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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감을 하며
[2519호] 2018.08.06

방임 학대

김효정  기자 

부끄러운 얘기를 하나 고백하려고 합니다. 아직도 이름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친구가 있습니다. 아마 미술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5~6명이서 책상을 붙여 놓고 수업 준비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친구가 준비물 뚜껑을 열었는데 그 안에서 처음 보는 벌레가 몇 마리 기어나오더군요. 하얗고 멀건 벌레 이름이 구더기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기겁을 했던 것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친구의 머리에서 이를 발견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그 이야기를 두고 친구들과 뒷담화를 했습니다. “XX는 머리에서 이가 나왔대” “김치 냄새가 심해”…. 당시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 주변에는 새로 생겨 깔끔하기 그지없었던 아파트와 길 건너 공장지대의 낡은 집들이 얽혀 있었는데 그 친구의 집이 공장지대에 있었다는 점을 두고 또 뒷담화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건대 그 친구는, 분명한 방임상태에 놓였었는지 모를 일이지만 위기아동이었던 것 같습니다. 늘 낡은 옷을 입고 다니고 어깨를 구부정하게 굽히고 다니던 조용한 학생을 주목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만약 제가 그 친구를 놀리는 대신 한 번이라도 관심을 기울여봤다면,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20년도 훌쩍 지난 일이니 친구가 어떻게 자랐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저는 방임 학대 문제를 다룬 이번 기사를 취재하면서 친구에 대한 마음의 빚을 떨쳐보려고 조금 애썼습니다. 제가 상처를 줬을지도 모르는 빼빼 말라 얼굴도 하얗던 친구가 부디 건강한 어른이 되었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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