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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3호] 2018.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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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드]몸 단 중국 북한 관계 재조정 나선다

박승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현재 세계와 아시아태평양 정세에는 새롭고 심각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조선반도 각 당사자들은 희망에 충만하면서도 복잡 미묘한 움직임을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 정세와 지역 정세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절대로 변할 수 없는 몇 가지’가 있다.”
   
   지난 6월 19일과 20일 열린 세 번째 북·중 정상회담에 대한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 칼럼 망해루(望海樓)의 논평이다. 여기서 말한 ‘절대로 변할 수 없는 몇 가지’는 이렇다. ‘첫째 중국이 앞으로도 중·조 관계의 발전을 위해 흔들림 없는 노력을 할 것이다. 둘째 중국과 조선 인민들 간의 우호가 변해서는 안 된다. 셋째 사회주의 조선에 대한 중국의 지지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인민일보의 논평은 “중·조 관계의 대국(大局), 반도의 평화안정을 유지하면서도, 국제 핵 비확산 체제가 유지되도록 해야 하며, 중국의 전략적 안전과 이익의 각도에서 조선 핵 문제를 처리한다는 것은 일관된 중국의 입장”이라고 정리했다.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국제문제전문지 환구시보(環球時報·Global Times)도 앞으로 중·북 관계가 ‘새로운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해나가야 한다고 중국 지도부에 건의했다. “중국과 조선은 두 개의 주권국가로, 지난 세기 1990년대에 조선 핵위기가 폭발한 이래 양호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비핵화의 긍정적 자산을 만들어왔다. 중국은 중·조 관계를 이용해서 반도의 안정을 파괴한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이제 일부 국가들이 해오던 속 좁아터진 추측은 연기처럼 사라지게 됐다.… 앞으로의 중·조 관계는 일종의 신형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 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이 지역에서 건설적 역할을 해야 하며, 현재 조선이 평화발전을 희망하고 있다면 조선 스스로가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를 완화하고, 스스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럴 경우 미래 중·조 관계의 협력 공간도 대단히 넓어질 것이다.”
   
   환구시보의 중국 지도부에 대한 건의는 김정은이 중국의 품을 벗어나 남북한 회담과 미·북 회담을 성공적으로 한 이상 북한에 대한 과보호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취지로 보인다. 앞으로 주권국가 대 주권국가로서 1 대 1의 대등한 국가 관계를 형성해나가야 한다는 요지다. 그런 점에서 환구시보는 “이번에 당국이 김정은의 방문 뉴스를 지금까지 북한 지도자가 중국을 떠난 다음에 공표하던 관례를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해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은 것은 잘된 일이며, 앞으로 북한 지도자의 외교 활동은 더욱 개방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동안 북한이 2006년부터 모두 여섯 차례의 핵실험을 감행하는 동안 중국은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반도 6자회담 의장국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왔다. 대북 제재에도 어정쩡한 자세를, 북한 핵실험에 대해서도 불투명한 태도를 보여와 국제사회로부터 의심을 사왔다. 그러나 최근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의 폭로를 담은 ‘3층 서기실의 암호’라는 증언록에는 “북한 핵실험에 가장 분노한 나라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었다”는 주장이 실려 있다.
   
   “핵실험 사흘 후인 2006년 10월 12일 중국 선양에서 외무성 제1부상 강석주와 중국 외교부장 리자오싱(李肇星)이 비밀리에 만났다. 중국이 북한에 비밀회담을 요구한 것은 중국의 강력한 유감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회담 기록문에 따르면 리자오싱은 강석주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김일성 동지는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매우 전략적인 유산을 남겼다. 그러나 지금 조선 동지들은 그의 사상과 유산을 허물고 있다.’ 리자오싱의 말에 강석주는 이렇게 되받아쳤다. ‘내가 지금 중국 외교부장 리자오싱과 담화하는 것인지, 아니면 청나라 시절 리훙장과 회담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조선반도 비핵화란 우리만의 비핵화가 아니라 남조선까지 포함한 전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뜻한다.’”
   
   태영호 전 공사의 증언은 중국과 북한 관계가 지금까지 국제사회에 알려진 것보다는 독립적이라는 관점을 제공한다. 중국은 북한이 말을 잘 듣지 않아 냉가슴을 앓으면서도 북한에 대한 유일한 영향력을 가진 나라가 자신임을 국제사회에 은근히 과시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던 상황에서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남북 정상회담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과의 미·북 정상회담까지 소화해내자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민일보와 환구시보의 김정은·시진핑 3차 회담에 대한 논평과 사설은 그런 중국 지도부의 속내를 읽을 수 있게 해주었다.
   
   
   평창올림픽 때 변화 시작됐다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 재정립은 평창 동계올림픽 때부터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지난 2월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위원장과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이 참석하고, 2월 25일의 폐막식에는 김영철 당 정치국원이 참석하자 중국 지도부는 부랴부랴 사태 파악에 나서야 했다. 이후 평창올림픽 폐막 한 달 뒤인 3월 26일 김정은이 베이징(北京)을 전격적으로 방문해 2박3일 동안 환대를 받았다. 김정은은 시진핑과의 회담을 시작하면서 “그동안의 조선반도 형세가 급속히 진전되고 중요한 변화가 적지 않게 발생한 데 대해 정의(情義)상으로나 도의(道義)상으로나 제때에 시진핑 동지에게 통보해주는 것이 마땅했는데…”라고 자신의 베이징 방문 이유를 밝혔다.
   
   이로써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사망 이후 김정은이 최고권력을 승계한 지 7년 만에 두 나라 관계의 결빙기(結氷期)는 끝났다. 2012년 11월 중국공산당 제19차 당 대회에서 시진핑이 당 총서기에 오른 뒤 6년간 김정은과 시진핑은 평양과 베이징을 서로 찾아가지도 상대방을 초청하지도 않았었다. 중국과 북한 관계가 얼어붙었던 주된 이유는 북한의 3차 핵실험 때문이었던 것으로 관측돼왔다. 김정은은 이른바 중국의 ‘권력 교체기’인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당시는 2012년 11월 시진핑이 당 총서기로 선출되고, 3월 5일 개막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주석으로 취임하기 전이었다. 태영호 전 공사의 증언록 주장은 양국 관계의 결빙기가 3차 북한 핵실험 때문에 왔다는 관측이 별로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주었다고 할 수 있다.
   
   김정은의 돌발적인 평창올림픽 참가 선포와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트럼프 대통령과의 미·북 정상회담은 시진핑이 지난해 19차 당 대회를 통해 표방한 ‘대국(大國)외교’의 체면을 크게 손상했다. 시진핑이 선포한 대국외교 논리에 따르면 북한 핵 문제는 G2 사이인 중국과 미국이 협의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하지만 트럼프가 김정은을 동원해서 직접 비핵화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이자 중국이 대응수(對應手)를 찾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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