낸 치매 치료의 열쇠는 우리 뇌의 신비로움을 보여줍니다. 초음파 수술을 하면서 치매, 뇌종양 치료에서 가장 큰 걸림돌 중의 하나인 뇌혈관연결막(BBB·Blood Brain Barrier)이 느슨하게 열리는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우리 혈액 속의 세균 등 이물질을 걸러주는 BBB는 워낙 조직이 치밀해 약물이 통과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초음파가 이 빗장을 열어젖힌 겁니다. 초음파가 만들어낸 이 틈으로 약물이나 줄기세포를 집어넣으면 치매 치료가 가능할지 모른다는 것이 장 박사의 기대입니다.

이미 동물실험에서는 검증된 방법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그렇듯 장 박사도 연구비 부족으로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마음만 급하다고 합니다. 주간조선의 이번 기사가 장 박사께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키워드

#마감을 하며
정장열 편집장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