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기후변화에 대한 태도는 과학적 사실을 얼마나 많이 아느냐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렇듯이 정치·경제·사회적인 태도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습니다. 기후변화만 그런 게 아닙니다. 의료, 보건, 환경 거의 모든 분야에서 과학은 이제 가치 판단의 영역에 들어간 것처럼 보입니다. 검증이 반드시 필요한 과학 분야에서 기후과학이나 환경과학은 늘 의심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서로 내가 맞고, 네가 틀렸다고 말하는 건 끝없는 평행선을 그리는 일밖에 되지 않을 겁니다. 서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대화를 나눠야 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잘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언론도 기후변화회의론자를 꾸짖기만 하고 지금, 당장,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만 합니다. 전문가 집단도 마찬가지입니다. 과학을 둘러싼 논쟁이란 음모론자의 헛소리일 뿐이라고 무시하기만 하지요. 이 평행선의 끝은 분열에 가깝습니다. 기후정책 이슈로 나라가 둘로 나뉘고 선거판이 들썩이는 호주의 사례를 보면 그렇습니다. 호주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대륙에 있기 때문에 우리보다 일찍 기후변화 이슈를 경험했다고 보면 됩니다. 우리는, 이제 시작이겠네요. 더워도 너무 더운 폭염 속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겁니다.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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