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이틀 뒤 한국수력원자력 이사진이 월성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원전 4기 백지화를 기습 결정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놀랐습니다. ‘소통’을 강조해온 문재인 정부가 보인 그간의 행보와는 정반대였기 때문입니다. 선거 대승이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는 동력으로 작용한 듯합니다.

이번 선거에서 경남지사로 당선된 ‘문재인의 복심’ 김경수 당선인은 지난해 한 시사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 취임 1년간 가장 어려웠던 과제로 ‘탈원전 문제’를 꼽은 적이 있습니다. 정부가 신고리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공론조사에 맡긴 것도 이 문제의 파급력이 간단치 않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바꿔 말하면 정부가 월성1호기 조기폐쇄를 군사작전처럼 밀어붙인 것은 선거 대승이 아니었다면 하기 어려웠을 일입니다. 원전의 절반가량이 밀집한 경북은 이번 선거에서도 자유한국당을 지지한 곳입니다. 주민들은 “정부가 공청회를 열지 않았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방선거 직후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우리가 받았던 높은 지지는 굉장히 두려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월성1호기 조기폐쇄를 결정한 방식은 국민의 지지를 두렵게 여기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이번 선거로 지방권력까지 손에 넣은 여당과 정부가 탈원전 난제를 어떻게 다룰지 많은 눈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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